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본 북한의 추석...우리와 같은 듯 달라 [이애란, 북한전통음식 문화연구원장]

음식으로 본 북한의 추석...우리와 같은 듯 달라 [이애란, 북한전통음식 문화연구원장]

2014.09.07. 오후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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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는 민족대명절 추석을 보내고 있는데요.

북한주민들의 추석은 어떨까요.

같은 송편을 먹고, 같은 보름달을 보며 가정의 평안을 빌까요.

하지만 식량난 때문에 자례상에 많은 음식을 올리지는 못할 것 같은데요.

같으면서도 다른 북한의 추석, 그리고 북한 주민은 어떤 음식을 먹으며 명절쇠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출신으로 북한의 전통음식의 맥을 잇고 계신 북한전통음식문화원 이애란 원장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우리의 추석과 북한의 추석이 어떤지 좀 궁금한데 일단 북한은 추석 연휴가 짧다면서요?

[인터뷰]

짧죠.

지금이 추수철이에요.

가을걷이 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농촌에 나가서 추수하는 데 동원되어 있고요.

그러다보니까 식구들도 많이 모이지 않고, 또 휴식도 하루밖에 안 되고 그렇다 보니까 상당히 간소하다고 봐야 되나.

하여튼 민족최대의 명절로 해서 여기는 엄청 풍성하고 막 가족들도 모이고 하니까 성대한 느낌이 드는데 북한의 추석은 그렇지 못해요.

식구 중 일부들이 또 농촌에 나가 있기 때문에 같이 모이지도 못하고.

[앵커]

그럼 추석 하루 쉬는 건가요?

[인터뷰]

추석 하루 쉬죠.

[앵커]

당일만 쉬고.

[인터뷰]

나머지 날은 일해야 되고.

[앵커]

차례상은 이런 것은 어떻게 차리나요?

[인터뷰]

이제 집에서 개별적으로 다 만들어서 하는데 김일성 사망 이후에 북한의 차례상이 조금 풍성해졌어요.

그전에 북한은 기본적으로 차례상이나 이런 것들을 장려하지 않았습니다.

미신행위라고 하면서 제사문화를 상당히 제약한 측면이 있는데요.

그런데 김일성을 구세주로 믿고 살았는데 김일성이 죽고 나니까 북한 주민들이 너무 많이 굶어죽었잖아요.

믿을 게 못하니까 북한 주민들의 심리 속에 조상신을 잘 섬겨서 조상신들이 일이 잘되게끔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심리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김일성 사망 이후에북한에 제사문화가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떡방앗간에새벽까지 줄이 쭉 늘어서 있고, 장마당에 가게 되면 제수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추석이 오기 전에는 다 아껴요.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그전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제사를 쇠기 위해서 막 아껴두었다가 제사상에 올리죠.

그래서 이 제사상을 잘 차려야 조상신들이 그 성의에 감동해서 자기들 집안의 일들을 잘 풀리게해 줄 것이라는 어떤 막연한 기대 같은 게 불쑥 자랐다고 봐야 되겠죠.

[앵커]

그런데 어차피 쉬는 날은 하루라 하더라도 제사상이 풍성해지면 그날만큼은 북한 주민들도 풍성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우리 같으면 제사상에 올린다기보다 추석이 되면 가족들끼리 모여서 갈비찜을 많이 해 먹잖아요.

북한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추석음식이 어떤 건가요?

[인터뷰]

사실은 돼지고기국밥을 많이 해 먹어요.

북한은 고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삶아가지고 따로 꺼내서 양념을 합니다.

그래 가지고 밥을 얹고 그 위에다 넣어서 국물을 담아서 하는 게 돼지고기국밥인데 그게 사실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고요.

[앵커]

이게 평소에는 못 먹는 건가요?

명절에 많이 먹나요?

[인터뷰]

돼지고기가 흔하지 않지 않습니까.

그래서 평상시에는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못 먹으니까.

그래서 명절 때 간혹 조금씩 나눠주면 너무 돼지고기를 조금 넣고 삶는다 그래서 그러면 돼지가 장화신고 건너간 국물이다라고 그러는데 추석 때는 사실 돼지고기를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없고요.

제사상에 올라간 음식들이 대체로 떡이라든가 또 전 같은 것, 나물 같은 것, 이런 건데 여기처럼 가짓수가 많지 않고 아주 간소하게 차리기 때문에 추석 때 사실 그렇게 많이 먹을 게 없어요.

[앵커]

그런데 추석떡하면 일단 송편이 가장 많이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우리도 보면 송편이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데 북한도 그런가요?

[인터뷰]

그렇죠, 북한도 이제 자기 지역에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황해도나 평안도 지방들은 소를 팥으로 넣는데 함경도 이런 데는 팥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단콩이라고 그래서 줄콩있죠.

밥에다 넣어먹는 것, 그 콩을 삶아가지고 쪄서 거기다 형편이 가능한 집에서는 거기에다가 들깨도 넣고 설탕도 넣고 해서 달콤, 구수, 고소하게 이렇게 하는데.

