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의 기능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바스크립트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자바스크립트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참고 하세요.

[취재N팩트]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

동영상시청 도움말

Posted : 2017-10-16 13:09
앵커

영화 촬영 도중 상대 여배우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남자 배우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잇따른 영화계 성추행 논란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윤현숙 기자!

이른바 '남배우 A 사건' 이라고 불리죠.

영화를 찍다가 남자 배우가 상대 여배우 몸에 강제로 손을 댄 사건인데, 연기인지, 추행인지 논란이 컸는데,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았다고요?

기자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인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한 저예산 영화 촬영장에서 발생한 일인데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 부인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중이었습니다.

상반신 촬영으로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로 했던 사전 합의와 달리, 남자배우 A 씨는 연기 도중 상대 여배우의 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는 행동을 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남자 배우가 감독 지시에 따라 자신의 배역에 몰입해 연기한 업무상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 뒤 여성계와 영화계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남배우의 행동은 연기가 아닌 명백한 성폭력이라며, 암묵적으로 계속된 영화계 성폭력에 대해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남자배우의 행동이 감독 지시 사항에 없는 일이었고 촬영도 얼굴 위주로 이뤄져 정당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배우 A 씨는 2심의 유죄 판단에 불복해 곧바로 상고하면서 최종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앵커

피해 여배우 측은 이번 판결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는데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요?

기자

영화계와 여성계를 중심으로 '남배우 A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있는데요.

공대위는 오는 2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엽니다.

기자회견장에는 피해 여배우도 참석해 심경을 밝힐 예정인데요.

쏟아지는 관심에 심적 부담을 느껴 아직 최종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항소심 유죄 판결이 난 직후, 공대위는 성행위나 성폭력과 관련한 연기에 있어서 사전합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는데요.

배우와 합의되지 않았다면 가상의 연기가 아니라 실제 성폭력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는 첫 번째 사례로 가치가 남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영화계에서 발생해왔던 성폭력을 묵인해 온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앵커

윤 기자 말대로, 최근 영화계 내 성폭력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기자

네, 지난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영화계 내에서도 곪은 상처가 터지듯이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는데, 상대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 문제가 됐죠.

'피에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로 해외에서도 유명한 김기덕 감독도 지난 8월 한 여배우에게도 피소를 당했습니다.

정사 장면을 강요하고 폭행을 당했다는 게 이 배우의 주장인데요.

김 감독은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촬영에 집중하다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배우 측은 폭행을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화 '전망 좋은 집'의 이수성 감독과 배우 곽현화 씨도 노출 장면을 둘러싼 갈등 끝에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감독이 배우의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이 추가된 '감독판'을 IPTV에 유료배포한 사건인데요.

1,2심에서 재판부는 감독의 손을 들어주며 무죄를 선고했고, 곽현화 씨는 이에 반발해 이 감독이 사전 동의 없이 영화를 배포한 것을 인정하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했습니다.

관계자들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영화현장에서 이런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모호한 시나리오와 엉성한 계약서, 강압적인 현장 분위기 속에 원치 않는 장면을 촬영하거나 폭행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단순히 배우와 감독 간 사적인 일이 아니라 영화 산업 내의 뿌리 깊은 불합리한 관행인 만큼 이 기회에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배우가 출연 계약서를 작성할 때 명확한 노출 수위 등 세부 사항을 담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현실적인 보호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앵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요즘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와인스틴의 성 추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성폭행 전력이 고구마 캐듯 줄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수사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영국 여배우 리셋 앤서니에 이어 다른 여성도 세 차례에 걸쳐 와인스틴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해, 성폭행 혐의가 계속 추가되고 있습니다.

앞서 할리우드에서는 기네스 팰트로, 안젤리나 졸리, 애슐리 저드 등 유명 여배우들이 잇따라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와인스틴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 '킹스 스피치' 등을 제작하며 미국 영화계 거물로 군림해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30여 년간 캐스팅 등을 미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유명 여배우나 배우 지망생을 상대로 성관계를 강요하고, 성추행과 희롱 등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은 구설수에 올라 이미지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했고, 배우 지망생들은 캐스팅 불이익 등 향후 커리어에 지장을 밝을까 우려돼 입을 닫으면서, 와인스틴은 무려 30년간 이런 일을 버젓이 저질러 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와인스틴은 회사에서 해고된 데 이어 미국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도 제명됐습니다.

미국 영화계와 정치권은 성 추문에 눈을 감거나 공모하는 시대가 끝났다며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성폭력 논란에 시달리는 우리 영화계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문화부에서 YTN 윤현숙입니다.
댓글등 이미지 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