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날개 다시 편 180억 기부 천사

꺾인 날개 다시 편 180억 기부 천사

2017.04.23. 오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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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환 / 사회부 법조팀 기자

[앵커]
180억 원에 가까운 주식을 직접 세운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140억 원이라는 '세금 폭탄'을 맞은 황필상씨 기억하십니까? 지난주 대법원이 황 씨에 대해서기부를 위한 주식 증여에 거액의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큰 화제가 됐습니다.

사회부 법조팀 김승환 기자와 자세한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180억 원 규모의 주식을 기부를 했는데 140억 원의 세금을 매겼다는 게 좀 이해가 안 가는데 먼저 그 내용부터 정리를 해 주실까요?

[기자]
황필상 씨를 소개해 드리면 어린 시절에 막노동을 통해서 정말 어렵게 공부를 했고 늦은 나이인 26살에 대학교에 가서 대학교수까지 된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이 났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데 또 지난 1991년도에는 생활 정보지인 수원교차로를 만들어서 많은 돈을 벌었고 또 2002년에는 모교가 만든 장학재단에 수원교차로의 주식 95%, 당시 평가액으로 180억 원 가까이 되는 주식을 기부한 거죠.

하지만 세무당국은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다음인 2008년에 황 씨의 기부가 무상증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140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상속세와 증여세법 48조의 내용을 보시면 공익재단에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할 때는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도록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그러니까 법령은 있지만 황 씨 입장에서 굉장히 황당하겠죠. 그래서 2009년에 세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앵커]
저런 세법을 만들어놓은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다 이유는 있습니다. 기부한, 그러니까 현금이 아니라 주식에 대해서 증여세를 물리게 되는 것은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재단을 이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인데요. 재단을 통해서 계열사를 우회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재단을 세우고 또 주식을 넘기는 이런 편법을 막기 위한 겁니다.

문제는 지배 수단으로 공익재단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 좋은 의도로 공익재단에 주식을 기부할 때 발생하는 겁니다. 그래서 현재 법상으로는 선의와 편법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소 문제가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1심 또 2심 어떤 판결이 나왔습니까?

[기자]
1심에서는 황 씨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또 편법으로 증여를 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을 해서 증여세를 내라는 것은 잘못됐다 이렇게 봤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앞의 판결을 뒤집었는데요. 황 씨와 재단이 보유한 주식을 합하면 수원교차로 주식의 전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수원교차로는 황 씨와 특수 관계에 있어서 과세대상이 맞다 이렇게 봤습니다.

또 법원에서는 예를 두기 시작하면 입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이렇게 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황 씨가 내야 할 세금은 계속해서 불어났다고요?

[기자]
처음에 140억 원 정도였는데 결국에는 225억 원까지 불어났어요. 처음에 이분이 내기로 했던 주식 평가액이 177억 원 정도, 180억 원 정도였는데 이것보다도 훨씬 더 늘어나는 굉장히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거죠. 또 사는 아파트까지 압류를 당해서 졸지에 고액 세금체납자가 됐고 또 이 당시에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물었었는데 이런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황 씨 얘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황필상 / 前 수원교차로 대표(지난 20일) : (그동안)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타날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같은 분들 길을 다 막는구나, 큰일이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고요.]

[앵커]
지난주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황필상 씨 무려 7년 동안 법정 싸움을 하게 된 셈인데 대법원의 최종 기준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대법원에서는 결국 1심의 판결이 맞다 이렇게 본 건데요. 기부자가 공익재단의 이사 선임 등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을 때 그때만 과세해야 한다고 본 겁니다. 주식을 낸다는 것만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했다는 것은 잘못됐다, 이렇게 본 건데요.

입법 취지가 지배수단으로 재단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서 세금을 내라고 해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래서 파기환송심에서는 증여세 부과 처분이 취소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판단은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의 결정으로 나와서 무게감이 남달랐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양승태 / 대법원장(지난 20일) : 원심의 판단은 헌법상 조세법률주의와 위임 입법의 한계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 주식을 기부했을 때 어떤 판단을 받게 됩니까?

[기자]
아마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 전체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라는 내용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것이 평가액으로만 거의 50조 원에 달하는 굉장히 많은 금액이거든요.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에는 주식을 기부하는 평가금액만큼 세금을 감면해 주는 그런 혜택이 있기 때문에 기부문화가 아무래도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기준이 전체 발행 주식의 5%입니다. 반면에 미국은 20%, 일본은 50%까지 증여세를 물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앵커]
그렇군요. 기부제도의 세법 문제에 대해서도 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기자]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현재 계속 논의가 되고 있고요. 또 관련해서 의원들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과세 상한선을 현재 5%에서 미국 수준인 20%로 대폭 늘리고 대신에 기부받은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을 해서 또 편법적인 증여를 막기 위한 제한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고요. 또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서 기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지출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감시 역시 필요하다 이런 의견이 있습니다.

[앵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을 계기로 기부의 취지도 살리고 편법 증여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김승환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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