그렇지 못한 집들은 또 그런 것도 못 해 먹고요.

[앵커]

지금 나오고 있는 개성주악이라는 건 뭔가요?

[인터뷰]

저거는 주악이 아니고요.

우메기라는 떡이에요.

조금 잘못 표현이 됐는데.

우메기라는 떡인데.

우메기는 발효를 시켜서 찰쌉가루하고 이제 멥쌀하고 섞어서 발효를 시킵니다.

발효를 시켜서 지진 떡이고요.

[앵커]

개성주악은 뭔가요?

[인터뷰]

주악은 안에 팥을 넣어요.

팥을 넣어서 송편처럼 빚어서 그걸 기름에 튀겨가지고 조청을 발라서 먹는 떡이 주악입니다.

[앵커]

그러면 송편 같은 거라고 보면 되는 건가요?

[인터뷰]

약간 송편이랑 비슷하죠.

[앵커]

이름이 개성이 들어가니까 개성지방에.

[인터뷰]

개성지방에서 유명한 음식이죠.

저기 나오는 것은 노치라는 것인데.

지금 평양은 사실 노치철이에요.

가을, 추석에 노치를 엄청많이 지져가지고 원래는 저기에 조청을 바르거든요.

그리고 저게 발효시킨 떡이기 때문에 두면 둘수록 삭아서 맛있어요, 원래는.

그래서 옛날에는 광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바깥에 넣어봤다가 손님들이 오거나먹고 싶을 때 꺼내다가 먹는 쫄깃쫄깃하면서도 달콤하고 고소한 그런 떡인데 지금은 북한에서 많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우리가 재현을 했는데, 옛날 실향민 어르신들이야, 옛날 맛이 아니야.

우리가 잘못한 건지 실향민 어르신들이 맛을 잃어버리신 건지 하여튼간 그렇습니다.

저는 개발해서 상품화하면 상당히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크기는 어떤가요?

모양도 지역별로 다를 것 같은데요.

[인터뷰]

지역별로도 다르지만 집집마다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루를 반죽해서 직접 빚느냐, 아니면 가루를 가지고 떡을 만들어서 여기서 왜 바람떡이라고 그러죠.

북한은 바람떡이라고 안 하고 송편이라고 그래요.

그래서 떡을 만들어서 납작하게 얇게 밀어가지고 소를 넣고 찍어내는 거 있잖아요.

그런 떡도 있고 하는데 지역마다 이제 다른데 황해도나 평안도는 크게 만들고 개성은 좀 작게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앵커]

지금 이 화면에 나오고 있는 게 북한의 차례상 모습인 것 같은데요.

[인터뷰]

여기서 재현한 거기 때문에 북한 차례상이라고 보시면 안 되고.

북한 차례상은 저렇게 성대하지 않아요.

[앵커]

이거보다 훨씬 더 간소한...

[인터뷰]

간소하죠.

지짐 한 가지, 과일도 하나만 놔요.

[앵커]

저렇게 2층으로 쌓는 게 아니라 하나씩.

[인터뷰]

하나씩 넣죠.

부족하기 때문에.

[앵커]

그렇군요, 지금 이애란 원장님은 서울에서 명절을 보내시잖아요.

북한 출신이시니까 여기서는 남한식으로 차례를 지내시나요?

아니면 음식장만을 어떻게 하세요?

[인터뷰]

우리는 북한식으로 할 수밖에 없죠.

우리는 모든 식구가 북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북한식으로 하는데 탈북하신 분들 중에 남한분이랑 결혼을 하시게 되면 제사나 명절 음식 때문에 좀 트러블이 많이 있고, 그것 때문에 우연치 않게 이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상생활 문화가 참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봐요.

[앵커]

그렇군요, 우리나라도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결혼을 해도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있는데 북한하고의 차이도 좀...

[인터뷰]

북한 출신이랑 한국 출신이랑 결혼을 했을 때 며느리들 사이에도 갈등이 생기거나.

[앵커]

어떤 차이가 가장 클까요?

[인터뷰]

그러니까 제사음식이 여기서 만드는 거랑 북한에서 만드는 게 완전히 다른데 그걸 잘못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그게 조금 잘 이해하면 괜찮은데 잘 이해를 못하면 조금 무시를 하거나 서로 선입견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면 이 며느리들 입장에서 가족 모임에 가기가 싫어지죠.

그러면 그게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앵커]

앞서서 제사상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절하는 법도 우리하고 다르더라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절하는 것도 좀 다른 것 같아요.

[앵커]

어떻게 다른가요?

[인터뷰]

우리는 북한에서 제사 지낼 사람이 없어서 안 지내봐서 모르겠어요.

그런데 사람들 이야기가 다르다고 그래요.

북한에서는 제가 알기로는 두 번 절하고 한 번은 반절하고 그렇게 들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그렇게 안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앵커]

우리하고도 좀 다른 큰절을 한 번 한다거나 묵념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이것도 좀 지역마다 다른가 보죠?

