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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①[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Posted : 2017-08-28 10:55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일대.

지금은 아파트와 공장이 즐비하게 들어섰지만, 한때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영토 쟁탈전을 벌인 한국 고대사의 중심 무대이기도 했다. 일대에서는 삼국의 유물, 주거지, 분묘가 함께 출토된다. 고려 토기편과, 주거터, 조선 시대 건물지와 기와도 나온다. 인근에서는 신석기, 구석기, 청동기 시대 유적도 확인됐다. 그야말로 땅속 곳곳이 한국사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이미 여기저기 유물 산포지가 설정되어 있지만, 시굴 발굴 조사를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매장문화재 구역이 추가될 개연성이 높은 지역이다. 그런데 위 지도를 보면, 유물 산포지를 에워싸거나, 그 영역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수많은 빨간 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 조사를 사전에 실시하지 않고 건축 행위가 이뤄진 지점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①[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경기도 화성시 요리와 길성리 일원. 야트막한 구릉 사이로 한성 백제 시대의 중요 유적이 자리 잡고 있다.자연적인 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축조한 3, 4세기 토성이다. 서울 몽촌 토성에 버금가는 규모의 국가 사적 급으로 평가됐고 일대에서는 유물들이 대량 출토됐다. 백제 토성으로 확인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토성은 안내판 하나 없는 비지정 문화재로 방치되어 있다. 토성 내부에는 이미 수많은 소규모 사업장과 창고가 지어졌고(지도의 적색 점), 외곽에도 작은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성 안팎으로 적지 않은 유물 유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화재청이 설정한 매장문화재 구역도는 지극히 제한적인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노란색 영역) 발견된 토성만 띠 형태로 매장문화재 구역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성 안팎 인접 구역의 문화재 관리는 대부분 무방비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문화 유적이라고 할 만큼 매장문화재가 많은 국가이다. 땅 밑에 숨어있는 수많은 유물과 유적은 수백, 수천 년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역사의 타임캡슐이라고 할 수 있다. 매장 문화재의 밀도가 높은 곳은 대대로 생태적으로 살기 좋은 인구 밀집 지역, 행정, 군사, 문화의 중심이었던 장소이다. 문제는 이런 지역은 후대에도 개발 행위가 집중될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개발과 문화재 보존 원칙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대목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한 사회는 그 시대의 양식과 고고학적 식견에 부합하는 나름의 방안을 찾는다. 모든 건축 토목 공사를 하기 전에 예외 없이 문화재 시굴 조사를 벌이거나 (일본), 전 국토에 대한 촘촘한 사전 조사를 기반으로 매장 문화재를 관리하거나 (영국), 국가 연구 기관이 중심이 되어 매장 문화재 사전 진단을 하는 방식(프랑스) 등이다.

한국은 1999년에 개정 문화재 보호법에 문화재 지표 조사를 법제화하면서 외국과는 다른 매장문화재 관리 방식을 택했다. 사업 면적 3만 ㎡ 이상의 건축 토목 공사만 사전에 매장문화재 지표 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지표 조사는 땅을 파보지 않고, 지상에 드러난 유물 파편이나, 고문헌과 고지형 분석 등을 통해 매장 문화재의 존재 여부를 판단한다. 매장 문화재 시굴 발굴 조사의 사전 단계 성격으로 매장 문화재 관리의 기초가 되는 조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3만 ㎡는 어느 정도의 면적일까? 상암동 월드컵 축구경기장 넓이로 따지면, 축구장 4개를 조금 넘으며, 준산업단지로 인정받는 작지 않은 면적이다. 애초에 3만㎡로 기준을 정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문화재 당국과 경제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현실적 제약을 들어 절충점으로 3만㎡라는 면적을 설정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①[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 지역을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이하 '유존지역')으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그 바깥 지역이 실제 3만㎡ 기준이 적용되는 구역이다. 유존지역 내부에서 이뤄지는 건축 행위는 지표 조사보다 더 나아간 입회, 시굴, 정밀발굴 등의 적절한 문화재 조사를 받도록 하기 때문이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3만 ㎡ 기준이 도입된 1999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국내 건축 인허가 데이터 118만 1313건을 조사했다. 먼저 3만 제곱미터를 넘는 공사의 비율을 따져보았다. 문화재 지표 조사를 받는 3만 ㎡ 이상의 공사는 건수로 전체의 0.2%에 불과했고 면적비율로는 29%였다. 기껏해야 건축 사업의 1/3 이 채 안 되는 부분만 매장 문화재 조사를 하는 것이다. 나머지 상당수는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앞서 사례에서 본 지도의 빨간 점들이 이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중소규모 사업장들이다.



①[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3만 ㎡ 미만의 중소규모 개발 사업이 기존의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에 인접한 장소에 몰릴 경우이다. 유존지역은 기존의 지표조사를 통해 얻은 한정된 고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설정한 구역이다. 유존 지역과 유존 지역 사이나 그 외곽에서 새로운 매장문화재가 출토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문화재 밀도가 높으면서도 개발 압력도 가장 높은 수도권의 경기도와 인천 지역에 대해 공간 분석을 시도했다. 한국 고고학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매장문화재 존재 가능성이 높아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영역을 유존 지역 외곽에 설정했다. 일반 매장 문화재 유존지역으로부터 100m 이내, 시·도 지정 문화재로부터 300m, 국가 지정문화재로부터는 500m 이내 범위이다. 행정적으로 3만㎡ 미만 사업에 대해서는 대부분 지표 조사를 면제하거나. 입회나 표본 조사 등의 다른 문화재 조사도 극히 한정적으로 실시하는 영역이다.

