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천경자 위작 논란...미술계 진실게임

이우환·천경자 위작 논란...미술계 진실게임

2016.06.30. 오후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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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운 /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2계장 : 경찰의 수사와 동일하게 민간감정기관들과 국과수 역시 압수 그림이 진품과는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우환 / 화백 : 결론은 한 점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호흡이나 리듬이나 채색을 쓰는 방법이 전부 내 것이었습니다.]

"내 그림이 맞다, 아니다 모두 위작이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내 작품이 맞다고 하고, 경찰은 모두 가짜라며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 추상화의 거장, 이우환 화백의 이야기입니다.

이 화백은 어제 경찰에 출석해 위작 논란을 받고 있는 13점의 그림 모두,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진술했는데요.

수사기관과 작가 본인이 대치되고 있는 이 상황에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대표작 '점으로부터' 등으로 유명한 이우환 화백은 프랑스의 레종도뇌르 훈장과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미술계의 거장입니다.

국내에서도 그림값이 가장 비싼 작가이기도 하죠.

그러던 중, 지난 2012년부터 위작 유통설이 나돌기 시작했는데요.

지난해 경찰은 화랑을 압수 수색했고, 국립과학수사기관과 민간 감정기관의 조사 끝에, 13점이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경찰은 일본으로 도피했던 위조 총책의 자백도 받아냈고, 위작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 천경자 화백 역시, 25년 전부터 위작 논란에 휩싸였죠.

바로 미인도라는 작품 때문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에 대해, 천경자 화백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그림이 아니다”라며 위작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는데요.

당시, 진품이 맞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천경자 화백은 절필을 선언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버렸습니다.

이후 미술품 위조범이 붙잡히긴 했지만 위작 여부를 부인하면서 논란은 그대로 였습니다.

이 위조범은 최근에야 위작이라고 양심 고백을 했습니다.

지난해, 천경자 화백의 사망 이후, 작가의 자녀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재감정을 요구했습니다.

미인도의 위작 여부 역시, 현재 검찰 수사 중입니다.

[김정희 교수 / 고 천경자 화백 딸 (지난 8일) : 오래된 위작 미인도 사건, 25년 동안 곪아 왔던 사건입니다. 어머니한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줬고, 어머니 작품 생애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후기에 남겼고...]

최근엔 경매에 나온 천경자 화백의 세 작품 가운데 한 작품이 위작논란에 올라 출품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논란 속에도 불구하고, 경매에 오른 '우수의 티나' 라는 작품은 8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위작 논란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천경자 화백의 작품은 고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미술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요?

재테크의 수단으로까지 불리며 미술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고요.

날이 갈수록 정교해진 위작술 능력에 작가 본인도 착각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우환 화백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사례는 없다"며 작가 의견을 우선시하지 않는 현 상황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는데요.

일각에선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작 여부 감정 기준은 물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관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종근 / 미술평론가 (지난 2일) : 국가 차원의 공인된 감정 기구가 만들어지고, 재료라든가 혹은 나무라든가 천이라든가 이런 철저한 검증 방법을 병행해서 이러한 위작 시비에 대한 종지부를 찍어야 하고…]

정부는 위작논란의 대안으로 불투명한 미술 거래 관행을 바꾸는 '거래 이력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진짜인지, 가짜인지, 예술인의 창작 작품의 진위 기준을 판가름할 공신력 있는 해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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