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군 소령이 술자리서 후임 장교 폭행...'갑질'까지

[취재N팩트] 군 소령이 술자리서 후임 장교 폭행...'갑질'까지

2017.08.08.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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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역 육군 소령이 술자리에서 후임 장교를 폭행해 군 당국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평소 다른 후임들에게도 폭언은 물론 잡일을 시켰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이경국 기자!

우선 폭행 사건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궁금한데요. 상황 설명해주시죠.

[기자]
먼저,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 보겠습니다.

수요일이던 지난달 26일 밤 10시쯤, 그러니까 평일 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식당 인근 모습입니다.

남성이 차량 뒷좌석에서 내려 걸어갑니다.

비틀거리는 모습이 얼핏 봐도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남성이 다짜고짜 허벅지를 힘껏 걷어찹니다.

다리를 맞은 남성은 중심을 잃고 상대방을 끌어안습니다.

사복 차림이긴 하지만 이들은 긴급환자 이송을 책임지는 인근의 모 육군부대 소속 장교들입니다.

38살 박 모 소령이 술자리에서 후임인 A 중위를 폭행한 겁니다.

폭행은 회식을 마치고 나온 뒤 시작됐습니다.

30여m 정도 떨어진 인근 상가 앞으로 이동하면서 무려 십여 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당시 목격자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목격자 : 따귀도 때리고 주먹질도 하고 그런 거죠. (많이 취한 상태였나요?) 술들이 많이 취했어요.]

박 소령은 A 중위의 얼굴 부위를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폭행을 당하던 A 중위도 역시 박 소령을 향해 두어 차례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만취한 장교들 간의 난동은 시민의 신고로 현장에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일단락됐습니다.

당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군 장병 인권 보장을 내걸고 취임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앵커]
평일 밤 만취한 장교들의 폭행 사건, 군 기강 해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폭행 이유는 뭡니까?

[기자]
박 소령이 A 중위를 폭행한 것은 A 중위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해당 부대원 4명이 모여 술을 마신 뒤 돌아가야 하는데, A 중위가 술에 만취해 귀가하기를 거부하고, 욕설을 내뱉었다는 것인데요.

앞서 박 소령은 A 중위가 회식자리에 늦게 도착하자 술을 강요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목격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목격자 : 상관이 술을 먹인 거예요. 술을 먹인다는 건 기합을 준다는 거죠. 늦게 왔다고 벌주를 먹인 거예요.]

스스로 술을 강요한 뒤, 취했다는 이유로 폭행한 것인데요.

결국, 만취 상태에서 폭행당한 A 중위는 얼굴 곳곳에 멍이 드는 등 전치 2주의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앵커]
폭행을 가한 박 소령이 평소 부하 직원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고요.

[기자]
YTN 취재 결과, 박 소령은 앞서 부대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아 부대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박 소령이 술을 마신 다음 날 식당에 두고 온 자신의 차를 부대로 대신 가져오라는 식의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부대원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대원들은 박 소령이 진급에 중요한 일종의 인사권인 '평정권'을 언급하며, "자신에게 잘하라"고 압박을 했다고 말합니다

[앵커]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박 소령과 A 중위를 폭행 혐의로 함께 입건해 사건을 군 헌병대로 인계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군 당국은 박 소령을 폭행 혐의로 조사하고, 목격자로부터 A 중위 역시 두어 차례 주먹을 휘둘렀다는 진술을 확보해 상관 폭행과 모욕 혐의를 두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건에 연루된 두 장교 모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군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갑질 논란에 이어 중간 간부들의 음주 폭행까지 불거져 군 지휘관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이경국[leekk042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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