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베테랑·새내기 소방관의 안타까운 순직

[취재N팩트] 베테랑·새내기 소방관의 안타까운 순직

2017.09.18. 오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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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강릉에서 낡은 정자에 난 불을 끄던 소방관 2명이 매몰돼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어제 있었습니다.

정년을 1년 앞둔 베테랑 소방관과 임용된 지 1년도 안 된 새내기 소방관이 순직했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어제 사고와 안타까운 사연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차상은 기자!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사고, 어떻게 벌어진 일인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사고가 난 시각은 어제 새벽 4시 반쯤이었습니다.

강원도 강릉시 경포호 옆에 있는 한 정자, 석란정이라는 이름의 목조 기와 정자인데요.

이 정자 안에서 잔불 정리를 하던 소방관 2명이 정자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매몰됐습니다.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59살 고 이영욱 소방위와 27살 고 이호현 소방사인데요.

정자가 무너지자 동료 소방관들이 급히 달려가 구조작업을 벌여 10여 분만에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어제 새벽 결국 숨져 순직한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앵커]
이번에 사고가 난 곳이 나무와 기와로 만든 정자죠, 붕괴 가능성도 있었을 텐데 정자 안쪽으로 들어간 이유는 조사됐습니까?

[기자]
사고가 난 정자는 앞서 그제 밤에도 불이 났던 곳입니다.

불이 나자 소방관들이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고, 불을 끈 뒤 소방서로 복귀했는데요.

6시간이 지난 어제 새벽쯤 다시 연기가 올라온다는 신고가 들어온 겁니다.

순직한 두 소방관은 혹시 모를 잔불에 대비해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연기가 다시 올라오자 바닥 등을 헤치며 잔불 정리작업을 벌였는데, 소방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현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자는 전날 진화작업으로 물을 잔뜩 머금어 자체 무게보다 훨씬 무겁고, 화재 때문에 약해진 상태였는데요.

나무와 기와, 진흙으로 만들어진 정자가 무너지며 두 소방관을 그대로 덮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앵커]
이번에 순직한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사연들도 알려지고 있는데, 어떤 소방관들이었습니까?

[기자]
순직한 두 소방관은 같은 조로 편성돼 함께 근무하는 사이었습니다.

59살 고 이영욱 소방위는 정년퇴직을 1년 앞둔 베테랑 소방관이었는데, 지난 1988년 2월 임용돼 30년 동안 화재 현장을 누벼 왔습니다.

이번 사고 현장에 출동할 때도 팀장이자 든든한 맏형으로서 동료들을 이끌었습니다.

표창도 6번이나 받을 만큼 늘 앞장서서 일을 하고 책임감이 남달랐다고 동료 소방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장성한 아들이 있는데, 91살 어머니도 모시고 살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순직 소방관 27살 고 이호현 소방사는 임용된 지 불과 8개월 된 새내기 소방관이었습니다.

순직한 이 소방위를 아버지처럼 따르기도 했다는데요.

강원도립대 소방환경방재과에 편입한 이 소방사는 장학생으로 학교장 추천을 받아 소방관 경력경쟁채용에 합격해 지난 1월 임용됐습니다.

해병대 출신인 이 소방사는 임무를 사고 없이 잘 수행하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평소 축구와 등산을 하며 체력관리에도 철저했습니다.

최근에는 모교인 강원도립대를 찾아가 소방관을 꿈꾸는 후배들을 만나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져 담당 교수와 후배들도 큰 슬픔에 빠졌습니다.

유족으로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는데,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서도 착하고 묵묵하게 자라왔다고 합니다.

[앵커]
가족과 동료들의 슬픔이 클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장례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순직한 두 소방관의 빈소는 강릉의료원 장례식장 1관 1호실과 2호실에 마련돼있습니다.

그리고 3호실에는 합동분향소도 차려져 있는데요, 사고소식을 접한 두 소방관의 동료와 지인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순직한 두 소방관의 영결식은 내일 오전 10시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강원도청 장으로 열립니다.

영결식이 끝나면 두 소방관은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됩니다.

오늘 합동분향소를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순직한 두 소방관에게 공무원으로서 공적이 뚜렷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방청은 순직한 두 소방관에게 1계급 특진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두 소방관의 안타까운 순직 사고 원인도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이번에 사고가 난 정자, 석란정은 1956년에 건축된 목조 기와 정자입니다.

문화재 관리 대상이 아닌, 이른바 '비지정 문화재'여서 화재에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석란정에는 전기 설비가 있긴 했지만, 6개월 전에 차단된 상태로 알려져 화재 원인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썬 원인이 무엇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누군가 실수로 불을 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현장에서 정밀 감식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베테랑과 새내기 소방관의 안타까운 순직 사고 소식 알아봤습니다.

차상은[chase@ytn.co.kr]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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