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에 손잡은 美-베트남...中, 보란듯 실탄 사격

41년 만에 손잡은 美-베트남...中, 보란듯 실탄 사격

2016.05.24. 오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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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원수지간이었던 미국과 베트남이 '공동의 적'인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확장을 막기 위해 종전 41년 만에 손을 맞잡았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반세기 동안 금지돼온 미국산 무기의 베트남 수출을 허용하기로 한 건데, 이에 중국은 실탄 훈련 장면을 공개하는 등 노골적인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조수현 기자!

공동의 적 앞에서는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게 외교인데, 미국과 베트남 정상이 '중국 견제'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한배를 탔군요?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는 세 번째로 베트남을 찾았는데요.

베트남 국가 지도부와 회담하고 '살상무기 수출 금지 해제'라는 통 큰 선물을 내놓았습니다.

베트남전을 치른 이후 40여 년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베트남과의 관계 정상화와 냉전 유물 청산을 내세우면서, 공동의 적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에 힘을 실어준 셈입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은 무기 교체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지역 내 패권 확대를 막기 위해 베트남의 군사력 강화가 필요했던 것이죠.

양측의 정상회담 결과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버락 오바마 / 미국 대통령 : 미국은 베트남에 대해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해온 살상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쩐 다이 꽝 / 베트남 국가주석 : 베트남은 미국의 무기금수 조치 해제를 매우 환영합니다. 두 나라의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보여주는 조치입니다.]

[앵커]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베트남과 더불어 인도, 필리핀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을 견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기자]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일환인데요.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말,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나라들과 안보 동맹을 강화하면서 이 정책이 더욱 힘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필리핀과는 지난 3월 고위급 회담을 통해 미군이 필리핀 철수 24년 만에 옛 태평양 기지를 재사용하기로 합의했고요.

인도와는 다음 달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연내 남중국해에서 합동 순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에 대해서는 추가 경제 제재 완화와 함께 경제 분야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미얀마, 인도, 필리핀, 그리고 베트남까지 품어 중국을 포위하는 벨트를 구성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미국의 행보에 심기가 상당히 불편해진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중국은 보란 듯이 무력시위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지난 21일 중국의 남해함대가 서태평양 해상에서 실탄 훈련을 벌였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맞춰 이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훈련에는 중국 해군의 최신예 무기들이 동원돼 실제 전투 상황을 가상해 진행됐습니다.

중국 함대가 서태평양에서 훈련하면서 실제 무기를 사용한 건 이례적이어서 미-베트남 공조 등을 겨냥한 경고성 훈련이라는 평가입니다.

중국은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를 풀어준 데 대해서도 견제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요,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화춘잉 / 중국 외교부 대변인 : (미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 발전이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처럼 직접적인 경계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두 나라의 밀착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악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이런 입장은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구시보는 완전한 무기 금수 조치 해제는 불가능할 것이고 베트남이 필리핀처럼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는데요.

베트남의 과거 식민지 역사와 인권 상황 등 베트남과 중국의 인연을 생각하면 베트남이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맥락이지만, 향후 미국, 그리고 베트남과의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내심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조수현[sj10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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