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안하면 청사 점거"...중국 정부 거부 입장

"사임 안하면 청사 점거"...중국 정부 거부 입장

2014.10.02. 오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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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도심점거 시위가 오늘로 닷새째입니다.

특히 오늘은 현 행정장관이 사임하지 않으면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점거하겠다고 선언해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사실상 학생들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홍콩에 가 있는 신호 특파원 연결합니다. 신호 기자!

도심 점거 이제 닷새째인데 시위 현장 분위기 어떻습니까?

[기자]

홍콩 정부 청사 앞 도로에 시민들이 속속 모이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텅 빈 것처럼 한산했는데 지금은 저녁 집회에 참여하러 나온 시민들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으로 접어들수록 시위 참가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 시민들은 우산 아래서 햇볕을 피하면서 저녁 집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정부 청사 주변과 인구밀집지역인 몽콕 등지에서 10만여 명이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오늘은 시위 주도 세력인 학생들이 렁춘잉 행정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정부 청사를 점거하겠다고 한 날이라 긴장감이 어제보다 훨씬 커서 더 많은 인원이 모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한 시민의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알버트, 홍콩 시민]
"우리 아이들이 왜 홍콩 정부 청사 앞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알게 하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왜 가두시위를 하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지, 또 정치인들이 하지 않고 있는 우리의 권리를 위한 시위의 중요성을 가르치려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입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학생들이 어제 시위에서 행정장관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어떤 수준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까?

[기자]

어제 집회에서 학생 지도부는 렁춘잉 현 행정장관한테 오늘까지 물러나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임하지 않으면 홍콩 정부 청사도 점거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학생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렁 장관 사퇴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이번 시위와 관련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장관 사퇴로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학생 지도부는 렁 장관을 끌어 내리고 중국 정부와 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지프 젠 홍콩 추기경도 렁 장관이 물러나는 것이 이번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해 학생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앵커]

하지만 홍콩 행정장관에 대한 임면권이 있는 중국 정부가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지요?

[기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1면 머릿기사를 통해 학생들의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습니다.

인민일보는 오늘자 신문에서 중국 정부는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을 충분히 신뢰하며 업무 처리 역시 매우 만족스럽게 여긴다고 전했습니다.

또 불법활동에 대한 홍콩특구 경찰의 법에 따른 처리를 굳건히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지난 8월에 결정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에 대해서도 도전할 수 없는 법률적 지위를 지닌다고 못 박아서 시위대의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 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오늘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것 아닌가요?

[기자]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 지도부가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했고 그 이후 중국 당국과 얘기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바로 이튿날 중국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대답한 겁니다.

이대로 오늘 하루가 지나고 학생들이 정부 청사 진입을 시도할 경우 경찰은 지난 일요일처럼 최루탄 등을 사용한 무력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두번째 충돌이 발생하면 경찰도 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고 피해는 훨씬 심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유력지인 명보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장관 사퇴라는 전제만 달지 않으면 학생 대표와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렁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요구가 워낙 강경해서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대규모 집회가 이번 시위의 가장 결정적인 고비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홍콩에서 YTN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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