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90% 잃고도 멀쩡'...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뇌 90% 잃고도 멀쩡'...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2017.01.03. 오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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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90% 잃고도 멀쩡'...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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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뇌 90%가 침식된 남성의 사례 / 오른쪽:정상 뇌)

수십 년에 걸친 연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의 의식과 뇌에 대한 비밀을 완전히 풀지 못했다.

많은 과학자는 오랫동안 의식의 물리적 원천이 뇌에 기초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2007년 등장한 한 남성의 사례로 기존 가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얼러트는 뇌가 90% 이상 망가진 남성의 사례를 전했다.

2007년, 프랑스 의학 저널 '더 란셋'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44세 남성의 뇌 사진을 공개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프랑스 남성은 왼쪽 다리에 가벼운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으나 의사는 원인을 찾지 못해 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남성의 뇌 대부분이 뇌척수액으로 침식돼 있었던 것이다.

남성은 '물뇌증'이라는 뇌척수액이 축적되는 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스텐트 치료를 받은 뒤 큰 불편 없이 살고 있었지만, 사실 그의 뇌는 14세 이후 30년 동안 조금씩 체액에 침식되고 있었다.

뇌는 더이상 기능을 할 수 없어 보였으나 놀랍게도 남성은 매우 건강했으며 어떠한 정신적 장애 증상도 보이진 않았다. 비록 그는 IQ가 75로 평균보다 낮았지만, 공무원으로 일하며 결혼을 했고 두 아이도 있었다. 그의 사례는 과학자들이 기존에 생각하던 '사람이 의식을 가지는 조건'에 대해 재고하게 했다.

과거 연구자들은 남성의 의식이 뇌 영역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뇌의 전장이나 얇은 뉴런 시트, 혹은 대뇌 피질 등이 의식의 발현지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 가설이 옳다면, 뇌 대부분이 침식된 프랑스인은 절대로 의식을 가지고 걸어 다니고, 일을 하고, 식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있다. 특정한 '하나의 부위'가 사람의 의식을 조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리브레대학 인지심리학자 악셀 클리어리맨즈 교수는 사람이 '의식'을 자라나면서 배워 나간다는 뇌 후천적 의식 습득설을 제시했다.

"의식은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두뇌의 비 개념적인 이론이다. 즉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며 상호작용하며, 생각하고, 스스로 깨우치며 배워나간다는 것이다." -악셀 클리어리맨즈

이 가설은 2,000년대 초반에 나타난 연구 결과인 '성인 뇌의 높은 적응성 증명'과 뇌가 다른 부위의 역할을 대체 가능하다는 사례 연구에도 잘 들어맞는 이론이다.

그러나 기존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의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프랑스 남성은 뇌의 90%가 사라진 것이 아니며, 오히려 뇌가 얇은 층으로 압축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기 때문에 하나의 사례로 기존 가설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뇌와 의식에 대한 비밀은 오리무중이다.

남아프리카의 과학저술자 라이얼 왓슨은 "만약 뇌가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면, 우리는 너무 단순해서 뇌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는 역설적인 말을 남겼다.

우리의 뇌는 넓은 우주에 비해 너무나 작고 연약하지만, 그 안에는 우주만큼이나 많은 비밀이 담겨있는 것이다.

YTN PLUS 정윤주 모바일 PD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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