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정당화 나선 일본...우리는?

기록으로 정당화 나선 일본...우리는?

2010.08.29. 오전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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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한국 강제병합 조약이 체결된 지 1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식민 시대와 전쟁 시대를 겪은 당사자들이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가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당사자들의 경험을 기록화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시키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인 우리는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도쿄에서 김상우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식민사관으로 한반도 지배를 합리화하며 잔악하게 통치했던 일제 시대는 미군의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로 막을 내립니다.

이로부터 10여 년 뒤 한반도 식민 통치를 담당했던 주요 고위 관리 약 130명은 수 년간에 걸쳐 일본의 조선사 학자 등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진술을 담은 녹음 테이프는 400여 개 약 800시간 분입니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2인자 격으로 행정과 사법을 통괄하던 정무통감 진술의 일부입니다.

[녹취:오노 로쿠이치로, 조선총독부 정무총감(1936~1942)]
"(식민 정책은) 조금씩 실패한 셈입니다. 자연적으로 그런 (식민지 저항 운동) 현상이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이들의 진술은 상당 부분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하거나 해명하는 것이지만 당시 실상을 재구성하는데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국권을 넘기는데 앞장섰던 친일파 송병준이 나라를 파는 대가로 일본 측에 당시 1억 5,000만 엔을 요구했다는 등의 진술도 나와 자료로 정리됐습니다.

[인터뷰:미야타 세쓰코, 역사학자]
"(송병준이) 조선을 이 땅을 얼마 정도에 (일본이) 사면 매우 싸다는 식으로 (일본 측에) 말을 걸었습니다."

이같은 음성 사료는 1958년부터 500여 차례에 걸쳐 녹음돼 그 일부는 CD 등으로 다시 보존됐습니다.

2000년부터는 문서화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11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녹취:도쿄 스미다구 노인클럽 제작 CD]
"미군에 의한 소이탄의 무차별 폭격으로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희생이 된 이 비극은 나중에 '도쿄 대공습'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식민 통치의 경험만을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각 자치단체들은 전쟁과 원폭의 피해 경험담을 학생 등에게 들려준 뒤 이를 책이나 CD 등으로 만들어 학교 등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쟁의 당사자로서 한국 등에 엄청난 상처를 입혔다는 점 보다는 피해자로서의 입장과 패전의 상처를 부각시키는 내용입니다.

강제병합의 피해자인 우리는 지금까지 후대를 위해 무엇을 기록으로 남겨 놓고 있고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도쿄에서 YTN 김상우[kimsa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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