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에 이룬 가수의 꿈,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아흔에 이룬 가수의 꿈,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2017.08.11. 오후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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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먼저 노래 한 곡 듣고 가실까요?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입니다.

이렇게 식탁에 앉아 조용히 '눈물 젖은 두만강'을 읊조리고 계시죠.

그저 어디서든 이렇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할머니의 어린 시절 꿈은 '가수'였습니다.

긴 세월 묻어두었던 그 꿈이 드디어 이뤄졌습니다.

남모르게 부르던 길원옥 할머니의 노래, 애창곡 15곡이 담긴 음반이 제작돼 세상에 공개됩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꿈 많던 열세 살 소녀는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꼬임에 두만강을 건너 만주까지 먼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가 됐습니다.

4년 뒤 광복을 맞아 18살이 된 소녀도 풀려났지만 끝내 고향인 평양 땅은 밟지 못했습니다.

[길원옥/ 위안부 피해자 : 엄마에게 토해내며 실컷 울고 싶었어요. 엄마 품에 안겨 울기만 해도 내 아픔 다 나을 것 같았어요. 그 무섭고 끔찍했던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었다네요.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이 이다지도 멀까요?]

길원옥 할머니가 고단한 삶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입양해서 홀로 키운 아들과 바로 '노래' 덕분이었습니다.

어제 음반 제작발표회가 있었는데요.

"90살 먹은 늙은이가 좀 주책 떠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도 이렇게나 좋아하시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처음엔 육성 기록물로 남기려고 시작했던 녹음이 할머님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한 프로젝트로 바뀌었습니다.

꿈을 응원하는 일반 시민들도 자원해 목소리를 보태며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할머니의 음반은 저작권 문제로 판매되지는 않고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시민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예정입니다.

광복 72주년을 맞아 오는 14일, 길원옥 할머니는 청계광장 나비문화제에서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 '가수'로 무대에 오릅니다.

모진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살자는 길원옥 할머니의 담담한 노래가 많은 이들의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다가올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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