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꼬마의 비극... 유럽 난민 대책은?

시리아 난민 꼬마의 비극... 유럽 난민 대책은?

2015.09.04.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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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해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3살배기 남자아이의 시신이 온 세계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지난 2일 터키 보드룸 해변에 자그마한 남자 아이가 모래에 얼굴을 파묻은 채 발견됐습니다.

사진 속 남자아이는 빨간 티셔츠에 파란 반바지 차림으로 마치 해변에 엎드려 자는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요.

아일란 쿠르디라는 이 아이는 시리아 난민으로, 이날 배를 타고 유럽으로 가던 중 배가 뒤집혀 변을 당했습니다.

쿠르디의 형도, 엄마도 파도에 휩쓸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고, 가족들을 모두 잃은 아버지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압둘라 쿠르디, 아버지]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 아이들도 그랬습니다. 아침마다 저보고 놀아달라곤 했는데 이제 모든 행복이 사라졌어요."

한 가족을 비극으로 이끈 탈출, 그렇다면 쿠르디와 가족들은 왜 시리아를 탈출하려 한 걸까요?

시리아는 5년째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인 IS가 세력을 넓히면서 전체 인구 2,300만 명 가운데 400만 명이 나라 밖 난민으로 떠돌고 있습니다.

여기에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와 이라크와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도 장기간의 분쟁과 종교 갈등, IS와의 내전 등으로 난민이 늘고 있는 상황인데요.

쿠르디의 죽음과 함께 난민 사태는 더 심각하게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지는데도 강대국들이 힘을 쏟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
"이라크나 아프간 같은 경우에는 강대국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전쟁을 벌였지만, 이것이 부도덕한 전쟁으로 오명을 받게 되는 상황이 오면서, 유럽이나 미국이나 쉽게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기가 힘들었고요. 그리고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 리비아에서 내전이 일어났었는데, 리비아 같은 경우도 유럽이 적극적으로 개입했지만 리비아가 독재국가였는데 독재자가 사라진 다음에 민병대가 우후죽순 생겨서 리비아의 분쟁상황이 더 심각해졌거든요. 그래서 이걸 사후까지 유럽이 계속 끌고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시리아 내전이 벌어지니까 더 전선이 확대된 거죠. 그래서 여기에 유럽과 강대국들이 더 이상 전쟁에 개입하길 꺼려하는 분위기가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보신 것처럼 지금 유럽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밀려드는 난민들로 몸살을 겪고 있습니다.

국가에 따라 난민에게 배타적이거나 관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쿠르디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다시금 전 세계는 난민수용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받아들인 상황입니다.

이를 대하는 유럽 각국의 정책도 가지각색입니다.

먼저 난민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독일의 모습은 어떨까요?

독일은 난민 보호 시설을 늘리고 예산을 확대하면서 난민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는데요.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난민 반대 폭력 시위가 발생했던 하이데나우 지역을 직접 방문해 폭력 사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지난 8월)]
"난민을 배척하는 사람들은 관용할 수 없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지 않으려는 것도 관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독일이 이처럼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독일의 인구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노동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연금 생활자가 늘면서 난민을 받아들여야 현재의 경제 구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헝가리의 상황은 좀 다릅니다.

유럽연합 회원국인 헝가리는 EU 국가 간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는 솅겐조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독일 등 다른 나라로 가려는 난민들의 관문역할을 하고 있어 난민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올해 헝가리에 입국한 난민은 모두 12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3배가 늘었습니다.

헝가리 당국은 곧 난민 입국 규정을 고친 뒤 자격이 없는 난민은 모두 돌려보낸다는 계획인데요.

헝가리가 이처럼 난민 입국을 막는 이유는 이미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
"이 사람들이 경제적인 위기로 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분쟁지역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온 난민들이 많다. 그래서 이들을 유럽이 껴안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도 있지만, 그들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긴다든가, 아니면 갑자기 난민들이 많이 나타나니까 그거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유럽인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번 쿠르디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난민수용에 소극적이던 영국 정부는 입장을 바꾸고 나섰습니다.

영국은 지금까지 난민캠프의 난민 200명만을 수용한 상황이지만 캐머런 영국 총리가 국내외의 압박에 굴복해 수일 내로 시리아 난민 수용방침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럽으로 향하는 지중해에서는 난민선이 전복되는 등의 피해로 목숨을 잃는 난민들이 올해 들어서만 2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또 이번 쿠르디의 안타까운 죽음이 전해지자 SNS 상에서는 쿠르디가 생전에 그의 형과 함께 곰 인형을 끼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애도 물결이 일고 있는데요.

세 살 꼬마 쿠르디를 받아줄 곳은 천국밖에 없었나 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난민들을 위한 국제적인 대책 마련이 조속히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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