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경주 지진 1년...지진 후유증 여전

[취재N팩트] 경주 지진 1년...지진 후유증 여전

2017.09.11. 오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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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9월 12일 강력한 지진이 경주를 덮쳤습니다.

건물에 금이 가고 지붕이 깨지는 것은 물론 불국사 등 문화재까지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는데요.

강진 발생 1년을 맞아 경주에 다녀온 취재 기자 연결해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허성준 기자!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는데요. 당시 현장에 있었나요?

[기자]
네, 지진이 났을 때 대구지국에 있었는데요.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더니 여기저기서 제보 전화가 쏟아져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진앙이 확인된 이후에 급히 경주로 내려갔고요.

[앵커]
먼저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부터 말씀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해 9월 12일이었습니다.

저녁 7시 44분쯤 경북 경주시 남서쪽 9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전진이 발생했습니다.

이어 48분 뒤인 8시 32분에는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 규모 5.8의 본진이 났습니다.

기상청이 계기 관측을 시작한 이후에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요.

두 차례 강력한 지진이 덮치면서 평온했던 경주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건물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벽이 갈라지고 담이 무너졌고요.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가 터져 물 공급이 중단됐고 지붕이 부서져 내렸습니다.

강진을 생전 처음 겪은 시민들은 황급히 몸만 빠져나와 학교 운동장 등지에서 두려움에 떨며 밤을 보냈습니다.

또 인근에 있는 대구와 울산,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진동을 느꼈습니다.

피해 상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확산했습니다.

[앵커]
당시 경주에 산재한 한옥은 물론 문화재까지 피해가 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피해가 어느 정도였나요?

[기자]
네, 경주에는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된 한옥마을이 많습니다.

지진으로 집이 흔들리면서 기와지붕이 깨지고 떨어지는 피해가 컸습니다.

또 불국사 곳곳의 문화유산도 상처를 입었는데요.

다보탑은 난간 일부가 부서졌고, 불국사 대웅전의 기와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첨성대도 돌과 돌 사이가 미세하게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강진으로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모두 23명이 다쳤고, 재산피해가 5천3백 건, 110억 원에 달했습니다.

문화재 58건을 비롯한 공공시설 피해도 187건에 이르렀습니다.

[앵커]
지난 주말 경주를 다녀왔지요? 1년이 지난 지금 경주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1년 만에 다시 찾은 경주는 평온했습니다.

누렇게 익은 벼에 하늘도 높아서 가을 풍경을 즐기기에 딱 좋았습니다.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와 생업에 충실한 모습이었고요.

피해 복구는 대부분 마무리돼, 언제 강진이 발생했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경주시민은 지진 얘기를 꺼내자 손사래부터 쳤습니다.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주민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겁니다.

최근까지 크고 작은 여진만 6백여 차례나 이어지면서 두려움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방에 누워 있으면 집과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아 밤잠을 설친다거나,

멀리서 '쿵'하는 소리가 들리는 환각 현상도 겪는다고 했습니다.

지진의 진앙인 내남면 주민 가운데 6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트라우마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꺼내놓고 얘기하기 싫은, 언제든 다시 현실이 될 수 있는 지진 공포가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경주 시민들의 트라우마가 매우 심하군요. 피해 복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눈으로 보기에 피해 복구는 잘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주민 일부는 복구 작업이 땜질식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는데요.

건물 내부의 배관 등 눈에 보이지 않은 피해가 큰데 외부에 금이 간 곳만 수리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손볼 엄두를 못 냈다고 했는데요.

주택이 완전히 부서지거나 반쯤 허물어진 것만 피해로 인정됐고, 나머지는 100만 원씩 정도만 지원받았다는 겁니다.

한옥의 기와를 교체하는 데만 수천만 원이 드는 것을 고려하면 경주 시민들의 하소연이 일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앵커]
영상을 보니까 경주의 한옥이 예전과 다른 것 같은데요. 복구 작업이 잘못되어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흔히 알고 있는 기와와 다르게 생긴 집들을 군데군데 있지요?

지진 발생 후 부서진 기와지붕을 수리하면서 바뀐 것들인데요.

흙을 구워 만든 재래식 골기와 대신 철판에 아연을 도금한 함석 기와를 얹은 겁니다.

골기와로 복구하려면 구조 진단에 보강 공사까지 거쳐야 하지만, 가벼운 함석 기와를 사용하면 과정이 비교적 간단합니다.

무엇보다 비용이 싸기 때문에 자비로 복구한 주민들이 함석 기와를 많이 선택했습니다.

그 때문에 복구 후 전통미가 퇴색됐고, 이런 모습을 아쉬워하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앵커]
참 아쉬움이 많은 대목이네요. 복구 작업은 일단 마무리됐고, 당시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받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회복이 됐나요?

[기자]
네. 천년 고도 경주는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관광도시입니다.

특히 '수학여행 1번지'라고 할 만큼 많은 학생이 경주를 찾고 있는데요.

이번에 찾은 경주는 단체관광객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단출하게 여행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올해 8월까지 경주를 방문한 일반 관광객 수는 810만 명으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초중고 수학여행단 등 단체 관광객의 수는 여전히 바닥입니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하고 한 달 동안, 전국 430개 학교에서 예약 취소 전화가 걸려 왔는데요.

취소 인원만 4만7천여 명에 달했고, 숙박 단지 전체가 40억 원 가까운 손해를 봤습니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5천 명 정도 다녀간 것이 전부입니다.

업체 예닐곱 곳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휴업에 들어가거나 폐업했습니다.

[앵커]
저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좋아서 경주를 자주 찾는데요.

지진 여파로 전통미는 물론 관광산업까지 타격을 받았다니 안타깝습니다.

지금까지 전국부 허성준[hsjk23@ytn.co.kr]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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