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한 달 약값만 천만 원..." 정부와 제약사 다툼에 우는 환자들

[중점] "한 달 약값만 천만 원..." 정부와 제약사 다툼에 우는 환자들

2017.06.05. 오전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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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피부암 가운데 가장 심각한 질환으로 꼽히는 이른바 흑색종은 치료도 어렵지만 한 달 천만 원에 달하는 약값 탓에 환자들이 큰 고통을 호소하는데요.

하지만 정부와 제약회사 간의 힘겨루기 속에 보험 혜택이 또 무산되면서 사정이 좋지 않은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됐습니다.

권남기 기자입니다.

[기자]
발가락 하나가 없는 발이 퉁퉁 부었습니다.

흑색종이라는 희귀 암과 싸운 지 3년, 폐까지 암이 번지면서 수술은커녕 쓸 약도 거의 없던 54살 김 모 씨는, 얼마 전 면역 항암제 치료를 받으며 조금은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김 모 씨 / 악성 흑색종 4기 환자 : 맞고 나니까, 지금 눈으로 확인되는 것만 해도 보면 붓기가 조금 빠지는 게….]

문제는 돈입니다.

주사제 한 병에 350만 원 남짓, 한 달 약값으로만 천만 원이 들어갑니다.

최근 건강보험 혜택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한껏 기대를 품었지만, 정부와 제약회사의 갈등 끝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약값의 95%를 정부가 지원하는 이른바 급여화 심사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사들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힘겨루기가 원인이었습니다.

[신상준 /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 치료를 받지 않으면 돌아가실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높은 상황인데, 윤리적인 문제까지 대두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약사들이 관련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억지를 부리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병일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 경제성 평가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해당 업체에 요청했는데, 해당 업체에서는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까 흑색종에 대해서는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제약사들은 정부와 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답했지만 입장 차가 여전한 상황입니다.

전국 흑색종 환자의 수는 3천2백 명

이 가운데 수술 시기를 넘겨 면역 항암제가 필요한 환자는 2백 명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환자들은 자신들의 수가 적어서 정부와 제약사 모두에게 무시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김용덕 / 흑색종 환자 인터넷 카페 운영자 : 우리 환자들 숫자가 적어서 이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급여 적용 부분에 대해서 제외가 된 게 아닌가….]

제약회사와 관계 기관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도움이 급한 흑색종 환자들은 오늘도 돈과 삶을 저울질하며 힘은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YTN 권남기[kwonnk0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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