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자고 근무기록 조작하고"...해군 부산항 방어 '구멍'

단독 "잠자고 근무기록 조작하고"...해군 부산항 방어 '구멍'

2017.05.30.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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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잠수함 공격을 막겠다며 해군은 우리나라 제1의 항구인 부산항에 음파 탐지를 위한 고가의 장비를 설치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장비를 관리하는 군인들은 근무시간 대부분 잠을 자거나 아예 장비를 꺼놓고 근무 기록까지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가의 장비는 무용지물이었고 해군의 부산항 방어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습니다.

김영수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국가 중요시설이자 보안시설인 부산항을 지키는 해군 부대입니다.

이 부대는 천안함 폭침 이후 은밀히 접근하는 적 잠수함을 찾아내기 위해 이른바 음파 탐지 장비 운용 임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하루 24시간 부산항에 들어오는 선박들을 감시하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물체는 음파로 감시하는 겁니다.

그런데 해군의 이 첨단 감시체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대원들의 증언은 충격적입니다.

[A 부대원 : 상황실이 모텔방이나 집 안방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다들 술 많이 먹고 아침 7시에 출근하면 자는 사람도 있고….]

음파 장비를 다루는 해군 부사관들은 근무시간 대부분 잠을 자거나 아예 장비를 꺼놓기도 했습니다.

[B 부대원 : 이렇게 해서 잠수함 오면 잡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는 정말로 잡는다고 대답한 사람이 없습니다.]

근무 태만을 감추기 위해 근무 기록은 대부분 조작했습니다.

하루 10개가량을 기록해야 하는 이른바 접촉물 일지는 절반 이상이 허위로 작성됐고, 심지어 부산항 주변에 오지도 않은 선박의 기록을 거짓으로 꾸미기도 했습니다.

일부 부대원들은 이 같은 업무 일지 조작과 근무 태만이 1년 넘게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해군도 감사를 벌여 이 같은 근무 태만을 대부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해군 측은 일지가 조작된 것은 맞지만, 보안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엉뚱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감사 이후 해당 부대에 대한 처벌도 주의에 그쳤습니다.

[해군 관계자 : 특정 개인의 문제가 적시되지 않았고 전반적인 당직실태를 파악했을 때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감찰에서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군 기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합니다.

[양욱 /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 최악의 경우를 항상 대비해야 해서 이런 전략자산이 있는 곳에 대한 철저한 경계태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운용 실태는 매우 실망스러울 뿐만 아니라…]

해군의 조직적인 근무 태만 속에 대한민국 제1의 항구인 부산항의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렸습니다.

YTN 김영수[yskim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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