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의 기능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바스크립트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자바스크립트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참고 하세요.

[취재N팩트] "반성한다"며 교도소 면회 때 '브이 사진'

동영상시청 도움말

Posted : 2017-10-17 12:30
앵커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2년 동안 동갑 친구를 잔인하게 괴롭힌 '광주 또래 집단 괴롭힘 사건' 소식입니다.

YTN이 지난 7월부터 이 사건을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는데요, 10대 사건인데도 이례적으로 가해자가 구속되고 사건도 소년이 아닌 일반 재판부에서 맡을 정도로 파장이 컸습니다.

이후 피해 학생과 가해자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아서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후속 보도를 했는데요.

취재 기자 연결해서 이 사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승배 기자!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게 지난 7월이었는데요, 본격적인 얘기 전에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정리부터 해보겠습니다.

기자

한 마디로, 10대 남자 학생 한 명이 동갑 친구 여러 명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건입니다.

보통은 주로 학교에서 따돌림이나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은 특이하게도 같은 동네에 사는 또래 친구들이 벌인 짓이었습니다.

수법을 보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은 말이 절로 나옵니다.

공원과 영화관 건물, 그리고 피해 학생 집에서까지 폭행과 괴롭힘은 시도 때도 없었습니다.

얼마나 맞았는지 가해자 중 한 명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는 인간 샌드백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옷을 벗겨 1시간 동안 찬물을 뿌리고 알몸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고 힘이 센 친구에게 먹을 것과 돈을 수시로 바쳤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이런 괴롭힘은 2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말 들어보시죠.

[피해 학생 어머니(지난 8월 인터뷰) : 알면 알수록 내용을 들을 때마다 말문이 막혀서 뭐라고 말하기도 너무 힘들고요. 왜 이렇게까지 아이들이 했는지 이제는 안 믿어져요.]

앵커

다시 들어도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고 화가 납니다. YTN이 이 사건을 처음 단독 보도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는데요, 파장이 컸죠?

기자

네, 맞습니다. 저희가 지난 7월에 처음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가해 학생 가운데 2명은 퇴학 처분을 받았고, 이례적으로 구속까지 됐습니다.

또 10대 사건 보통 소년부에서 재판을 맡지만, 이 사건은 소년이 아닌 일반 형사 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만큼 사법부에서도 심각하다고 본 건데요.

가해자들이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 공방 없이 첫 재판에서 검찰이 구형했는데, 최대 징역 4년을 구형했습니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사안이 무겁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그러니까 지난주 금요일이 원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었는데, 재판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앵커

1심 선고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저희도 이 재판을 계속 기다렸기 때문에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선고 당일 날 법정에 갔는데 헛걸음을 쳤습니다.

알아봤더니 선고 하루 전날인 12일 오후에 재판부가 이 사건을 소년부로 보냈습니다.

이유를 물어봤는데요.

우선 피해자가 합의했고 가해자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소년부로 사건이 넘어갔다는 건, 처벌이 일반 형사 재판보다는 처벌이 완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 재판은 처벌에 방점을 둔다면, 소년 재판은 교화에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양새만 보면 선고 바로 하루 전날에 이런 결정이 내려져서 이례적인 게 아니냐고도 물었는데, 전에도 이런 사례가 있고 법적 절차상 문제도 없다고 법원은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말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구속된 가해자 한 명이 교도소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기자

저도 처음 봤을 때 "왜 이런 사진을 찍었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직접 사진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화면에 뜨는 바로 이 사진인데요.

앳된 얼굴의 남성이 쇠창살 너머에서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리며 웃고 있습니다.

주요 가해자로 지목돼 구속된 학생 가운데 한 명입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선처를 요구하면서, 여자 친구 면회 때 이런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냥 사진만 찍은 게 아니고 여자 친구가 이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피해자 가족이 이 사진을 봤습니다.

얼마나 분하고 화가 났을지는 말을 안 해도 아실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해자와 함께 교도소에서 생활했던 지인이 밖으로 나와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요, 이 내용도 기가 찹니다.

교도소에서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징역 밥 먹는다고 무게를 잡는다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앵커

사진도 충격적이지만, 교도소에서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교도소 밥 먹는다고 무게 잡는다니, 정말 할 말이 없네요. 철이 없어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기자

저희 취재진도 사실 이 사진을 공개할까를 두고 오래 논의를 했습니다.

내용만 봐도 그렇고 사실 교도소 면회 때는 사진을 찍거나 녹화를 못 하게 돼 있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는 건 교도소 내 관리도 안 됐다는 얘기거든요.

무엇보다 이런 행동이 특정 한 사람이 한 행동이기 때문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가해자가 아직 어린 10대인 데다, 자칫 가해자 모두가 이렇다고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철없는 학생이라고 해도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피해자 가족에게 양해를 구한 뒤에 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피해자 가족도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강하게 항의도 했는데요, 결국 재판받는 가해자 네 명 모두 합의해줬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는데요, 피해 어머니 말 한 번 들어보시죠.

[피해 학생 어머니 : 아이들이 나왔을 때 이런 걸 (다시) 유포하거나 (다른 곳에) 얘기를 하는 거를 만약에 저희가 알았을 때 거기에 대한 처벌을 받겠다는 각서를 제가 받았거든요. 모두다. 한 번의 기회, 마지막 기회는 정말 주고 싶었어요.]

앵커

피해자 가족이 살던 동네를 떠나 결국 이사 갔다는 소식도 저희 YTN이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 취재해 계속해서 추적하고 있는 나현호 기자가 이사하는 날 가족을 만나고 왔는데요.

어머니는 아들을 살리려고 집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사건은 학교가 아니라 집이 있는 동네에서 벌어졌거든요.

바꿔 말하면 살던 집을 포함해 동네 곳곳이 사실 피해 현장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결국 집을 떠나게 된 겁니다.

얼마나 괴로웠는지는 다음 말을 듣고 알 수가 있었습니다.

YTN 보도 이후 최근 석 달 동안 피해 학생이 집 밖으로 나간 게 네 번밖에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경찰 조사가 세 번, 그리고 심리 치료가 1번이었습니다.

사실상 아예 집 밖을 나가지 않은 셈인데요, 극심한 대인 기피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 말 들어보겠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 밖에 나가면 완전히 굳어요. 또래 친구나 어떤 목소리만 들어도 바로 차 뒤에 숨어 버리더라고요.]

2년 가까이 이어진 괴롭힘 충격과 후유증으로 피해 학생은 학교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다가 광주로 이사와 정착한 지 4년 만에 이런 끔찍한 일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동네를 떠나야 하는 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와 가족이었습니다.

앵커

"피해자는 이 나라에서 피해야 한다, 그래서 피해자다." 한 누리꾼은 이 기사를 보고 이런 자조 섞인 댓글을 남겼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했는지 가해자 모두 진심으로 반성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승배 기자였습니다.
댓글등 이미지 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