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파일] "스타벅스 넘겠다"던 한국판 커피왕, 故강훈 대표

[인물파일] "스타벅스 넘겠다"던 한국판 커피왕, 故강훈 대표

2017.07.25. 오후 2:2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인물파일] "스타벅스 넘겠다"던 한국판 커피왕, 故강훈 대표
AD
'식사 후 아메리카노 한 잔' 이제는 일상이 된 커피 문화 정착에 일조한 강훈 대표가 쓸쓸하게 생을 마쳤습니다.

커피의 '커'자도 몰랐던 회사원이었지만 '아메리카노'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한국에 정착시키며 '커피왕'이 됐습니다.

1992년 신세계백화점 공채 1기로 입사한 강훈 대표의 인생을 바꾼 건 '스타벅스'입니다.

1997년 스타벅스 한국 론칭팀에서 일을 맡게 된 건데요. 미국으로 건너가서 당시 국내에선 생소했던 바리스타를 보고, 직접 교육받았고요.

카페란 음료를 파는 곳만이 아니라 문화를 주고받는 곳이란 걸 몸소 보고 느끼면서 커피의 잠재력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듬해 강훈 대표는 회사를 나와 직접 커피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아직도 커피 가루에 설탕을 넣고, 커피 크리머인 '프림'을 넣어 타 마시는 인스턴트커피가 사랑받던 시절입니다.

자본금 1,500만 원으로 서울 강남역 지하에 문을 연 카페 '할리스'가 크게 성공하면서 아메리카노 문화를 단시간에 확산시켰습니다.

'커피왕의 전설'은 계속됐습니다.

2008년에는 할리스 카페를 넘기고, 카페베네와 손을 맞잡았습니다.

대형 연예 기획사 중 하나인 싸이더스와 손잡고 '스타마케팅'에 나선 아이디어는 기발했고요. 효과적이었습니다.

연 매출 1,000억 원, 최단기간 최다 매장 수 돌파, 업계 최초 500호점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강훈 대표가 이끈 카페베네는 승승장구했습니다.

커피 신화를 쓰며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강훈 대표의 포부는 더 컸습니다.

"스타벅스를 넘겠다"는 거였는데요.

2011년 카페베네 대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이제 포화가 된 커피 시장이 아닌 주스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세계 어딜 가도 한 손엔 망고 식스의 노란 망고 주스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길 꿈꾸던 커피왕의 생각은 빗나갔습니다.

사실 처음엔 국내에서 생소했던 망고를 선택한 건 성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망고 주스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오래 사로잡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2015년 190억 원에서 2016년 100억 원으로 매출이 절반 가까이 폭락했고요.

지난해에만 60개 점포가 폐점했습니다.

고군분투하던 강훈 대표는 결국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법정 관리 절차인 회생 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쌉쌀한 커피는 강훈 대표를 한국판 커피 왕좌 위로 올려놓는 달콤함을 주었지만, 달콤한 주스는 오히려 그에게 쓰디쓴 좌절을 맛보게 했습니다.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강훈 대표는 어제 오후 자택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