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손수건을 생리대로 쓰는 아이

분홍색 손수건을 생리대로 쓰는 아이

2017.10.20. 오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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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손수건을 생리대로 쓰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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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창 생리대를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여름,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히자 한 여학생이 인터넷에 자신의 사연을 올립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그 소녀는 가난한 아버지에게 생리대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없었고,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사용했습니다.

기본적인 인권침해라는 여론이 일자 정부는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 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올해 30억 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정부가 파악한 대상 여자 청소년은 29만 명. 지난 3월 말까지 모두 7만 5천여 명이 생리대 지원을 받았다는 통계를 내놨습니다.

그렇다면 왜 소현이는 이런 지원을 받지 못했을까요? 우리는 소현이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인 소중한 펀딩금은 소현이와 저소득층 소녀들의 생리대 지원을 위해 사용됩니다. 펀딩에 참여해주시는 후원자 분들에게는 유기농 생리대와 월경 팬티, 보조배터리, 텀블러를 리워드로 증정합니다.

분홍색 손수건을 생리대로 쓰는 아이

▲ 소현이는 분홍색 손수건을 생리대로 쓴다

13살 소현이는 6학년이었던 지난해 2학기 생리를 시작했다.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들어가 보니 교복과 속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아마 엄마가 도와주셨겠지만, 소현이는 엄마가 없다.

아빠가 사업에 실패한 뒤,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다.
소현이는 가장 친한 친구 슬기네 집으로 갔다.
슬기가 생리대 세 개를 빌려주었다. 친구가 있어 다행이었다.

소현이는 올해 중학생이 되었다.
한 달에 한번, 소현이는 그 날이 너무 싫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는 소현이는 분홍색 손수건을 쓴다.
밤에는 수건을 등 밑에 깔고 잔다.
아침에 손수건과 수건을 빨아 놓고 학교를 가는데, 보건실에 가서 생리대를 달라고 하면
선생님은 ‘넌 집에서 매번 안가지고 오니?’ 하며 핀잔을 준다.

엄마 아빠가 이혼한 뒤, 소현이는 반지하 방이 한 개 있는 작은집으로 이사했다.
오빠는 림프성 질병에 걸려 수술을 받고, 더 이상 학교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공사장에 나가 일을 하던 아빠도 허리를 다치셨다.
소현이는 차마 아빠에게 생리대 살 돈을 달라고 말하지 못한다.

소현이는 깔창 생리대가 뭔지 모른다.
그 사건이 나왔을 때, 소현이는 겨우 12살 초등학생이었다.
생리가 시작되면 소현이는 그저, 이번에는 배가 덜 아팠으면, 안 어지러웠으면,
그리고 무사히 한 주일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가 너무 보고 싶지만 소현이는 문자도, 전화도 하지 않는다.
아빠가 많이 속상해 하실거고, 엄마도 아마 혼자 사는게 힘들 것이다.
소현이는 그럴 때마다 반지하 어두운 방에서 잠을 잔다.
잠이 들면 아무 걱정도 없다. 돈 걱정도, 생리대 걱정 같은것도 안해도 된다.

소현이의 꿈은 승무원이 되는 것이다.
자유롭게 하늘을 훨훨 날고 싶다.
하늘 위에는 가난이 없을 것이다. 소현이는 그렇게 생각한다.


홍상희 기자[sa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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