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대북 압박 계속"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대북 압박 계속"

2018.05.25. 오전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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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기로 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서한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는데요, 대북 압박을 계속해갈 것이라면서도 회담 재개 여지도 남겨뒀습니다.

워싱턴 특파원 연결해 좀 더 자세히 들어봅니다. 김희준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군요.

[기자]
개최 여부를 두고 불안하던,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결국 취소로 일단락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회견을 열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최대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미국은 북한 위협에 어느 때보다 준비돼 있다며 대북 군사 대응 가능성도 거론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에서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동안 북미 회담 준비를 위해 노력한 김 위원장에게 감사한다는 말로 시작된 이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로 정상회담을 고대했지만, 슬프게도 지금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북한에 발언들에서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따라, 애석하게도 지금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게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미정상회담 취소가 북한과 세계에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잃는 슬픈 순간이라며 김 위원장이 주민을 위해 옳은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서한 말미에, 김 위원장이 마음이 바뀌면 주저하지 말고 전화나 편지를 하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회담의 무산이 북한 탓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정상회담 취소 배경을 설명했는데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이 있습니까?

[기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어제 이어 오늘도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북미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며 회담 취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최근 북한에 싱가포르 이동 계획 등을 논의하자고 거듭 요청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며 성공적인 회담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북측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의 발언 내용을 언급하며 거친 반응을 보인 것에도 유감을 표했습니다.

미국시간으로 23일 오후부터 24일 오전,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내부 회의가 계속 열렸다고 밝혔습니다.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 내부 회의가 열린 시점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펜스 부통령의 최근 발언을 맹 비난하며 북미회담 재고 가능성을 경고한 직후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배경과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담판 짓기 위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력 펀치를 날렸다고 보겠습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주 한미연합훈련 맥스선더와 리비아 모델 식 비핵화 해법에 불만을 표하며 회담 무산 가능성을 경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리비아 모델이 아니라며 북한을 달래기도 했지만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회담 취소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하며 맞받아쳤습니다.

다음날에는 회담 여부가 다음 주 결정될 것이라며 최근 추진돼온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펜스 부통령을 "주제넘게 놀아댔다" "무지몽매한 소리"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북미회담 취소 가능성을 거듭 경고한데 대해,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맞받아 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북미정상회담을 강력히 추진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에 강경파 참모들이 제동을 걸어왔는데요, 이 강경파의 승리라고도 하겠습니다.

그동안 북미 양측은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좀처럼 좁히지 못해왔습니다.

북한은 단계적, 또 동시 보상식의 비핵화와 미국은 선 비핵화와 후 보상의 일괄타결식 방식을 주장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일괄타결보다는 '빠른 시간 내'라며 좀 더 시간을 둘 여지를 보였지만, 결국 북미 간 비핵화 해법에 대한 큰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대북 특사단을 통해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한 지 77일만, 싱가포르 북미 회담은 3주도 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일단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북미 양측이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좀 더 시간을 갖자라는 차원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북미 양측의 고도의 수 싸움 와중에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초강수를 받아든 북한이 어떻게 맞받아칠 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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