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N 팩트] 트럼프, 멕시코 장벽 실행...설자리 좁아진 이민자

[취재 N 팩트] 트럼프, 멕시코 장벽 실행...설자리 좁아진 이민자

2017.01.26. 오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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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인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는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거침없는 그의 행보에 당사국인 멕시코뿐 아니라, 다수의 한인을 포함한 미국 내 불법체류자들의 위기감도 커졌습니다.

미국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로스앤젤레스 김기봉 특파원 나오세요.

두 나라 사이에 거대한 장벽을 설치한다... 처음엔 설마 하며 들었는데 이제 현실이 되는 건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장해온 장벽 건설이 실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사 시작은 4월 정도로 예상됩니다.

보도해드린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건설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취임 전에 해왔던 장벽 건설 주장을 거의 그대로 싸인만 하는 형태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미국 방송 ABC와의 인터뷰에서 장벽 건설 계획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말해 이후 절차도 거침없이 밀어 부칠 계획임을 다시 한번 천명했습니다.

[앵커]
말이 쉬워 국경 장벽이지, 한마디로 아메리카 대륙의 중부를 동서로 가로 지르는 거대한 벽을 쌓겠다는 거잖아요?

[기자]
엄청난 크기의 공사입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길이는 3,144km 입니다.

서울 - 부산 거리의 약 8배나 되는 길이에 장벽을 쌓는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담장의 크기나 두께는 어느 정도로 한다는 건가요?

[기자]
행정명령 자체에 담장의 크기는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넘어오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한 것인 만큼, 그 높이도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쉽게 부수거나 뚫고 올 수도 없게 하려면 두께나 재질도 상당한 수준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잠깐 들어볼까요.

[도널드 트럼프 / 지난해 8월 31일 당시 : 도저히 통과할 수 없고, 실질적이고, 높고 강력하고, 아름다운 그런 장벽을 쌓을 겁니다.]

따라서 공사 비용이 적게는 120억 달러에서 많게는 3백억 달러라는 추산치도 나오고 있습니다.

3백억 달러라고 본다면 우리 돈으로 34조 7천억 원입니다.

[앵커]
천문학적인 공사비용인데요, 그러면 이 돈은 누가 대는 건가요?

[기자]
행정명령에 제작 비용에 대한 내용은 언급돼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100% 멕시코가 대게 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시부터 해 온 말이고 오늘 서명 현장에서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양국 간 협상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며, 건설 비용은 내가 항상 말했던 대로 전적으로 멕시코가 부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당장 멕시코가 돈이 준비돼있지 않으니까 일단 미국 돈으로 공사를 시작하고 이후 멕시코에 대금을 청구하는 형태를 취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멀쩡한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그 비용은 남의 나라가 내라.... 멕시코 입장에서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멕시코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대로 이번 건은 일반적인 외교 관례로 볼 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당사국인 멕시코의 황당함은 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현재 멕시코 외교부 장관이 새 정부와의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데, 안중에도 없이 장벽 행정명령을 발동하니까 자괴감이 더 큰 상황입니다.

멕시코는 아직 공식 논평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항의 차원에서 이달 31일로 예정돼있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멕시코의 전 외교부 장관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주장을 했고요, 실제로 현직 고위 관리도 취소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AP에 밝혔습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미국에 제공해온 밀입국 관련 긴밀한 협력을 끊겠다는 대응책도 고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국력이 약하고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멕시코가 정면으로 저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합니다.

[앵커]
김 특파원, 멕시코와의 장벽을 이렇게 밀어 부친다는 것은 결국 불법 이민자를 내쫓겠다는 공약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봐야겠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행정명령과 함께 같은 자리에서 이민자 축출을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민자를 보호하는 도시, 이른바 '피난처 도시'에 연방 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 불법체류자 축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부터 내쫓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일차로는 전과자지만 탄력이 붙으면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 아니면 누구나 직접적인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미국에는 우리 한인들도 많은데, 한인 동포사회도 어수선하겠네요?

[기자]
보통 불법체류자라고 하면 범죄성이 매우 짙은 특수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성실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다만 영주권이나 시민권 등을 받지 못한 서류 미비자들이 대부분인데요,

현재 미 국내에는 천백만 명 정도의 불법체류자가 있고 한국인도 약 23만 명 정도 되는데요,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위기감이 그만큼 커진 상태입니다.

이들이 일선 경제 현장에서 미국사회를 지탱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이 강해질 수록 이들을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지자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 집행 과정에서 연방정부와의 마찰도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김 특파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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