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옛날이"...딸에게 보낸 아버지의 노래

"잊어버린 옛날이"...딸에게 보낸 아버지의 노래

2015.10.21. 오후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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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다시 이별해야 하는 이산가족들은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정을 나눴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가족의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까, 상봉장 곳곳에 애틋함이 가득했습니다.

박홍구 기자입니다.

[기자]
88살 아버지가 딸에게 불러주는 노래 '꿈꾸는 백마강'입니다.

60여 년 전에 헤어졌던 2살배기 딸은 어느덧 머리가 하얗게 되어 돌아왔고, 조금이라도 더 아버지를 기억하고픈 마음에 딸은 자꾸만 아버지에게 노래를 청합니다.

[이정숙, 남측 이산가족]
"이제 우리가 남한으로 가면 아버지 소리를 못 듣잖아요. 이 소리를 내가 집에 가서 들을 거니까 아버지가 노래 한 번만 더해주세요."

리한식 할아버지가 A4용지에 연필로 정성스레 뭔가를 그려나갑니다.

자신이 의용군으로 끌려가기 전까지 살던 초가집의 모습을 막냇동생에게 선물로 그려주는 겁니다.

서로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이제 가면 영영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이종인, 남측 이산가족]
"형님 제가 이거 간수 잘할게요. 형님. 언제 될지 모르지만 그림 보면서 제가 형님 생각할게요."

결혼 6개월 만에 헤어져 60여 년 후에야 다시 만났지만, 부부는 결국 부부였습니다.

[오인세·이순규, 65년 만에 해후한 부부]
"사랑이란 두 글자는 얼마만큼 넓은 줄 알아요?"
"알아! 처녀 총각이 만나서 죽으나 사나 같이 사랑이란 그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모르는구먼."

65년 만에 만나 이제 작별상봉만을 남겨 둔 할머니는 다시 멀어져 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이제 채 하루가 남지 않은 시간, 가족들은 저마다 그리운 얼굴들을 마음속 깊이 가득 담았습니다.

YTN 박홍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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