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연락 왔는데"...인천 남동공단 화재 유가족 오열

"살려달라 연락 왔는데"...인천 남동공단 화재 유가족 오열

2018.08.22. 오전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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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 남동공단 화재에서 직원을 대피시킨 30대 과장이 정작 자신은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딸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온 아버지는 사망 소식에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박서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찬 공장.

급격히 번진 화재에서 그나마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데에는 4층 전산실에서 일했던 36살 민 모 과장의 역할이 컸습니다.

[화재 공장 직원 : 처음에 민 과장이 불난 거를 전파하고 소방서에 신고하고 여러 사람한테 알려서 탈출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19에 처음 신고한 사람도 민 과장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본인은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살려달라는 딸의 전화에 허겁지겁 달려온 아버지는 주검이 된 자식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유가족 : 제가 집사람에게 들은 얘기로는 갇혔다, 나가지 못하고 있다 (살려달라 했대요.)]

회사 대표와 임원들은 반나절이 다 지나서야 장례식장에 나타났습니다.

유족들은 스프링클러 등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유가족 : 죽었을 때 봤는데 제가 만졌거든요 다 머리도 하나도 안 젖어있고 옷도 하나도 안 젖어 있어요. 이거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공장 건물이 불법 개조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유가족 : 저희 아들은 4층 창고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게 개조 안 한 거예요? 그게 제대로 지은 건물이냐고요. 살려내요. 살려내. 다른 거 다 필요 없어요. 내 아들 살려내.]

회사 측은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 반복했습니다.

[안재화 / 화재피해 업체 대표 : 회사 수습 하고 대처하느라 늦게 찾아뵀습니다. 사과드리고 불의의 사고 당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명복을 빕니다. 유족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뚜렷한 원인도 모른 채 사랑하는 자식과 부모의 죽음을 맞은 유족들은 황망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YTN 박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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