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만에 바뀐 사망 원인"...서울대병원에선 어떤 일이?

"9개월만에 바뀐 사망 원인"...서울대병원에선 어떤 일이?

2017.06.16. 오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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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어제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기존 질병으로 숨진 '병사'에서 외부의 원인으로 숨졌다는 뜻의 '외인사'로 수정했습니다.

9개월 만에 바뀐 것입니다.

서울대병원은 왜 수많은 논란을 낳았던 사망 원인에 대한 내용을 이제야 수정한 것일까요?

우선 사고가 났던 당시 상황으로 가보겠습니다.

고 백남기 씨는 2015년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설치한 차벽을 뚫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버스에 묶인 밧줄을 잡아당기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당시 물대포가 얼마나 강했는지 이 영상으로도 확인 가능한데요.

그 뒤 3백 일 넘게 의식이 없다가 지난해 9월 숨졌습니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물대포가 아닌 치료 과정에서 생긴 병이 사망 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백선하 / 故 백남기 농민 주치의(지난해) :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기술하였습니다. 만약에 환자분이 받아야 할 적절한 치료를 받고도 사망에 이르렀다면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서울대병원은 아홉 달 만에 외인사로 진단서를 수정했을까요?

병원은 관행에 의한 잘못된 판단일 뿐 백선하 교수가 정치적 외압을 받았다는 등의 추측은 억측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관행은 무엇일까요?

어제 기자회견장에서 법의학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을 했습니다.

[이숭덕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주임교수 : 머리가 깨져서 사망을 했다면 당연히 외인사지요. 머리가 깨져서 병원에서 폐렴에 걸려 죽었다. 그러면 짧으면 누구든지 외인사라고 쓰는데 시간이 길어지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이걸 병사로 발행하고요. 저는 그런 진단서를 굉장히 많이 보고요.]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 관행적으로 '병사'로 적는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사망 판단이 더 빠를 수 있었다면 어떨까요?

백남기 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의 상황을 서울대 노조 관계자가 오늘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박경득 / 서울대병원 노조 사무국장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김현정:백남기 농민이 실려오던 그 순간에 상황일 거예요, 그 순간. 그 당시 혹시 기억나십니까? 그 당시 아십니까?) 네, 아주 선명하게 기억이 나죠. 정말 엄청난 일이었고 당시에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사실 그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마침 백남기 환자의 상태에 딱 맞는 세부전공을 전공한 교수님이 그날 당직이었어요. 그런데 그 전공을 하신 교수님이 소생이 어렵다, 이미 사망과 가까운 상황이다. 그리고 수술이나 이런 걸 진행하기 힘들다 가족들에게 마음의 정리를 하시라라고 다 얘기를 한 상태에서. (김현정: 이미 수술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마음의 준비하십시오까지 내린 상태에서.) 네, 그렇죠. 응급실에서. 그런데 갑자기 신경외과 과장인 백선아 교수. 그 교수가 등산복 차림에서 하라고 하죠. (김현정: 수술합시다?) 그리고 수술이 진행되고 연명의료가 행해지게 됩니다.]

백선하 교수의 판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백남기 농민의 진단서 작성에 직접 진단명을 적어넣은 사람은 백 교수가 아닌 다른 전공의 레지던트였습니다.

특히 이 전공의는 진단서의 사망원인 변경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내용이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밝혀졌습니다.

[표창원 / 더불어민주당 의원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 : 실제로 진단명을 적은 사람은 전공의 레지던트입니다. 이 레지던트는 처음부터 양심의 가책을 크게 느꼈고, 가능하다면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들을 혼자서 해왔고요. 그런데 워낙 힘없고 약한 존재이다 보니까, 의사 사회에서 따돌림 받을까 봐 두려움도 있고 해서 양심선언도 못 하고 잠적하고 도망 다니고, 이랬던 거죠.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게 되니까 이분이 지속적으로, 제가 알기에는, 서울대병원 내 법무팀을 통해서 사망원인 변경 가능성을 계속 타진해왔던 거로 알고 있고요.]

오늘 경찰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 수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앞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 책임과 관련해 경찰의 잘못이 밝혀지면 유가족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했는데요.

과연 경찰이 유가족들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의 사과를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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