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A대위 처벌, 누군가의 세상은 오늘 무너진다

동성애 A대위 처벌, 누군가의 세상은 오늘 무너진다

2017.05.24. 오후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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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 A대위 처벌, 누군가의 세상은 오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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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 군사법원이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동성애자 A 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육군 보통군사법원은 A 대위에게 '군인 또는 준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 형법 제92조 6항을 근거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대위는 판결 직후 쇼크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군인권센터는 즉각 성명을 내고 판결을 부당함을 호소하며, A 대위에 대한 처벌을 거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A 대위 사건은 한국의 인권 현실이 여전히 '후진국'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외신에서도 이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며 한국이 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보수적인 한국에서 성소수자는 가혹하게 낙인 찍히고, 정치적으로 가려진 반면, 기독교도는 강력한 로비로 차별 금지법을 통과시키려는 정치인들을 저지한다. 한국 남성들은 2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데, '성소수자 낙인찍기'는 군대에서 두드러진다."라고 보도했다.

군 형법 제92조6항은 동성 간 성행위 금지 항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군인'의 항문성교를 처벌 대상이라고 명시한다. 이는 이성 간의 항문성교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특정 체위를 금지한 것은 국가가 개인의 잠자리 행위를 통제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을 근거로 성소수자 처벌을 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이 조항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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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는 휴가 나가는 군인에게 '군용 콘돔'을 배포한다. 군이 휴가를 나가서 맺는 성관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제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휴가 군인에게 콘돔까지 주는 군이 복귀한 사병에게 아무도 "이성애자 애인과 항문성교를 했느냐"라고 묻지 않는다. 그러나 군형법 제92조 6항을 엄격하게 적용했을 때, 이성애자 연인과 항문성교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성애자 군인 역시 군형법상 처벌이 가능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황당한 법률이다.

특히 A 대위의 경우 영내 성관계가 아니라, 휴가를 나와서 자신의 애인과 관계를 맺은 것이고 강제 추행이나 폭행 등의 행위도 없었다. 일부 잘못 알려진 것과 달리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군은 '성소수자 처벌' 목적을 가지고 수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성소수자 군인들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질문을 반복하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다른 군인들을 색출하는 등 인권 유린이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성소수자 A(31세) 씨는 "나도 군대를 다녀왔다. 동성애자라고 밝혀도 나라는 나를 군대로 끌고 갔을 거다. 하지만, 군대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저렇게(A 대위처럼) 처벌을 받을 거다. 군대를 가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내 사랑은 떳떳하다. 성적 지향은 잘못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성애 A대위 처벌, 누군가의 세상은 오늘 무너진다

A 대위의 유죄 선고와 관련해 2011년 병역을 거부하며 캐나다로 망명한 사례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동성애 차별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김경환(당시 30세) 씨를 받아들였다. 당시 캐나다 이민·난민 심사위원회(IRB)는 "한국 군대의 일반적인 상황과 동성애자인 군인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자료가 믿을 만하고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IRB는 한국에서 동성애가 여전히 정신적인 질병으로 간주되고 있다면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부당하게 전역하게 된다면 제대로 된 직장을 얻거나 공부를 지속할 수 없는 등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다는 우려의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이번 A 대위 처벌과 관련해 4만여 명이 넘는 시민이 'A 대위는 무죄'라며 탄원서를 냈다.

군 인권 센터는 "위헌적 동성애 처벌법인 군형법 제92조의6 조항 폐지와 그릇된 권력에 사법권을 허락하는 군 사법체계의 민간 이양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국군 장병은 어느 지역 출신이든, 누구를 사랑하든, 어떤 종교를 믿든 존중받아야 하며 국가가 존엄성에 등급을 매겨서는 안 된다"라면서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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