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나를"...신고하지도 못해요

"아빠가 나를"...신고하지도 못해요

2018.06.01. 오전 07:2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성폭력 피해자 10명 가운데 3명은 아동과 청소년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특히 이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가 친족인 경우가 많아 매우 충격적인데요.

나이가 어려 가뜩이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데다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연희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비누 만들기가 한창인 이곳은 전국에 단 네 군데뿐인 친족 아동 성폭력 피해자 쉼터 중 한 곳입니다.

"먹으면 안되는 거" "그지. 먹으면 거품 나 입에서."

중학생 때 친오빠에게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일을 겪은 미진이는 신고도 하지 못하고 5년 넘게 혼자 고통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윤미진(가명) / 아동(친족) 성폭력 피해자 : 엄마한테 얘기했는데도 엄마가 안 믿어 주고 그 뒤로 엄마랑 가족들 안 믿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얘기를 해봤자 오빠도 자식이라고 하면서 같이 살 거라고 하니까.]

중학생 혜정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김혜정(가명) / 아동(친족) 성폭력 피해자 : 아빠니까 가족은 괜찮다고 맨날 그렇게 해서 가족은 괜찮은 줄 알았어요. 경찰서에 갈까 생각도 해봤는데 아빠가 알면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검찰 집계를 보면 2016년 기준 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3명은 아동과 청소년입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친족일 경우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신진희 /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 : 수년동안 오랫동안 이렇게 아이들이 피해 노출될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친족 성폭력이) 굉장히 많아요. 근데 실제 신고되는 건 빙산의 일각이거든요. '신고하면 아빠는 감옥에 가겠네, 그러면 우리는 뭐 먹고살지.' 아이들이 아무리 어려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나의 신고로 인해서 가족관계가 붕괴되거나 해체된다고 생각을 하면 선뜻 신고하기 어려워요]

가해자 가운데 이들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상담기관에 와서 털어놓은 걸 취합해봤더니 아동 성폭력 가해자의 대부분은 아는 사람, 특히 친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윤미진(가명) / 아동(친족) 성폭력 피해자 : 그냥 우울해질 때마다 나는 되게 더럽게 느껴지고" "우울증이 심해지고 나니까 자해 말고 풀 게 없어서 그것도 힘들었던 거 같아요.]

[장형윤 /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부소장 /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심리에 또 일상생활에 굉장히 깊게 침투하게 되죠.]

오늘 밤 9시 15분 국민신문고에서는 피해자들이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아동 성폭력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그로 인해 겪는 심각한 후유증과 개선과제 등을 짚어봅니다.

YTN 한연희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