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쓰나미 경고 방송...결국 숨진 공무원

목숨 건 쓰나미 경고 방송...결국 숨진 공무원

2011.05.08. 오전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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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지난 3월 11일 쓰나미 경보가 내려진 뒤 주민들에게 대피 독려 방송을 하다가 실종됐던 여성 공무원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목숨을 건진 주민들은 그녀의 목숨을 건 경고 방송 덕분이었다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도쿄에서 박철원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거대 쓰나미가 몰려 오던 날 미나미산리쿠, 쓰나미 경고 방송이 끊임없이 온동네에 울려퍼집니다.

[녹취]
"거대 쓰나미가 옵니다. 고지대로 대피해 주세요!"

지난 2월 위기관리센터에 발령을 받은 24살의 엔도 미키 씨는 마이크를 잡고 주민들에게 연신 대피를 당부했습니다.

방조제를 넘은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도 모른 채 대피 방송을 되풀이하던 엔도 씨의 목소리도 이내 쓰나미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당일 촬영된 위기관리센터를 보면 옥상에 직원 30여 명이 쓰나미를 피해 올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10명에 불과합니다.

쓰나미가 지나간 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위기관리센터의 모습은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지대로 대피해 살아남은 주민들은 모두 엔도 씨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동네 주민]
"미키 씨가 천국에서도 우리를 또 지켜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종 52일 만에 유족과 친구들 곁으로 돌아온 엔도 미키 씨는 말이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9년 전 3월 11일, 중학교 시절 타임캡슐을 행사를 하며 30대가 될 자신에게 미리 보냈던 편지를 읽던 친구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녹취:친구]
"미키를 직접 모르는 분들도 미키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던 엔도 미키 씨.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를 유난히 좋아했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도 마을 앞바다에서였습니다.

도쿄에서 YTN 박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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