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재료...北 개성 지역 추석 음식은?

화려한 재료...北 개성 지역 추석 음식은?

2017.10.03. 오후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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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숙자 /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앵커]
추석 앞두고 많은 분들이 모처럼 가족들 만날 생각에 들떠 계시겠지만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명절만 되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그리움, 명절 음식으로나마 달래보시는 건 어떨까요?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와 함께 북한, 특히 개성 지역의 음식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원래 고향이 개성이시라고 들었어요. 어릴 때 추억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인터뷰]
네, 저희 아버지, 어머니가 피난을 나오실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두고 내려오셨다고 해요. 그래서 늘 저희 아버님이 효자셨는데 두고 온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시면서 명절 때는 너무나 안타까워하시고 슬퍼하시는 걸 제가 보면서 자랐어요.

지금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돌아가셨지만 더 마음이 안타깝고...

[앵커]
그럼 어린시절에 고향에서 맞았던 명절 분위기는 어땠는지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

[인터뷰]
어머니는 항상 조청을 고시고 엿을 고시면서 그렇게 만든 것을 가지고 깨엿강정도 만드시고 산자나 밥풀과자라고 하죠.

그런 것도 만드시고. 개성음식을 어머니가 굉장히 잘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음식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앵커]
지금 안 그래도 오늘 전통음식들을 많이 준비를 해 오셨는데요. 북한하고 비교했을 때 요즘 우리가 먹는 명절 음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개성은 고려시대의 도읍지였죠. 송도, 개경 그랬어요. 그래서 음식이 대단히 전통적이면서도 굉장히 화려했어요. 그러니까 음식의 식재료가 굉장히 다양했죠.

그래서 정성이 들어가는 그런 음식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앵커]
이제 오늘 준비하신 음식을 하나하나 얘기해 봤으면 좋겠는데 저도 벌써부터 군침이 도네요. 추석 음식 하면 뭐니뭐니 해도 이 송편일 텐데. 오늘 개성식으로 준비를 하신 건가요?

[인터뷰]
네. 그래서 개성의 송편은 아무래도 거기는 경기도에 속하죠, 지금. 남쪽보다는 크기가 크고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맛이 더 있는 듯해요.

그리고 안에 들어가는 소도 다양하고요, 들어가는 속이 콩에 팥에 깨소에 밤, 대추. 이런 것들이 들어가고. 그리고 또 저희 개성뿐이 아니라 황해도에는 감자나 이런 걸 가지고 만들고. 이렇게 손자국이 나는 그런 소탈한 송편이 있었고요.

특히 평안도는 조개송편이라고 해서 마치 생긴 게 조개처럼 생겼는데 그 안에 깨를 볶아서 설탕과 간장을 넣어서 소를 넣었거든요. 북쪽은 남쪽보다 조금은 다르네요.

[앵커]
제가 지금 계속 보고 있으니까 참기가 어려워서 먹어봤으면 좋겠는데 어릴 때는 이게 깨가 들었는지 아니면 다른 게 들었는지 모르잖아요. 저도 오늘 한번 뭐가 들었는지 제가 직접 먹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솔잎을 넣고 쪄서 솔향기가.

[앵커]
씹히는군요.

[인터뷰]
깨가 들었죠. 추석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송편이죠.

[앵커]
어릴 때 먹던 그 맛인데 오늘 대표님 말씀을 듣고 제가 놀랐던 게 대추나 밤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요.

[인터뷰]
맞아요. 가을이니까 햇곡식, 햇과실. 햇것을 넣어서 조상님들에게 차례도 드리고 그리고 식구들하고 나눠서 드시거든요.

그러니까 가을이 이 송편 안에 가득 들어 있어요. 가을 하면 송편.

[앵커]
깨는 평소에 많이 먹어본 음식인데 요즘에도 대추라든가 밤이라든가 이런 걸 넣은 송편도 만드시나요?

[인터뷰]
네, 그렇죠. 그리고 무채를 썰어서, 무채를 볶아서 송편 속에 넣기도 하고요, 강원도 지역에서는. 무송편도 있고요. 그 지역에서 나는 그런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서 만드는 게 그 지방의 특색인 것 같아요.

[앵커]
오늘 송편뿐만 아니라 옆에 보면 토란탕이 있습니다. 토란탕은 흔히 보기 어려운 음식인데.

