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대학교, 길 잃은 학생들

사라지는 대학교, 길 잃은 학생들

2017.11.17. 오전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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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잘 다니고 있던 대학이 조만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학생들이 엄청난 충격과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특별 편입 제도라는 걸 운영하고 있는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 2명 가운데 1명은 학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실정입니다.

이연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천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한중대학교, 내년 2월 28일 문을 닫습니다.

교육부는 지난달 최종 폐쇄 명령 처분을 내렸습니다.

설립자 겸 전 총장이 교비를 빼돌려 불법사용한 금액이 379억 원이나 되고, 체불임금이 333억 원에 달하는 등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폐쇄를 단행한 겁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이 강제폐교 됐을 때, 학생들은 인근 학교에 특별편입할 수 있습니다.

먼저 교육부가 폐교 인근 대학을 중심으로 얼마나 수용이 가능한지 조사합니다.

이를 토대로 모집 요강을 만들고, 1월부터 학생들은 필기시험 없이 면접 등의 과정을 통해 특별편입이 이뤄지게 됩니다.

[이재력 /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 : 어떻든 간에 폐교되는 학생의 학과라든지 이런 수요를 다 충족이 되게 만든다는 거죠. (교육부 모집요강) 범위 안에서 학생들은 다 수용합니다.]

문제는 너무 임박해서 이뤄진다는 것.

곧 방학이 시작되고 폐교되지만 학생들은 교육부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박혜민 / 한중대 3학년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게 제일 불안한 거 같아요. 학교를 어디로 옮길지도 모르고 내가 이 학교에 가서 뭘 해야겠다는 것도 아예 정할 수도 없는 상태잖아요.]

더구나 교육부의 조치는 강제력도 없습니다.

인근 대학들이 유사학과가 없다거나 교육 여건이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얼마든지 특별편입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임재홍 /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 (폐교) 그 이후에 학생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것은 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된 게 없어요. 그러다 보니 정책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다른 대학의) 협조를 받지 못한다면 문제 해결은 굉장히 힘들어지게 됩니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며 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에겐 먼 나라 얘기입니다.

[황미숙 / 한중대 2학년 : 사실 가까운 강릉이나 삼척 쪽으로 만약 특별 편입하게 된다고 해도 (만학도인) 저희가 직장에서 6시에 퇴근하고 수업시간 맞춰서 가기도 어렵고요. 분명히 학교에 입학을 허가받았으면 졸업까지는 책임져줘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2학년 저희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하고 싶은 공부를 이제 시작했는데..]

학생 전원을 구제할 수 있다는 교육부 설명이 무색해지는 대목.

실제 다양한 이유로, 2012~2014년 사이 폐쇄된 학교 3곳의 특별 편입률은 44%에 불과합니다.

청천벽력같은 학교 폐쇄 명령, 길을 잃은 학생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습니다.

YTN 이연아[yalee2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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