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문득 '가스불은 껐나?'

출근길에 문득 '가스불은 껐나?'

2017.08.27. 오전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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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출근길에 문득, '내가 에어컨을 끄고 나왔나?', '가스 밸브는 제대로 잠갔나?'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으시죠?

막상 돌아 가보면 제대로 꺼져있을 때가 많지만, 한번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면 떨쳐내기가 쉽지 않은데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강박적인 생각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저는 방금 말씀드렸던 '내가 에어컨을 끄고 나왔나?', '가스 밸브는 제대로 잠갔나?'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출근하는 날인가?'란 생각까지 할 때가 있는데, 일요일인 거죠. 그런데 교수님은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시죠?

[인터뷰]
네, 일단 매일 일요일이었으면 좋을 것 같고요. 저도 있죠, 주로 자동차 같은 경우에 차를 잘 잠갔나?, 갔다가 불안하니까 갔다가 다시 돌아오거나 최근에는 우산을 자꾸 잃어버려요.

그래서 우산이 너무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우산을 잃어버리지 말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앵커]
머릿속에 한 번 떠오르면 쉽사리 떨치기가 쉽지 않은 생각들이 있죠. 이런 생각을 심리학적으로 무엇이라고 부르나요?

[인터뷰]
지금 소개해주신 것처럼 '강박 사고' 강박적인 생각, 어떤 분들은 '침투적 사고'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자신이 어떻게 통제가 안 되고 계속 특정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거죠.

사실 침투적 사고라는 말 자체처럼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와서 빠져나가지를 않는 거예요. 그래서 상당히 힘들 수가 있는데 이럴 경우 있잖아요.

연애하다가 헤어졌어요. 그런데 전 애인이 새로운 남자, 여자친구랑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이런 것을 자꾸 떠올리면 괴로운 거예요. 떠나지 않으니까요, 이런 것도 있고요.

또 어떤 경우에는 사람에 따라서 평상시에 그렇지 않은데 뭔가 외설적인 생각이나 말이 떠오르는 거예요. 이걸 없애지 못하니까 괴롭죠.

[앵커]
그러면 강박증, 강박-하면 질병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계속해서 반복하는 생각 아니겠습니까?

어제 쇼핑몰 돌다가 본 옷이 갑자기 떠오르다가 그게 계속 사고 싶어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 이런 것들도 '강박 사고'라고 봐야 할까요?

[인터뷰]
글쎄 그게 정신 질환같이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저희도 일상생활하면서 이런 생각할 때 많이 있죠. 그런데 대게 상태가 심해지면 강박적인 생각 다음에 강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강박 사고 다음에 강박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는 생각보다 상태가 많이 진전될 수 있습니다.

[앵커]
사고를 넘어서서 행동까지 이어지면 질환으로 생각하고 주의해야 할까요?

[인터뷰]
조금씩 더 신경 쓰시는 게 좋겠죠.

[앵커]
어떤 종류의 강박 사고가 있는지 화면으로 예시를 통해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화면 함께 보시죠.

'내가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지?' 잠을 잘못 자는 것 같아요. 자신의 말실수를 굉장히 후회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것도 강박 사고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그렇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침투적인 생각이니까 생각이 자꾸 떨쳐지지 않고, 특히 이 경우는 뭔가 실수한 것에 대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실수했던 것에 대해서 뭔가 두려워하는 마음, '내가 그때 왜 그렇게 했지?'라는 자기 비난적인 마음 같은 것들, 보통 이런 경우 완벽적으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이런 경험을 하게 되고요.

또, 실제로 이 실수를 하게 된다면 이게 어떻게 이런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타인이나 사회적으로 의식을 많이 해야 하는 사회에서 주로 발생하고요. 이런 분들일수록 수치심을 더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저희 같은 경우는 많이 하잖아요. 방송사고 같은 거요, '내가 왜 방송 중에 그런 말을 했을까?' 이런 것들이요.

[인터뷰]
아뇨, 워낙 말씀을 잘하셔서 그런 생각할 것 같지 않은데요?

[앵커]
보통 이런 얘기를 '이불킥'이라고 하잖아요. 자기 전에 생각나서 '아유!' 이렇게 하는 거, 그렇게까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럼 다음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지 화면 함께 만나보시죠.

횡단보도를 누가 건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죠, '흰 선만 밟고 건너야지' 왠지 흰 선만 밟고 건너면 기분이 좋아지고, 혹은 이렇게 건너야 할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길을 걷다 보면 벽을 한 번씩 만지면서 훑고 가고 싶은 이런 것들도 강박증이라고 봐야 할까요?

이건 강박증 같은데요?