[인터뷰]
그래서 남쪽에서도 드시기는 하는데 이때 가을에 토양의 기운을 꽉 받았어요. 그래서 굉장히 즐겨서 가을에 드시는 음식인데 개성지방에서는 이렇게 토란탕도 드시지만 감자 찌듯이 토란을 쪄서 나눠 먹곤 했다고 해요.

[앵커]
토란을 쪄서 먹기도 했다.

[인터뷰]
네, 감자처럼.

[앵커]
그러면 어떤 맛이 나나요?

[인터뷰]
폭신폭신하고 고소한 것 같아요. 저도 많이 먹고 자랐거든요.

[앵커]
쪄서 먹는 토란은 어떤 맛일지 참 궁금해지네요. 그러면 옆에 바로 대표님 앞에 있는 게 갈비찜입니다.

명절 하면 갈비찜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인상적인 게 대추나 그리고 고기, 버섯 볼 수 있는데 특이하게 여기에 뭐가 또 추가로 들어간 거죠?

[인터뷰]
도라지가 들어가요. 개성지방에는 아시다시피 인삼이 많이 나잖아요. 그래서 1,인삼이요, 2, 더덕이요, 3, 도라지라 그렇게 말씀들을 하세요.

그래서 도라지가 인삼과 효능이 같잖아요, 비슷하죠. 그래서 인삼은 약재로 쓰시고 개성에서는. 음식할 때는 도라지를 넉넉히 넣으셔서 음식을 만드는 게 많아요.

[앵커]
도라지를 넣은 갈비찜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이게 갈비찜 지금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질기지 않게 만드는 게 참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특별한 비법이 있다면요?

[인터뷰]
좋은 질문이에요. 우선 갈비를 핏물을 완전히 빼셔야 잡내가 나지 않아요. 그리고 한번 끓는 물에 넣어서 다시 헹궈서 쓰셔야 국기름이 다 나가고요.

아주 중요한 것은 양념해서 고기가, 갈비가 다 익었을 때, 그때 양념장 국물을 위로 끼얹어서 이렇게 색깔도 갈색으로 내면서 윤기도 내고.

그래서 하루종일 지나도 아주 반질반질 윤기나고 맛있게 부드럽게 되고요. 또 양념하실 때 배즙을 조금 넣어도 연화작용이 있어서 굉장히 부드러워요.

[앵커]
배즙이 또 중요한 재료가 되겠군요. 시청자 여러분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보면 북어채 전유어라고 쓰여 있어요. 전유어라는 게 전을 말하는 거죠?

[인터뷰]
네, 그래서 후가 조선 후기 때부터 북어는 굉장히 귀한 식재료로 많이 쓰였다고 나와 있어요. 그런데 개성에서는 북어를 크게 토막을 쳐서 부드럽게 해서 전을 지져서 차례상에 높이 고이기도 했는데 오늘 이것은 북어를 물에 불려서 부드럽게 해서 쫙쫙쫙 찢어서 양념해서 전 재료에 같이 섞어서 부친 거예요.

그러니까 드시기 편하도록 북어를 채로 찢어서 넣은 거니까 한번 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앵커]
북어라고 하면 흔히 저희는 국을 끓여서 먹는데 이렇게 전으로 부친 건 저는 처음 보는 그런 상황입니다.

[인터뷰]
특히 북쪽에서는 북어 그러면 굉장히 귀한 재료로.

[앵커]
그렇군요. 맛은 어떤 느낌인가요, 식감은요?

[인터뷰]
저는 굉장히 부드럽고 북어향이 나서 저희는 꼭 추석에, 설 명절에 북어채전을 해서 꼭 먹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제 앞에 있는 이 음식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개성우메기. 저는 아까부터 이게 눈이 계속 가더라고요. 제가 단 음식을 좋아하는데 이건 어떤 음식인가요?

[인터뷰]
개성오메기 그래서 개성주악이라고도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떡 찌는 방법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개성주악은, 개성우메기는 기름에 지져낸 떡이에요.

[앵커]
떡이에요?

[인터뷰]
네, 떡이에요.

[앵커]
제가 한번 먹어볼게요.

[인터뷰]
한번 잡숴보시는데. 이게 굳지도 않고요. 한 달 동안 두고 드셔고 좋을. 찹쌀가루에다가 막걸리를 넣어서 발효시켜서 부풀린 거예요. 어떠세요, 드셔보니까?

