"문재인 재기해", "곰 문재인"...그 이면에는?

"문재인 재기해", "곰 문재인"...그 이면에는?

2018.07.10. 오후 1:0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문재인 재기해", 문재인 대통령의 문을 거꾸로 든 "곰".

지난 혜화역 시위에서 등장한 표현들입니다.

혜화역 시위는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로 여성들이 모인 집회였는데요.

'재기해', '곰' 등이 무슨 뜻인가 싶을 텐데요.

'재기해'는 2013년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것을 빗댄 은어고 곰은 문을 뒤집어 글자를 아래로 향하게 해 두 단어 모두 투신을 뜻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집회에서 등장한 '재기', '곰' 두 단어 모두 자살을 암시하는 단어로 대통령을 향해 투신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자살한 남성 연예인의 이름을 이용한 은어도 많이 이용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하하고 혐오한 것이 아니라 여성을 위한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강연재 / 변호사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곰이라든지 재기해 이 두 단어 가지고 그러는 것 같은데 사실 곰은 왜 그게 혐오발언인지 모르겠고 아주 귀여운 수준 아닌가 싶고 옛날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다 쥐 아니면 닭 이런 것들로 표현이 됐었고 재기해라는 것도 저는 딱 보자마자 무슨 뜻인지도 몰랐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은유적인 표현을 쓴 것 같은데. 저는 이것을 어떤 특정 정치인인 지금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했다, 혐오했다 이렇게 가져갈 것이 아니라, 그냥 여성 시민들, 우리 여성들이 바라는 것이 결국은 정책과 법률로써 정부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해결해 줘야 하는 일들인데 그 권력의 1인자가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마음에 대통령에게 강하게 호소하는 차원이었다는 주장인데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던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문제의 구호에 대해 '여성이 당한 것에 비하면 그렇게 큰일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노한 여론이 커지면서 혜화역 집회에 몰래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며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오는 상황입니다.

정리하면, 혜화역 시위에 대통령을 비하하는 지나친 발언이 등장했고, 발언을 해석하는 정도에 따라 두 가지 여론이 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언 논란'이 집회의 본래 취지를 가리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지예 / 녹색당 서울시당위원장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저는 어떤 부분 좀 과격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것에 지금 너무 주목해서 이 여성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잘못됐고 불법적이고 폭력적이다라고 얘기하는 순간 수많은 여성들이 얘기하고 있는 우리는 불법 촬영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라는 이 목소리가 오히려 더 삭제되는 것이 아닌가 좀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언론들이 오히려 더 자극적으로 이 시위와 여성들의 구호를 소비해 버리면서 시위의 본질을 좀 비껴나가고 있는 측면이 있어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성 혐오다', '정부를 비판했다'며 편을 갈라 '촛불 정부'와 '민주 시민'을 이간질해서는 안 되고 집회에 나선 이유를 경청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의 명운을 걸고 몰카 단속과 체포에 나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태의 본질이 여성과 남성의 싸움이 아니고, 몰카나 불법 촬영과 유포라는 질 나쁜 범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요.

내 아내, 내 자녀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