[인터뷰]
많이 경험해보신 것 같은데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건 강박 생각이 강박 행동적으로 발현된 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흰 선만 밟아야지', 이런 것들도 있고요. 어떤 분들은 강박 행동이 뭔가 자신의 나름대로 의식 같은 것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이를 닦을 때도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세 번 먼저 닦고 입안을 헹구는 것도 세 번 한다든지 하는 것들처럼요.

특정하게 흰 선을 밟아야지 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게 계속 반복하다 보면 일종의 징크스가 되는 거죠. 흰 선을 밟으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 그런데 못 밟으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어서 피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아까 그렇게 해서 이렇게 연결되는 건가?' 이런 생각까지도 하게 되더라고요.

[앵커]
그리고 또 간혹 주변에 이런 분들이 있죠. 방금 전에 말했던 것처럼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어 낯선 곳에 가거나 여행 갔을 때 화장실을 못 가는 거예요.

[인터뷰]
네, 그런 분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난번에 어떤 TV를 보니까 샤워 꼭지까지 가져가는 거죠.

[앵커]
네, 그분이 생각나네요.

[인터뷰]
네, 특정 분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닌데, 이런 분들의 경우 단순히 깨끗하고 싶은 걸 넘어서서 일반적인 여행지의 화장실 같은 경우는 깨끗하지 않고 심한 경우에는 '병균이 많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이런 분들은 공중화장실을 잘 이용하지 못하시고요.

또 어떤 분들은 주삿바늘도 걱정 많이 하시거든요. 혹시 오염되는 거 아닌가 걱정하셔서 감기 예방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는 걸 너무 싫어하세요. 이게 정도가 너무 심해지게 된다면 제 생각에는 전문가와 상의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앵커]
이런 강박 사고는 왜 일어나나요? 강박 사고를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인터뷰]
이런 강박사고의 원인이 다양할 텐데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게 너무 과다 분비하거나 과소 분비할 때, 또는 관련 신경회로에 이상이 생길 때 강박 사고나 강박 행동이 보일 수 있고요.

많은 경우는 주로 심리적인 경우를 이야기하는데, 아까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어떤 것을 너무 잘해야만 한다는 그런 완벽주의, 그런 완벽주의 행동을 어릴 때부터 양육단계에서 많이 주입됐던 경우, 어떤 경우는 자신의 포부 수준이 지나치게 성취를 많이 해야 한다고 한다든지 실패에 대해서 두려움이 있다든지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자꾸만 떠오르는 강박사고를 막아야 할 것 같은데요. 떠오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이게 참 역설적인데요. 생각보다 우리가 불안해지면 '불안해하지 말아야지, 불안해하지 말아야지, 이 생각 떨쳐버려야지'라면서 빨리 억제하는데 저희가 심리학에서 실험해보면 이렇게 사고를 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생각이 더 난다는 거죠.

그래서 이것을 사고억제의 반동 효과, 또는 사고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 하는데요.

심리학자 중에 웨그너(Wegner)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한 흰곰실험이 대표적입니다. 실험했는데 어떻게 했냐면 흰곰을 생각하지 말도록 지시한 집단에서 오히려 흰곰을 더 많이 떠올렸다는 것이 주요 결과입니다.

그러니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불안해지고 더 생각이 나는 거거든요. 때로는 생각이 들었을 때 흘려보낸다, 감정을 지켜본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가 '다이어트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군요.

[인터뷰]
네, 그렇죠.

[앵커]
그렇다면 이런 강박사고를 좀 떨쳐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인터뷰]
이게 아까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 두 가지 말씀드렸잖아요. 강박 사고를 하게 되면 예를 들어서 오염될 것 같으면 손을 씻잖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손을 씻는 행동으로 가게 되면 이 둘의 연결고리가 안 끊어져요. 늘 그런 생각이 들게 되고, 행동하면 다시 그 생각이 나게 되는 악순환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강박적인 생각과 강박적인 행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보는 거죠. 생각이 떠오르지만 그걸 보상할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강박 사고 밑에 보면 비합리적인 생각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밸브를 잠그는 것 같은 경우도 만약에 혹시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아서 사고가 날 경우 나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나쁜 인간이야, 물론 한두 번 정도 확인하는 건 괜찮지만 지나치게 하는 건 '투머치'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죠.

[앵커]
좀 궁금한 게 있는데, 결벽증이라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깨끗하기 위해서 강박 증상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인터뷰]
결벽증은 청결에 관해서 특정 영역에 있는 강박증입니다.

[앵커]
아, 그렇군요. 어찌 됐든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강박사고를 떨쳐내려는 것이 또 다른 강박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군요. 가끔은 내려놓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이동귀 교수님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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