[앵커]
지금 찹쌀 말씀하셨잖아요. 굉장히 쫀득쫀득하고. 찹쌀떡의 느낌도 나면서 겉은 바삭해요. 그런데 앞에 꿀을 발라놓으신 것 같은데요.

[인터뷰]
네. 집청을 해서. 그래서 개성지방에서는 우메기 빠진 잔치는 없다. 이러면서 무슨 큰 명절이나 잔치에 이 우메기, 개성우메기를 빠뜨리지 않고 올렸어요.

그만큼 우메기는 개성지방의 대표적인 떡입니다.

[앵커]
약간 지역에서 꿀떡이라고 해서 파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걸 먹는 맛 같기도 하고요. 저는 굉장히 새로운 맛인데 굉장히 맛있네요.

그러면 지금 선생님 왼편에 있는 나물을 또 가져오셨어요.

[인터뷰]
우리가 나물 하면 삼색나물도 주로 남한에서는 쓰시는데 북쪽 저희 개성에서는 무 채를 쳐서 소금에 살짝 절여서 볶고. 그래서 담백해요.

그리고 숙주나물은 데쳐서 아삭하고 미나리는 데쳐서 줄기만 넣었으니까 향긋하고 그리고 곶감채가 들어갔어요, 특별한 거는.

[앵커]
곶감이요?

[인터뷰]
곶감 말린 걸 채로 썰어서 넣어서 담백하고 향기 있고 그리고 곶감 채가 들어가서 달콤하고 아삭하고. 굉장히 특별한 나물입니다.

[앵커]
지금 주황색이 곶감인가요?

[인터뷰]
네.

[앵커]
이거 보면서 저거 한번 해보고 싶다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곶감을 나물이랑 무친다.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인터뷰]
무 채를 썬 것을 소금에 살짝 절여서 볶고, 아삭하게. 통통하게 잠시 데쳐내고. 그리고 미나리는 파랗게 데쳐서 줄기만 쓰고 그리고 곶감은 가늘게 채 썰어서 그냥 담백하게 참기름, 깨소금에 무치면 쉽게 나물이 나오는데 맛이 정말 별미예요.

맛이 정말 별미예요. 가을이 이 속에 들어가 있네요.

[앵커]
가을이요. 저 나물을 따뜻한 밥에 올려서 이렇게 먹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집에서도 해보실 만한 쉬운 음식이죠.

[인터뷰]
쉬워서요, 저는 오늘 나온 음식을 조금 주부님들이 해보시면 좋겠어요.

[앵커]
지금 갈비찜에는 도라지가 들어갔고요. 나물에는 곶감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북어채가 들어갔고요. 오늘 참 새로운 걸 많이 보는데 지금 가장 끝에 있는 강정도 얘기를 해 볼까요.

[인터뷰]
아마 깨엿강정 그러면 일반적인 깨엿강정이 아니라 개성지방에서는 깨엿강정 만들 때 조청을 쓰시는데 조청에 생강즙을 많이 넣으세요. 생강의 향기가 아주 대단하고.

그래서 이걸 잘 버무셔서 굳혀서 만드는데. 특별히 콩가루를 묻혔어요, 듬뿍. 그런데 콩가루를 묻히니까 달라붙지도 않고. 특별히 고소해요. 개성만의 깨엿강정입니다.

[앵커]
그러면 강정 하면 보통 끈적끈적한 느낌이 있는데 저것은 그렇게 끈적거리지는 않는가 보죠?

[인터뷰]
네, 이거 방송 끝나면 꼭 드리고 갈 테니 잡숴보세요.

[앵커]
알겠습니다. 얼른 끝내고 먹어봐야겠네요. 그러면 오늘 이렇게 대표님이 준비해 오신 개성 지방의 음식을 보면서 고향 떠올리실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그분들께 한말씀 하신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인터뷰]
저는 어머니, 아버지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걸 옆에서 많이 봤어요. 그래서 우리가 남과 북이 많이 어려운데 어서 화해하고 더 서로 화합해서 연세가 많으셔도 북의 부모님이나 친척들을 못 만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만나는 그런 어떤 기쁨, 한을 풀어드리는 그런 작은 기쁨을 드리는 그런 음식이 되고 그런 추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실향민 여러분들도 이 음식으로 그리움을 달래고요. 그리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한번쯤 이렇게 시도해 볼 법한 그런 맛있는 명절 음식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와 함께 북한, 특히 개성 지방의 음식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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