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에게 일어난 참변, 어쩌면 막을 수 있었다

부부에게 일어난 참변, 어쩌면 막을 수 있었다

2017.07.11. 오후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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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뒤, 외아들 부부가 낳은 손주를 품에 안을 설레임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소소했던 행복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20년 동안 봉제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던 50대 부부는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사고로 생명을 빼앗겼습니다.

어쩌면 이 사고는 예견된 사고였을지도 모릅니다.

평화로운 주말, 도로 위의 거대한 흉기가 된 광역 버스는 제동 없는 질주를 이어나갑니다.

버스 아래 깔린 승용차는 형체를 알 수 없게 부서졌고 2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버스 운전기사는 졸음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졸다가 쿵 소리가 나 깨보니 사고나 나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번 사고, 버스 기사의 근무 일정표입니다.

사고 전날, 18시간을 운행했고 밤 11시 반이 돼서야 퇴근을 합니다. 그리고 사고 당일 아침 6시 집에서 나와,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다른 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간에 휴무가 있지만 하루 쉬고 이틀 일하는 복격일제로, 거의 쉴 틈없이 버스 운행을 반복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옥랑 /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오산교통지부장 : 여기는 하루에 보통 17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7시간을 첫날 근무를 하고 이튿날도 17시간을 근무를 하는 거고요. 그래서 이틀 일하고 하루를 쉽니다. 그러면 그 이틀 일하고 하루 쉰다고 해서 휴식시간이나 이런 부분이 피곤함이나 누적된 부분이 풀리는 부분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와 비슷한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 터널 사고에서 4명이 참변을 당했습니다. 이 버스 기사 또한 졸고 있었습니다.

사고 이후 정부는 버스와 화물차 운전자의 휴식을 의무화 한, 졸음운전 방지 대책을 내놨습니다.

대형 차량 운전기사가 4시간 연속 운전하면 최소 30분은 의무적으로 쉬도록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졸음운전은 막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5월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인근에서 고속버스가 승합차와 추돌합니다. 원인은 역시나 졸음운전이었습니다.

[이수범 / 서울시립대 교통학과 교수 : 법은 정확하게 이렇게 하라고 되어 있지만 그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또한 그걸 일일이 단속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고 그렇다 보니까 특히 영세한 업체들에서는 그것에 대해서 그렇게 아주 심하게 강력하게 지키고 있지 않은 그런 상황입니다.]

큰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졸음운전 버스사고는 갈수록 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3년에서 2015년, 3년간 졸음운전으로 359명이 사망했습니다. 해마다 120명이 졸음운전 때문에 목숨을 잃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요.

일본은 졸음운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강경책'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일본 나가노 현에서 일어난 버스사고로, 운전기사를 포함해 16명이 사망했습니다.

일본 당국은 졸음운전을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고,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규정을 어긴 버스회사에 부과하는 벌금을 우리 돈으로 약 천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100배를 높였습니다.

빈발하는 ‘졸음운전 사망사고' 예방 대책으로 '자동긴급제동장치'를 설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첨단 운전보조장치 의무 장착을 제도화한 국가에서는, 이미 '차로 이탈 경보장치'와 '자동긴급제동장치' 등을 함께 장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장택영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그러한 정치적 부분은 어느 정도 커버가 되지만, 운전자 분들의 자체 컨디션이라든지 피로, 그리고 몸 상태에 따라서 굉장히 좌우됩니다. 그래서 운전자의 수면 장애 진단과 같은, 그러한 건강 관리 차원에서 이제는 국가도 관심을 가지고 좀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되는 만큼, 정부의 강력한 새로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사고가 또 발생하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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