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들이 'GMO'를 지지하는 이유

노벨상 수상자들이 'GMO'를 지지하는 이유

2017.09.24. 오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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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바이오 분야 핫이슈와 트렌드를 알아보는 '카페 B' 코너입니다.

사이언스 투데이 바이오 길라잡이, 이성규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 다룰 주제는 무엇인지요?

[기자]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게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요. 가을은 전 세계 과학계의 축제 '노벨상' 시즌이기도 한데요.

[앵커]
네, 모든 과학자의 꿈이죠, 노벨상. 과학을 잘 모르는 분들도 노벨상은 다들 잘 아시잖아요.

[기자]
네, 노벨상을 받은 분들 가운데 현재 약 290여 명이 생존하고 있는데요.

이들 가운데 120여 명이 지난해 중요한 성명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혹시 어떤 내용인지 아시나요?

[앵커]
120여 명의 노벨 수상자들이 나선 일이라면 보통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유전자변형생물, 즉 GMO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이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124명은 GMO 기술은 기본적으로 안전하며, 영양 등을 높인 작물이 절실한 개발도상국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UN 대사관 등에 발송했습니다.

[앵커]
유전자변형 작물, GMO 작물의 안정성은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안정성 얘기는 잠시 뒤에 하기로 하고 먼저 노벨상 수상자들이 GMO를 지지하고 나선 이유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비타민 A 결핍증이라는 질환이 있어요. 비타민 A가 결핍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약 2억5천만 명의 아이들이 비타민 A 결핍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비타민 A 결핍으로 해마다 25만~50만 명의 어린이가 실명하며, 이들 중 대부분은 1년 안에 사망합니다.

[앵커]
듣고 보니 심각한 질병인데요. 비타민 A 결핍증과 GMO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건가요?

[기자]
비타민 A 결핍증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하는데요. 쌀에는 비타민 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이라는 물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황금 쌀'이라는 GMO가 있습니다. 지난 1999년에 개발됐는데, 유전자 조작을 통해 베타카로틴이 포함되도록 만든 거죠. 옥수수에 베타카로틴이라는 유전자가 있어서 그걸 쌀에 넣어서 만든 거죠.

그런데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GMO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황금 쌀에 반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비타민 A 결핍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그린피스 등에 황금 쌀을 반대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겁니다.

[앵커]
과학자들이 GMO가 안전하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지요?

[기자]
GMO 찬성론자들은 GMO가 상용화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사람에게서 이상 현상이 발생한 사례가 단 1건도 없다는 점을 꼽습니다.

지난해 미국 국립학술원(NAS)은 GMO 안전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학술원은 현재 상용화된 GM 식품은 일반 식품과 같이 안전하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인터뷰 들어보시죠.

[경규항 / 세종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 : 우리가 먹은 음식이 먹는 주체한테 작용을 미친다면 쌀을 수천 년 먹어왔잖아요. 그러면 쌀 유전자의 영향을 받아 우리 몸에 쌀의 영향이 나타나야 하잖아요. 절대 그런 일이 없잖아요. GMO에 도입된 유전자나 일반 생물의 유전자나 똑같은 DNA 구조를 가지죠. 똑같이 우리가 먹으면 소화돼서 분해되고 그것을 우리 몸에서 재활용하든지 배설하든지 됩니다.]

[기자]
사람들이 GMO를 거부하는 이유가 외부 유전자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이상을 일으키지 않을까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거부하는 건데요.

인터뷰에도 나왔지만, 유전자를 먹으면 소화가 돼서 없어지니깐 이상을 일으킬 우려는 없는 거죠.

[앵커]
그럼 반대론자들의 근거는 무엇인지요?

[기자]
GMO에 대한 인체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30년 정도 장기 추적 조사를 해야 하는데, 아직 이런 연구가 없다는 것을 한 요인으로 꼽고요.

안전성에 우려를 제기하는 논문도 있습니다. 지난 2012년 프랑스 칸 대학 연구진은 GM 옥수수를 먹은 쥐가 2~3배 빨리 죽고, 종양도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 논문은 결론이 명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철회됐지만, 여전히 많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앵커]
찬성과 반대, 입장 차가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건데요. GMO 논란을 정치적 관점에서 보는 시각도 있죠?

[기자]
유럽의 경우를 꼽을 수 있는데요. GMO를 적극 지지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반대가 극심합니다.

유럽의 GMO 반대에 정치가 한몫한다는 건데요. 유럽인들은 자신의 식탁에 미국 기업이 만든 GM 작물이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노벨 수상자들의 GMO 지지 공개서한을 주도한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버트 교수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리처드 로버트 / 미 노스이스턴대 교수 : (유럽의) 환경단체와 일부 정치인들은 GMO가 유럽에 처음 도입됐을 때 이를 GMO를 공격하는 기회로 여겼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했습니다. 왜냐면 유럽인들은 미국 회사가 유럽의 식량 공급을 조절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산) GMO 확산을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식량 공급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봤습니다.]

[기자]
전 세계적으로 보면 곡물 생산을 미국과 유럽이 양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유럽 입장에서 보면 미국 GMO 작물이 들어올 경우에 농업정책에 위협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현재 우리나라는 GM 옥수수와 콩 등을 수입하고 있는데요.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해선, GM 작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할 텐데 어떤가요?

[기자]
GM 콩을 예로 들면요. 수입한 GM 콩의 대부분은 콩기름으로 만들어져요. 이렇게 만들어진 콩기름은 가공 과정에서 GM DNA가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GMO 표시제도는 최종 제품에 GM DNA가 검출되지 않으면 GMO로 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깐 소비자들은 내가 먹는 식용유가 GM 콩을 원료로 만든 건지, 아닌지 알 길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일부 시민소비자단체 등에서는 GM DNA가 최종 제품에 남아있지 않더라도, 이를 원료로 사용했다면 표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GMO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요.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는 않을 텐데, GMO,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기자]
GMO 논란에 대해서 어느 한쪽이 옳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모두에 말씀드린 비타민 A 결핍증이나 혹시 모를 미래 식량난 대응 차원에서 GMO 연구는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학계에서는 나오고 있는데요.

관련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경규항 / 세종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 : 현재 (GM 작물을) 재배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GM 작물이 개발된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재배해야겠죠. 그런데 재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하고도, 언제 어떤 기술이 어떻게 필요할지 누구도 모릅니다. 기술은 충분히 연마해서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아무쪼록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GMO에 대한 오해와 논란 종식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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