①[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실제로 이 같은 관심 범위에서 별다른 문화재 진단을 받지 않은 '깜깜이 공사'를
추출했다. 다른 지역보다 매장 문화재 존재 여부에 더 신경 써야 하는 구역임에도 문화재 훼손 위험을 제대로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채 건축 인허가가 나간 공사지점이다. YTN은 이 같은 '깜깜이 공사' 분포를 유존 지역과 비교해 탐색할 수 있는 매장문화재 SOS 지도를 제작해 인터넷에 공개했다. 붉은색 지점이 '깜깜이 공사' 지점이며, 노란색 영역은 매장문화재 유존 구역이다. 내가 사는 동네 어디에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이있고, 그 주변을 소규모 건축 행위가 어떻게 파고들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방법론은 별도 글 '매장문화재 SOS 지도 어떻게 만들었나'를 참고)




(포털 기사에서 인터랙티브 지도가 나타나지 않으면, http://bit.ly/2vj67b3 에서 지도를 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지도에 나타난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깜깜이 공사'의 규모를 합산했다. 지난 18년 동안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깜깜이 공사'는 21,204개, 18.6 제곱미터에 달하며, 국제규격 축구장 면적으로 따지면 2,513개에 해당하는 면적이었다.

①[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포털 기사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나타나지 않으면, http://bit.ly/2vA8XDW 에서 애니메이션 지도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위 지도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깜깜이 공사'의 분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1999년부터 꾸준히 늘다가 주택 건축이 활발했던 2007년에 급격히 확산했고, 이후 규제 완화의 바람을 타고 그 증가세는 계속됐다. 배율을 달리하면서 살펴보면, 지역마다 각기 어떤 패턴으로 점들이 누적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간 고고학계 일각에서 3만㎡ 지표 조사 규정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매정문화재 행정의 사각지대를 대용량 데이터를 통한 공간 분석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 문화재 SOS 지도를 탐색해보면, 유존 지역 인근을 '깜깜이 공사'가 포위해 버리거나, 유존 지역 사이의 틈새를 파고드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명목상으로는 합법적인 건축 행위지만, 매장문화재의 훼손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업들이다. 건물 종류를 갯수로 볼 때, 단독주택 공사가 37.7%, 제2종 근린생활시설 (음식점, 은행, 종교 시설 등) 이 18.2%, 제1종 근린생활시설(상점 및 소매점, 병원 등) 이 14%, 공동주택이 13.8%에 달했다. 합산 면적으로 따지면 단독주택이 19.9%, 제2종 근린생활시설 17.5%, 공장이 16.5%, 제1종 근린생활시설이 13.6%, 공동주택이 6.8%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빌라, 식당, 상점,공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건물이다. 더욱이 대지면적 1000㎡ 미만 즉 300평 정도가 채 안 되는 소규모 공사가 82.4%였고, 1001~2000㎡ 사이가 10.3%, 2001~3000㎡ 사이가 3.2%였다. 100㎡ 단위로 끊어보면, 201~300㎡ 가 17.7%로 가장 많았고, 301~400㎡가 14.4%, 401~500㎡ 이 10.4%의 순서였다. 대지 면적 60평에서 90평 정도의 주택 건축이 많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난개발이라 하면, 대규모 개발 사업을 떠올리지만, 소리없이 확산하는 소규모 난개발의 문제점은 누적 데이터로 조사하지 않으면 그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현행 매장문화재 보호법은 유존지역 외곽의 3만㎡ 미만 건축 공사라도, 필요시에는 지자체 직권으로 지표 조사를 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YTN 취재 결과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시군구 중 3만㎡ 미만 공사에 대해
지표 조사를 명령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경기도의 한 공무원은 "어쩌다가 한 번 지표 조사를 명령했다가 윗분에게까지 항의가 들어오고, 각종 민원에 시달림을 당한 뒤, 다시는 3만㎡ 미만 공사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시굴,발굴 조사 등으로 연결될 경우의 추가 비용 부담과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 때문에 매장 문화재 조사를 불필요한 규제로 여기는 인식이 짙은 것이다. 그 사이에 '깜깜이 공사'는 속수무책으로 증가하고 있고
어디서 어떤 문화재가 훼손됐는지에 대한 정밀한 진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고고학회장인 한신대 한국사학과 이남규 교수는 "3만 ㎡ 미만 사업으로 수많은 지역이 문화재 조사 없이 개발됨으로써 부지불식간에 엄청나게 많은 매장문화재가 20년 가까이 파괴됐다고 할 수 있고, 그런 부분이 우리나라 역사 문화를 보전하는데 치명적인 결함으로 누적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고고학자들은 3만㎡ 기준을 더 적은 면적으로 강화하더라도, 그것으로 문제가 다 보완되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박순발 교수는 "3만㎡ 규정은 비유적으로 말해, 일정 규모 이상의 물고기는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잡는 격" 이라며 "이처럼 일정한 격자 크기의 그물망, 즉 땅의 면적 단위로만 매장문화재를 생각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매장문화재의 분포와 밀도가 지역마다 다른데 3만㎡라는 일률적인 잣대로 관리하는 게 모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3만㎡ 규정은 매장문화재 지표조사를 법적으로 시행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소규모 난개발이라고 할 만한 수많은 건축행위를 내버려 두는 부작용도 확인됐다. 이제 20년 가까운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20년을 향한 진지한 논의와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추가 보도를 통해 매장 문화재 보호 제도의 난맥상을 짚어보고 관련 제도의 대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취재 · 분석 : 함형건
데이터 정리· 분석· : 권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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