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여배우 대사 '겨우' 27%, 할리우드의 성차별

영화속 여배우 대사 '겨우' 27%, 할리우드의 성차별

2017.01.26. 오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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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여배우 대사 '겨우' 27%, 할리우드의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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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퀸, 원더 우먼, 주디 홉스, 진 어소, 블랙 위도우 등 지난해 할리우드 극장가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여성 배역의 역할과 비중이 증가한데 반해, 여성의 대사 비중은 영화 전체의 27%에 불과해 할리우드 내에서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영화속 여배우 대사 '겨우' 27%, 할리우드의 성차별


이 조사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둔 상위 10개의 영화(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도리를 찾아서, 주토피아, 정글북, 마이펫의 이중생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데드풀, 신비한 동물사전,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대사가 아예 없는 인물들은 포함하지 않았고, 등장인물 중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어 조사가 시행됐다.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위 10개 영화 가운데 대사가 있는 여배우의 비중이 50% 이상인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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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대사가 있는 여성 캐릭터는 전체 영화의 9%에 불과했다. 그마저 78%는 여성 주인공에게 편중되어 있었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인 ‘진 어소’ 외의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는 거의 없는 것이다. 개봉 당시 로그 원은 포스터 속 유일한 여성이 주인공밖에 없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성 캐릭터가 대화의 50% 이상을 이끌어가는 영화로는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가 유일했다. 영화 속 주인공인 물고기 ‘도리’는 암컷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영화 속 도리는 대화의 76%가 독백이었다.

영화속 여배우 대사 '겨우' 27%, 할리우드의 성차별

(▲ Amber Thomas의 ‘Gender Equality and Dialogue in 2016’s Highest Grossing Films’ 부분 발췌)

이외에도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원더우먼의 대사는 배트맨보다 약 6배가량 적었으며, ‘정글북’에서 여성 캐릭터의 대사는 영화 속 전체 대화 중 10%에 불과했다. 한편 조사 결과를 접한 이들은 양측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성차별을 보기 위해 극장에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중요한 캐릭터는 왜 항상 남자인지 모르겠다”며 영화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과 “대사의 양처럼 수치화된 정보만으로 영화 속 남녀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것은 난센스다” “성 평등을 위해 배트맨과 슈퍼맨마저 여성으로 바꾸란 말이냐”며 조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의 의견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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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중 문화평론가는 “평등할 것 같은 미국 문화계 역시 ‘화이트워싱’처럼 인종차별문제나 젠더문제가 여전하다”며 “남성 위주의 콘텐츠가 나오는 환경은 남성 중심 세계관이 보편화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갈등 자체를 부각하기 보다는 여권 신장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TN PLUS 김성현 모바일PD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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