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경제]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 '겜블'" [YTN FM]

[시네마 경제]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 '겜블'" [YTN FM]

2013.02.01. 오후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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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경제]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 '겜블'" -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상호 감독

[YTN FM 94.5 '생생경제']

올해, 한국 증권시장의 코스피 지수가 공식 발표된 지 30년만에 15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작년 한해도 많은 분들이 주가의 등락에 따라서 울고 웃는 경험들을 하셨을 텐데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를
오늘 소개해주신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뵙는 분이죠.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는 이상호 감독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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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의 시네마 경제 코너에서 소개하실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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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늘 준비한 영화는 '겜블'이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개성있는 영국 출신 배우죠,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1999년도의 영화인데요, 제목 그대로 풀이하자면 '도박'이란 뜻이죠.
언뜻 제목만 들으시면 좀 낯설게 느껴지실텐데요,
박사님 혹시 1990년대 중반 '베이링 은행' 파산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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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네, 베어링스 은행은 200여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영국의 은행이었죠. 그러던 1995년, 베어링스 은행의 싱가포르 주재 파생상품 거래 담당의 한 직원의 불법거래로 인해서 약 14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뒤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전세계에 큰 충격과 손실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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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박사님 말씀대로, 바로 이 영화 '겜블'은 이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의 주역이었던, 닉 리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원래 영화의 원제는 'Rogue Trader' 인데요, '이는 회사의 허가없이 투기하다가 입은 막대한 손실을 감추려하는 악덕 주식 중개인' 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한 직원에 의해서, 거대한 자산과 전통을 가진 은행이 몰락하게 되었는지를 사실적이면서도 스피디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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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 영화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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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리슨은 젊고 자신감에 차있는, 야망있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베어링스 은행에 입사한 후,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인도네시아에서 부실채권들을 정리하는 업무를 맡게 되지만, 특유의 끈기력과 열정으로 일을 잘 마무리하고 상사로 부터 인정을 받게 되죠. 게다가 거기서 만난 직원 리사와 결혼까지 올리고, 싱가포르 지점의 선물 옵션 거래 담당으로 파견되는 행운을 거머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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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 당시만 해도 선물시장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되기 이전이죠?
당시의 선물시장 상황은 어떠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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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당시에도 파생상품, 선물거래 등에 관한 개념이 은행의 고위층들에게 조차도 확실히 잡혀있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닉이 싱가포르에서 자신의 팀의 신입사원들에게 이에 대해서 설명하는 재미있는 비유가 나오는데요, 그는 한 커피숍에서 신입사원들을 앞에 모아두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만약 내가 지금은 없는 이 카푸치노 커피를 한달 뒤 45센트에 너에게 팔기로 계약했다 치자, 그때가서 43센트에 살 수 있다면 이익이고, 그보다 가격이 오르면 손해지. 중요한 건 살 때와 팔 때의 타이밍이다." 하고 말이죠.

곽박사님, 선물거래에 대한 닉의 카푸치노 비유가 적절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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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네, 참 재미있는 비유네요. 사실 선물거래는 '미래에 대한 가치'를 사고 파는 것이기 때문에 닉의 비유가 적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충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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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젊고 의욕있는 닉과 그의 팀원들은, 하루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일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직원의 실수로 거래에서 큰 손실을 입은 닉은 이를 상부에 감추기 위해서, 고민끝에 결국 깡통계좌를 만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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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음 거래에서 손실액을 만회해서 이를 만회하려는 속셈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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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손실액은 점점 불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닉의 빠른 판단력과 운도 함께 작용해서 결국 손실액을 다 갚고도 이익이 남을 만한 거래를 성사시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성공으로 인해서, 그는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만하게 되어 손해가 날 때 마다 깡통계좌를 이용해서 상부에 숨기고, 마치 자신의 거래가 계속 성공적인 것처럼 포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베어링스 은행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이자 스타로 떠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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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래서 닉은 계속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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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인 성공에 따라서, 은행의 고위층들은 그를 더욱 더 신뢰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점점 더 많은 손실이 쌓이게 되고, 닉은 이를 메우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잘못된 투자로 인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합니다. 급기야 그는 가장 큰 투자자의 돈을 유용해서, 자신의 마음대로 투자를 하면서 거래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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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니 어떻게 이렇게 전통이 깊고 규모가 큰 은행에서 한 말단 직원을 관리조차 하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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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부분이 참 아이러니한데요, 먼저 당시 고위층들은 선물거래의 정확한 개념이나 방식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닉은 이 점을 악용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이용해 거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감사를 받기도 했지만, 이 또한 형식적이었고, 당시 닉은 베어링스 은행에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 주는 직원이었기에, 상부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원하는 대로 투자액을 늘려주고, 거기에 거액의 보너스까지 지급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돈으로 마음대로 투자를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돈을 유용하는 것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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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래도 '꼬리가 길면 잡힌다' 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결국 그의 부정도 발각이 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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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그는 절박하게 손실을 메꿔보려 하지만 고배 대지진으로 인해서 일본 니케지수의 폭락으로 닉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큰 손실을 얻게되고, 결국 그는 아내와 함께 도주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남아의 휴양지에서 숨어 있던 그는 결국에는 체포되고 맙니다.
하지만, 이미 베어링스 은행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긴 후였죠. 끝내 그로 인해 200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한때 영국 여왕의 신뢰도 받았던 베어링스 은행은 파산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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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 영화는 이야기도, 등장인물도 실화여서, 사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한데요, 이 영화와 모든 사건의 주인공인 '닉'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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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 그 뒷 이 야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닉은 6년6개월 형을 선고 받고 싱가폴 형무소에 수감되고, 그의 부인은 그를 더 자주 면회 오기 위해서 항공 승무원이 되었지만, 결국 아이러니 하게도 다른 증권사 직원과 재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닉은 수감 중 암 진단을 받아서 4년여 후에 석방이 됩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자신은 결코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글쎄요, 개인의 이기적인 탐욕과 야망이 한 은행과 그와 관련된 수많은 투자자들, 나아가 국가 경제의 위기까지 초래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좀 씁쓸하고도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은행은 파산했지만, 정작 닉은 이 영화의 원작 '로그 트래이더'라는 책을 내고 고액의 강의료를 받는 경제 강연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부천 국제 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상호 감독이었습니다.

[YTN FM 94.5 '생생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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