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앵무새', 또 있었다...산타로사 살인사건

목격자 '앵무새', 또 있었다...산타로사 살인사건

2016.06.29. 오후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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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미국 산타로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그레이'라는 이름의 남성이 사업 관계에 있던 한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사건 현장에도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 한 마리가 있었는데요.

이 앵무새는 "리처드, 안돼!(Richard, no, no, no)" 라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변호인은 앵무새가 말한 '리처드'가 범인일 것이라며 증거 채택을 요구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레이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입니다.

이번 미시간주 살인사건과 1993년 산타로사 살인사건 현장의 앵무새들은 정말 사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는 걸까요?

일단 앵무새가 어떻게 사람 말을 흉내 내는지부터 알아보지요.

앵무새는 3살에서 6살 어린이 정도의 지능을 가진 똑똑한 조류입니다.

아이들이 엄마 말을 따라 하듯이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흉내를 내는 건데요.

앵무새는 사람처럼 부드럽고 통통한 혀를 가지고 있고 구강구조가 사람과 흡사해 제법 비슷한 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새끼 때부터 말을 배워야 잘할 수 있고 한 가지 단어를 완벽하게 말하려면 여러 번 훈련을 거쳐 반복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살인사건 현장에 있던 앵무새들이 현장에서 한 번 들은 소리를 증언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앵무새 증언의 신빙성을 두고 이런 점들을 고려해볼 수 있겠는데요.

두 사건에 등장한 앵무새 모두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African grey parrot)로, 이 종은 앵무새 중에서도 가장 말을 잘하는 종으로 꼽힙니다.

또 앵무새를 키우는 사람들은 앵무새는 한 번 욕을 배우면 절대 잊지 않는데, 욕은 발음이 세고 짧으며 강한 감정이 담겨 있어 잊어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앵무새 버드의 "닥쳐(Shut-up)", 그리고 비속어가 섞인 "쏘지마(Don't f******* Shoot)"가 바로 '발음이 세고 짧고 강한 감정이 담긴' 말이죠.

참 흥미로운 사건인데, 미국 사법부가 증인 채택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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