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부패사건 보도한 기자, 차량 폭발 의문사

몰타 부패사건 보도한 기자, 차량 폭발 의문사

2017.10.17.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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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정치인이 연루된 부패 사건을 폭로해 온 유명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차량 폭발로 숨졌습니다.

이 기자는 총리 부인이 조세 회피에 연루된 사실 등을 폭로해 조기총선을 이끌어 낸 인물이어서, 이번 폭발이 단순 사고인지 범죄인지 수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종욱 기자입니다.

[기자]
몰타 북부 한 도로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몰려 있습니다.

도로 옆 벌판에는 심하게 불타고 찌그러진 차량이 놓여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강력한 차량 폭발로 운전자인 탐사보도 전문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가 숨졌습니다.

몰타 국영 TV는 갈리치아가 보름 전 경찰에 협박을 받았다는 신고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국은 범인을 찾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 등 해외 기관들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갈리치아는 지난 4월 사상 최대 조세 회피처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회사 소유주가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의 부인이라고 폭로하는 등 정치인이 연루된 부패 사건을 가차 없이 보도해 왔습니다.

무스카트 총리는 이 때문에 위기에 몰리자 지난 6월 조기총선을 치러 집권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며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무스카트 총리는 갈리치아가 자신을 가혹하게 비판했지만, 이번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고 범인이 법정에서 심판받을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총리실 대변인도 사건 배후에 정치가 있다는 소문은 비약이라며,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습니다.

[루크 프렌도 / 갈리치아 지인 : 고인은 기자이자 용감한 한 인간,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네 번째 기둥(언론인)이었습니다. 극악무도한 이번 범죄는 인간과 기자, 무엇보다 모든 이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범죄입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올해 유럽을 뒤흔든 28명에 갈리치아를 올리고, "몰타의 불투명성과 부패에 맞서 싸우는 1인 위키리크스"라고 평가했습니다.

몰타 국민 수천 명은 갈리치아를 추모하며 밤새 촛불 시위를 벌였습니다.

YTN 김종욱[jw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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