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87년, 뜨거웠던 한 시대를 돌아보다

[인터뷰] 1987년, 뜨거웠던 한 시대를 돌아보다

2017.12.27. 오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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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준환 / 영화감독

◆ 앵커 :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이 오늘 개봉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가 역사를 바꾸기까지의 과정을 철저한 고증과 탄탄한 연출로 스크린에 옮겨서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영화를 연출한 장준환 감독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감독님, 어서 오십시오.

한국 현대사를 바꾼 사건입니다. 6월 항쟁. 참 다루기가 어려운 소재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구상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 인터뷰 : 일단 현대사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주 중요한 민주주의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족적을 남긴 자랑스러운 역사인데 아무도 얘기하지 않고 있고 왜 아무도 이 뜻에 대해서 아무도 담론이 없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고 화도 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 앵커 : 이 영화를 기획하신 게 사실 2년 전부터라고 제가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 당시에는 이게 만들어져도 개봉이 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셨다고도 들었어요.

◇ 인터뷰 : 모두들 다 기억하시겠지만 2년 전에는 전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관한 흉흉한 소문도 있었고 실제로 피해를 당하는 예술인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정부 안에서 이것을 완성해낼 수 있을지. 그래서 저희가 굉장히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추진을 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사실 그 계기가 촛불집회를 보면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셨다 이런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실제로 마지막 장면을 보니까 촛불집회 당시 상황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 인터뷰 : 사실 우리가 이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쓸 때는 정국이 이렇게 될지 모르는 상태였죠. 그래서 우리가 시나리오를 거의 다 완성하고 제작에 들어가려고 할 때쯤 정국이 순식간에 바뀌면서 많은 시민들이 또 광장에 나와주셨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광장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또 30년 후에 또 이런 일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런 부분이 신기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씁쓸하고 왜 또다시 이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나와야 하는가, 엄동설한에. 그런 부분이 많이 안타까웠던 것 같습니다.

◆ 앵커 : 저희가 영화를 어제 보면서 참 거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결국에는 용기와 양심 이 두 가지로 축약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인터뷰 : 저도 이 시나리오를 접하고 자료조사를 하면서 우리가 그냥 박종철, 이한열 열사. 은폐됐던 게 밝혀져서 큰 항쟁이 있었다 정도만 알고 있었지 사실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들이 있었는지 몰랐었거든요.

그 안에는 또 각자의 맡은 바 직종 안에서 각자의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용기내서 진실에 대해서 언급하고 이야기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6월 항쟁까지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앵커 :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가 역사를 바꿨다 이런 말씀으로 이해가 되기도 하는데.

◇ 인터뷰 : 그 모든 사람들이 하나하나 주인공이 되고 결국에는 광장에 나온 모든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앵커 : 광장에 나온 모든 시민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만큼 방대하기도 하고요. 또 굉장히 진지한 내용이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까 이게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상업영화지 않습니까? 그래서 특별히 고민이 된다거나 아니면 좀 고안하신 부분이 있을 텐데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 인터뷰 : 일단 불과 30년 전의 이야기고 그 시대를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팩트 안에서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팩트만을 다루려면 그냥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낫겠죠.

우리는 영화로 만드는 거니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담을 건가, 얼마나 박진감 있게,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을 건가, 그런 부분에 많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 앵커 : 사실 저희가 어제 일을 마치고 근처에 미리 개봉한 곳이 있어서 가서 보고 왔거든요. 그런데 보면서도 제 옆에 앉은 분들도 그랬고 앞에 앉는 분들도 그랬고 많이 울고 계시더라고요.

감독님께서도 영화 만드시면서 좀 많이 우셨다고 들었거든요. 울보 감독이라는 별명이 생겼다고요?

◇ 인터뷰 : 좀 민망하게 자기가 연출한 영화를 보고 울었다 그래서 굉장히 창피해하고 있는데요. 사실은 이게 하나의 영화지만 영화 외적으로 더 확장되는 의미와 인연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왔고 또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영화 외적으로 더 다가오는 것 같고요. 저도 딸을 둔 아빠이기 때문에 사실 이 영화를 제 딸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만들어보겠다 결심한 부분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 또 영화에서 너무 꽃다운 나이에 돌아가신 열사분들의 장면들을 촬영한 것을 보거나 그런 걸 보면 영화 외적으로 더 계속 가슴이 아파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울보 감독이 됐습니다.

◆ 앵커 : 어제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셨는데 어제는 안 우셨어요?

◇ 인터뷰 : 어제는 제가 굉장히 마음을 다잡고 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울면 안 되겠다 싶어서.

