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사망자 역대 최소?...이상한 집계

물놀이 사망자 역대 최소?...이상한 집계

2012.09.10. 오전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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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물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와 오빠가 뛰어들었다가 3명이 모두 숨지면 물놀이 사망자는 몇 명일까요?

정부는 딸 1명만을 물놀이 사망자로 잡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물놀이 사망자 통계, 지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정부는 최근 올 여름 물놀이 사망자가 역대 최소라고 발표했습니다.

2008년 155명에 달했던 여름철 물놀이 사망자가 2009년부터 대폭 줄어들더니, 올해는 지난 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전폭적인 예산 지원과 함께 구조 인력을 대폭 확대해 성과를 낸 것으로 자평했습니다.

[인터뷰:소방방재청 관계자]
"전년에 비해서 올해는 시설, 구명조끼나 구명환 등 시설 장비를 대폭 많이 확충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물놀이 사고가 실제로 많이 줄어든 것일까?

정부가 지난 여름 단 2명의 물놀이 사망자가 생겼다고 발표한 홍천강입니다.

하지만 실제 6, 7, 8월 석 달간 홍천강에선 15명의 피서객이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이런 큰 차이가 난 이유는, 정부가 전국 자치단체에 내려보낸 물놀이 인명피해 통계지침 때문.

지침에는 안전 부주의와 수영 미숙, 수상레저기구 전복 등 6가지 종류만을 물놀이 사고에 포함하라고 돼 있습니다.

물에 빠져 숨졌지만 만약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면 집계에서 제외했고 피서객이 다슬기를 잡다가 숨져도 단순 어업활동으로 분류했습니다.

물놀이를 왔다 급류에 휩쓸린 딸을 구하려다 함께 숨진 아버지와 오빠는 아예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 여름 석 달동안 강원도에서 물놀이를 하다 숨졌다고 정부가 발표한 사람은 모두 5명.

하지만 같은 기간 강원 도내에서 물에 빠져 숨진 사람은 어림잡아 쉰 명이 넘습니다.

[인터뷰:소방방재청 관계자]
"기본적으로 물놀이사고로 잡는 부분이 피서를 목적으로 가서 물놀이 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경우만 물놀이 사고로 잡고 있거든요. 올해 통계기준이 마련된 게 아니고 2009년부터 통계기준을 만들어가지고..."

정부는 해마다 물놀이 사고 현장을 방문해 물놀이 예방 대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지고, 정부에 유리하게 포장된 홍보성 통계 자료를 근거로 과연 제대로 된 예방대책이 가능할지 우려됩니다.

YTN 지환[haj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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