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사기꾼 뺨치는 10대의 '또래 돈 뜯기' 수법

[취재N팩트] 사기꾼 뺨치는 10대의 '또래 돈 뜯기' 수법

2017.07.24.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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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대들이 같은 동네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를 수년 동안 괴롭혀 온 사건을 YTN이 연속해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담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웬만한 어른 사기꾼 못지않고 신분증도 사고판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피해자가 또 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승배 기자!

우선 어떤 사건인지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YTN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게 지난주 수요일입니다.

광주광역시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내용을 압축하면 중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동갑내기가 또래 친구 한 명을 심하게 괴롭힌 것입니다.

옷을 벗겨 찬물을 뿌리고 알몸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누워있는데 몸에 오줌을 싸기도 했습니다.

때려서 코뼈를 부러뜨렸고 머리카락에 불을 질러 태우기까지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버스비가 없다고 전화하면 있는 곳까지 찾아가서 돈을 줬습니다.

힘이 센 친구가 배고프다고 하면 먹을 것을 챙겨줬습니다.

이런 짓을 벌였는데 이들 무리는 이 모든 행동을 '장난'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싫은 내색을 하면 '친구'를 들먹였다고 상담 교사는 말했습니다.

"친구인데 그것도 못하냐"는 식이라고 했습니다.

[앵커]
그동안 이런 사건을 보면 선배가 후배를 때리고 괴롭히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이 사건은 모두 동갑내기 친구들입니다. 게다가 하는 행동을 보면 친구가 아니라 마치 하인이나 몸종 같은 생각마저 드는데요.

이것도 모자라 돈을 빼앗는 황당한 수법도 있다면서요?

[기자]
대출이라고 부르는 수법입니다.

'대출'의 사전적 뜻은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들 10대 무리가 쓰는 대출의 개념은 완전히 다릅니다.

서열이 높은 한 또래가 약한 친구에게 "돈 있으면 주라"고 했는데 "돈이 없다"고 하면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합니다.

"내가 대출해 줄게" 이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말만 대출이지 그렇게 말만 하고 자기 돈으로 자기가 쓸 물건을 삽니다.

실제 돈은 상대방에게 주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일주일 뒤에 돈을 갚으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빌린 돈의 두 배를 달라고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만 원 대출해 줄게" 이러고 자기 돈으로 본인이 피울 담배를 사고 나중에는 돈 빌려줬으니까 2만 원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앵커]
과거에는 골목길 같은 곳에서 서 있다가 돈을 뜯어내고는 했지 않습니까? 속칭 '돈 뜯는다'고 했는데.

지금 이 수법을 보면 이전 수법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저도 처음에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선뜻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사실 수법만 놓고 보면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마찬가지거든요.

지금 이 친구들이 만 나이로 하면 16살,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렇게 괴롭혔다고 하니까 그때 나이를 보면 고작 14살에서 15살밖에 안 됩니다.

이렇게 어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런 행동이 비단 지금 문제가 불거진 이 10대 무리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아이들을 상담한 전문가는 "이런 대출 수법은 요즘 이 또래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놀라운 게 아니다"는 말을 했습니다.

흔히들 이렇게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례 얘기를 했는데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같은 수법으로 돈을 달라고 했는데 갚지 않자 한 10대는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대신 돈을 받아간 일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앵커]
친구가 돈이 없다고 해서 안 갚으니까 부모님을 찾아가서 돈을 주라고 했다는 거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너무 황당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출도 대출이지만 주민등록증까지 사고판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상담한 전문가가 한 얘기입니다.

불법으로 위조된 주민등록증이 돌아다닌다는 겁니다.

친구들끼리나 학교 선후배 사이에서 돈을 주고 거래를 한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또래들 사이에서는 적게는 2만 원, 많으면 5만 원씩을 주면 신분증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조작하는 전용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신분증을 검사한다고 해도 중학생 때부터 술과 담배를 사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실제 상담 내용을 보면 생일에 모텔 방을 잡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담배를 살 때 이렇게 구한 신분증을 썼다는 진술도 있었습니다.

[앵커]
충격적인 내용이 또 있습니다. 현재 경찰에 신고된 것만 내용만 보면 피해를 본 학생이 한 명인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 학생이 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경찰에 정식 신고가 접수된 게 지난달 30일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난 19일 YTN이 처음 보도를 했습니다.

2주가량 시간이 지난 건데요.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사건이 보도되면서 피해자 A 군이 무리에서 빠졌습니다.

이들 또래는 한 인터넷 메신저에 단체 방을 열어놓고 잡담을 하고 연락도 했는데, 여기서도 강제 퇴장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그 이후에 또 다른 친구가 같은 식으로 피해를 받는 것으로 상담 결과 확인됐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A 군에게 발견됐던 비슷한 괴롭힘 유형이 무리에 있는 다른 학생에게서 발견됐다는 겁니다.

이 전문가는 "남은 무리 가운데서 가장 힘이 없거나 순종적인 학생들이 다시 피해자가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정확히 몇 명인지는 예단하기 이르지만, 한두 사람이 징후가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한 사람이 무리에서 나가니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단순 괴롭힘이 아니라는 얘긴데요.

[기자]
맞습니다.

피해자를 상담한 전문가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동갑내기 친구지만, 자기들끼리는 보이지 않는 서열이 있다는 겁니다.

마치 동물의 세계처럼 힘이 센 친구부터 약한 친구까지 순서가 정해졌다는 것입니다.

호칭도 있습니다.

가장 싸움을 잘하고 힘센 친구는 '센터'라고 불렀습니다.

이 무리에서는 감히 반항하거나 덤빌 생각조차 못 하는 제왕적인 존재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위치에 따라 역할도 나눴습니다.

가장 약한 아이들은 밥값과 교통비, 음식 등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술과 담배 심부름 담당도 따로 있다고 했습니다.

피해자 A 군은 돈 담당이었는데, 한 주에 적어도 10만 원씩은 친구에게 줬다고 밝혔습니다.

[엥커]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라서 믿기가 힘드네요. 지금 이 사건 경찰이 수사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피해자 A 군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피해자 A 군은 1차례 조사를 마쳤고 현재는 가해자로 의심되는 친구들을 불러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우선 3명가량이 유력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자들이 더 있다는 정황이나 주장이 나오는 만큼 상황에 따라 추가 입건이나 조사도 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여서 정확히 몇 명이 관련돼 있는지, 또 어느 정도 동안 괴롭혔는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별도로 교육청도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동갑내기 또래,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한동네에 산 친구들이 이렇게 무자비한 짓을 했다는 것이 더 충격적입니다.

더는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철저하게 수사하고 이를 막을 대책을 어른들이 고민할 차례입니다.

지금까지 이승배 기자[sbi@ytn.co.kr]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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