◆ 앵커 : 사실 관객분들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마지막에 그 당시 사진이나 영상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보면서 우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인터뷰 : 사실은 그 장면을 위해서 이 영화가, 모든 드라마들이 다 그쪽을 향해서 달려간다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30년 전에 그렇게 광장에 나와서 외쳐주신 국민들이 없었다면 사실은 지금의 우리는 아직도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죠. 민주주의의 기초와 틀을 다져놓은 커다란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실제로 그 인물들을 보게 되면 더 마음에 와 닿고 그런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 앵커 : 그리고 감독님의 아내이자 배우 겸 감독인 문소리 씨도 깜짝 등장을 하는데 영화 촬영할 때나 개봉한 이후에 특별히 나눈 이야기가 있습니까?

◇ 인터뷰 : 특별히 나눈 이야기는 없는데 기술 시사 때 같이 옆에 앉아서 영화를 봤는데요. 굉장히 많이 울고 울어주고 그래서 사실은 별 큰 말은 필요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저한테 큰, 잘했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 앵커 : 그 눈물에 많은 게 포함이 돼 있었던 거군요.

◆ 앵커 : 문소리 씨 같은 경우에는 제 생각에는 상당히 인상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작지만. 여러분도 꼭 찾아보셨으면 좋겠고요. 이제 주요 배역들을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씨, 지금 이름 들으면 아 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 캐스팅은 어떻게 하셨고 그리고 연기는 또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 인터뷰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우리 영화는 김윤석 선배님이 맡은 박 처장이라는 악의 축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부딪치고 도전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구조거든요. 그래서 각자의 인물들이 다 소중하게 주인공처럼 보여야 했고 그래서 많은 인물들이 굉장히 밀도 있게 서로 릴레이하듯이 그렇게 이어지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인물들이 많다 보니까 관객분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잘 따라 갈 수 있을까 그런 게 많이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잘 알려지고 일단 연기를 잘하시는 배우분들한테 부탁을 드렸는데 다들 너무나 흔쾌히 수락해 주시고 참여해 주셔서 방금 말씀드린 배우분들 말고도 아마 영화 보시면 이 배우도 나와? 이 배우도 나와? 놀라실 부분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 앵커 :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설경구 씨도 잠깐 나오는데 그 존재감이 상당했거든요. 정말 대단한 배우들끼리 릴레이를 하면서 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런 느낌도 받았는데 사실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쟁쟁한 배우들이 영화의 취지에 공감해서 출연을 자처했다 이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어떤 배우들이 있었나요?

◇ 인터뷰 : 조우진 씨도 있었고요. 또 정인기 배우 그리고 많이들 아시는 오달수 선배님. 오달수 선배님은 실제로 박종철 열사의 부산 혜광고 후배이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무튼 많은 배우분들께서 스스로 이 영화의 작은 역이라도 참여하고 싶다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고 이 기회를 빌려서 감사하다는 말씀 또 한 번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 앵커 : 지금 영화 속 인물들이 대부분 실존인물이다 이렇게 들었습니다. 사실 잘 드러나지 않은 인물들도 있고요. 이런 사실은 어떻게 조사를 하셨는지, 인물들은 어떻게 또 알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인터뷰 : 사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이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을 했어야 됐기 때문에 실존인물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런 게 첫 걸음이 될 텐데 그런 작업을 하지를 못했어요.

사실 그렇게 하다가 이 프로젝트가 알려지게 되면 어떤 불이익이나 걸림돌이 생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문서들, 자료들, 이런 것들을 모아서 거기에서 우리가 영화적인 캐릭터들을 입혀서 작업을 했습니다.

◆ 앵커 : 실제로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유족들도 영화를 먼저 봤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 인터뷰 : 사실 이한열 열사 가족분들은 아직은 못 보셨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아직 보실 준비가 안 됐다고 조금 이따 보시겠다고 하셨고요. 박종철 열사 형님, 누님께서 보셨는데 정말 너무 많이 걱정했거든요.

제일 많이 걱정한 게 유족분들 그리고 그 당시 피땀 흘리셨던 많은 분들한테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폐가 되지 않을까 그런 부분이 굉장히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진짜 큰 시름 놓은 것 같습니다.

◆ 앵커 : 사실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지난해 촛불집회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30년 전에 이렇게 1987년 당시의 얘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을 했습니다.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관련해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 인터뷰 : 그래서 일부 관객분들께서는 시류에 편성했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기도 하시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억울한 부분이 있고요. 저희는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부터 걱정하면서 그렇게 시작한 부분이라 그런 게 굉장히 절묘하게 두 광장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말 대단한 국민들이다, 정말 대단히 힘이 있는 국민들이다,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던 것 같습니다.

◆ 앵커 : 6월 항쟁을 다룬 영화입니다. 1987 감독 장준환 감독과 얘기를 해봤습니다. 여러분도 극장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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