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사니? 보증금은 얼마?" 황당한 가정통신문 논란

"월세 사니? 보증금은 얼마?" 황당한 가정통신문 논란

2017.03.16. 오전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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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각 가정의 재산 수준을 요구하는 조사서를 학생들에게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집은 몇 ㎡짜리인지, 자동차는 뭘 타는지 물어본 건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학생과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자 뒤늦게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습니다.

김영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도 오산시의 한 고등학교가 전교생 800여 명에게 배포한 이른바 생활 기초 조사서입니다.

부모님의 구체적인 직업을 쓰고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적으라고 돼 있습니다.

현재 사는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크기는 몇 ㎡짜리인지까지 요구합니다.

심지어 월세일 경우 보증금은 물론 매달 내는 금액도 채워야 합니다.

[A 고등학교 학생 : 엄마가 나한테 왜 쓰냐고 (했어요). 쓰라고 해서 쓰기는 했지만….]

학교가 각 가정의 생활 수준을 적나라하게 알려달라고 요구한 건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학교 측이 생활 수준을 기준으로 줄 세우기 하려는 것 아니냐며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A 고등학교 학생 : (뒷장은 하나도 안 쓴 거에요?) 쓰기 뭔가 꺼려지게 생겼어요.]

학교 측은 일부 학부모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섰고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는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일이었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A 고등학교 관계자 : 학년부장님이 담임 선생님 편의를 위해서 배포했는데 뒤늦게 알고….]

하지만 사실상 교육청의 지침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어서 논란이 작지 않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지 말라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 이런 부분들은 조사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정말 필요하다면 개별 면담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교육 현장의 오랜 관행이 이 같은 인권 침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숨어있던 학생 인권 침해의 관행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서울과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서 학생 인권조례가 제정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은 계속되고 있지만, 교육 현장은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YTN 김영수[yskim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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