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억압이 낳은 비극'...17명 숨지게 한 '결혼 당한' 신부

'여성 억압이 낳은 비극'...17명 숨지게 한 '결혼 당한' 신부

2017.11.02. 오전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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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심한 파키스탄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부모의 강요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원치 않는 결혼을 한 20살 여성이, 결혼생활을 끝내려고 남편을 살해하려다 애꿎은 사람들을, 무려 17명이나 숨지게 했습니다.

임장혁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6일, 파키스탄 한 시골 마을 주민들이 우유를 발효한 음식을 먹고 집단으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우유에 독극물이 들어있었는데, 병원에 실려 온 27명 중 17명이 숨졌습니다.

독극물을 넣은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뜻밖에도 갓 결혼한 앳된 신부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부모에 의해 다른 남성과 강제로 결혼한 후, 애인과 함께 남편을 살해하려 한 겁니다.

원치 않는 결혼생활이 싫어 여러 번 친정으로 달아났지만, 아버지에 의해 번번이 남편에게 다시 보내지면서, 절망감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게 여성의 진술입니다.

[아시야 비비(20살) / 우유에 독극물 넣은 용의자 : 제 애인 샤히드가 독극물을 주면서 우유에 섞어 남편에게 주라고 했어요. 그래야 우리가 결혼할 수 있다고…]

처음엔 남편이 우유를 마시지 않으면서 이들의 시도는 미수에 그칠 수도 있었습니다.

[말릭 오와이스 아흐메드 / 파키스탄 경찰서장 : 그녀가 독극물 우유를 건넸지만, 남편 암자드는 바로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그 우유를 요구르트 만드는 단지 안에 넣어뒀습니다.]

그러나 이후, 남편의 어머니가 멀쩡한 우유인 줄 알고, 전통 방식으로 요구르트를 만들어 마을에 돌리면서 애먼 주민들만 변을 당한 겁니다.

경찰은 남편이 먹지 않은 우유를 버리지 않고 단지 속에 넣어둔 것이, 시어머니가 요구르트를 만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인지, 여성의 고의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여성의 의사를 무시하고 결혼을 강제하는 잘못된 사회 분위기,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결국 이런 비극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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