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핫도그 훔친 건 무죄"...용서받은 '현대판 장발장'

"배고파 핫도그 훔친 건 무죄"...용서받은 '현대판 장발장'

2016.05.04. 오전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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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중죄인이 된 소설 속 장발장 얘기, 다들 잘 아실텐데요.

현실에서 이런 장발장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배고픔을 못 이겨 소량의 음식을 훔친 행위는 범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김웅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배고픔을 못 이긴 나머지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무려 19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 주인공 장발장.

도움을 준 사제의 물품까지 훔쳤지만, 오히려 은촛대까지 내주는 자비심에 감명받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이 작품은 굶주림 때문에 빵 한 조각을 훔친 사람을 범죄자로 낙인 찍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현대판 장발장에게 소설과는 사뭇 다른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 노숙자가 슈퍼마켓에서 5천 원어치 치즈와 핫도그를 훔쳤는데, 1, 2심에서는 징역 6개월과 13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만큼 피고의 행위엔 불가피성이 있었다"며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노숙자가 영양 섭취라는 필수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량의 음식을 훔친 건 범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엔리코 토니엘리 / 변호사 : 집도 없고 수입도 없기 때문에 무언가 먹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훔치는 겁니다. 이런 특별한 경우에는 정당화가 가능하다는 판결입니다.]

현지 언론은 문명국가라면 노숙자 같은 최악의 상황에 놓인 사람도 굶주림으로 죽는 걸 용납해선 않는다는 게 이번 판결로 드러났다고 평가했습니다.

YTN 김웅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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