[인터뷰]

북한에서 묵념하는 경우는 없어요.

북한은 절은 다 하는데 두 번은 완전 엎드려서 절하고 큰절처럼 하고 한 번은 반절을 한다고 제가 들었어요.

저는 해 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고요.

제사법이 너무 다양해서 이게 상당히 당황스럽더라고요.

[앵커]

각 가정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하고 그런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것은 다른 것 같네요.

지금 먹음직스러운약과를 가지고 나왔는데.

이게 북한 전통 약과인가요?

[인터뷰]

우리가 개성식 방법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조금 차별화를 하기 위해서 통일약과라고 이렇게 이름을 달았는데.

[앵커]

모양이 작고 너무 예쁘네요.

[인터뷰]

그런데 이게 만드는 방법이 한국 약과랑 다른 것이 개성 약과는 여러 번 밀어서 겹쳐서 밀어가지고 공기들을 충전시켜서 튀겨내게 되면 부풀면서 켜가 많이 생겨요.

그런데 한국 약과는 그렇게 만들지 않고 반죽한 것들을 이런 틀 같은 데다가 다져넣어가지고 이렇게 하기 때문에 참 다른 맛이 나고요.

그리고 개성 약과는 계피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피향이 아주 짙고요.

그래서 그런 측면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앵커]

제가 한번 맛을 잠깐 볼까요?

[인터뷰]

한번 맛을 보세요.

[앵커]

지금 앙증맞게 위에 소가 올려져 있는데요.

제가 한번 맛을 보겠습니다.

[인터뷰]

맛을 한번 보세요.

그게 파이같죠?

[앵커]

진짜 그러네요.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켜가 있어요.

[인터뷰]

켜가 살아있고, 그다음에 계피향이 아주 향이 좋기 때문에 블랙커피에 같이 드시면 가장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 약과보다 조금 덜 달다는 느낌도 드네요.

[인터뷰]

조청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덜 달고 그리고 한국 약과는 튀길 때 약간 낮은 온도에서 튀기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기름기가 많이 배어드는데.

이거는 낮은 온도에서 튀기고 한 번 높은 온도에서 쫙 튀겨내기 때문에 기름기가 전혀 없는 게 특징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북한에서도 우리도 그런데 사실 명절에 음식 장만하느라고 여성분들이 많이 힘들어 하시잖아요.

북한에서도 어차피 여성분들이 다 하지 않나요?

[인터뷰]

그렇죠, 북한 여성들은 더 힘들어요.

왜 그러냐면 여기는 부엌시설이 너무 좋고 모든 것이 거의 다 중간 정도 가공품으로 다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 여성들은 떡을 만들기 위해서 가루를 만들어야 돼요.

가루를 내야 되잖아요.

그러면 쌀을 불려가지고 그걸 절구에다 쪄야 되거든요.

절구에다 쪄야지, 그다음에 소도 만들려면 절구에다 쪄야지 노동이 많고 또 불을 때야 되잖아요.

여기는 가스레인지가 있는데 거기는 불 떼야지 물 길어와야지.

이게 노동의 강도가 여기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거든요.

그래서 정말 명절 쇠고 나면 아파요.

그렇지만 북한의 여성들은 아프다는 말을 안 해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서 그렇게 하는데 그래도 내가 이렇게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무한한 행복이기 때문에 별로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힘들기는 하지만.

[앵커]

그리고 쉬는 날이 하루밖에 안 되기 때문에 추석 당일날 음식 만들어서 제사 지내고 그다음날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일을 해야 하니까.

[인터뷰]

열심히 일해야 되기 때문에 힘든 걸 느낄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여기랑 조금 다른 게 북한 여성들은 외식이 많이 발달하지 않고 하기 때문에 남편들이 철없이 계속 손님들을 끌고 와가지고 술안주를 막 해 내라고.

[앵커]

그렇군요.

명절이니까 손님들이 오시면...

[인터뷰]

접대를 계속해야 되니까.

정말 여성들은 쓰러지기 직전이에요.

[앵커]

북한에서도 선물을 주고 받나요?

[인터뷰]

북한도 약간의 선물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거기서 선물은 뇌물이에요.

뇌물이고, 일반 사람들 사이에는 음식을 만들면 음식을 옆집에 나눠주는 그런 풍습이 있어요.

떡을 만들었다 그러면 우리 떡을 옆집에 다 돌려요.

그러면 그 집들에서 떡을 다 접시에다 담아서 다 갖다주고 뭐 떡도 그렇고 음식들 과일이나 그런 것들, 특수한 게 있으면 웬만큼 나눌 수 있으면 다 돌려가면서 나눠먹죠.

그러면서 주변 이웃들과의 관계가 상당히 또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음식을 돌리지 않고 자기네들끼리만 먹잖아요.

그러면 그 동네에서 왕따당해요.

[앵커]

그렇군요, 이웃과 나눠먹는 그런 정겨움도 느낄 수가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추석 문화 알아봤습니다.

북한 전통음식문화원 이애란 원장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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