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힌 '농담 혈전'...불편했던 자선 행사장

가시 돋힌 '농담 혈전'...불편했던 자선 행사장

2016.10.22. 오전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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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통적으로 미 대선 후보들은 이맘때 열리는 가톨릭 자선행사 만찬에서 즐거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잠시 쉬어가곤 하죠.

하지만 올해는 두 후보의 가시 돋친 설전으로 이 자리가 마냥 즐겁지만 않고, 가시방석처럼 불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LA 김기봉 특파원이 전합니다.

[기자]
TV 토론 공방의 열기가 식지도 않은 채 또 만난 두 후보.

화려하게 차려입은 의상답게 격의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동전 던지기로 트럼프 뒤에 연설을 하게 된 힐러리는 트럼프의 선거 불복 주장을 빗대 이렇게 말했고,

[힐러리 클린턴 / 美 민주당 대선후보 : 내가 트럼프 뒤에 이 자리에 서게 된 건 놀라운 일이에요. 평화적으로 정권 이양을 안 할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트럼프는 아내를 제물로 삼는 자학적인 농담으로 언론의 편향을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美 공화당 대선후보 : (미셸의 연설에는 찬사를 보내더니), 내 아내 멜라니아가 똑같은 연설을 했는데도 비난만 하더군요.]

막말 언행과 편법 모금, 서로의 약점을 비꼬는 설전은 농담과 비난 사이를 줄타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美 공화당 대선후보 : 힐러리가 돈을 받지 않고 대기업 회장들 앞에서 연설하는 건 정말 처음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 美 민주당 대선후보 : 트럼프는 자유의 여신상에게도 아마 4점만 줄 겁니다. 그녀가 횃불을 내려놓고 머리를 손질하면 아마 5점 줄 거예요.]

관중석에서는 박장대소가 아닌 억지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힐러리 클린턴 / 美 민주당 대선후보 : 트럼프는 정말 달리는 말처럼 건강하죠. 푸틴을 태우는 말 말이죠.]

심지어 야유도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美 공화당 대선후보 : 오늘은 대중 앞이니까 힐러리는 아마 가톨릭을 증오하지 않는 체하겠죠.]

행사 끝에 두 사람은 오랜만에 악수를 했지만 대통령 선거가 국민적인 축제였던 전통의 분위기를 온전히 살리지는 못 했습니다.

LA에서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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