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병신년(丙申年) 뒤흔든 대중문화 5대 이슈

[신율의출발새아침] 병신년(丙申年) 뒤흔든 대중문화 5대 이슈

2016.12.30. 오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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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출발새아침] 병신년(丙申年) 뒤흔든 대중문화 5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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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6년 12월 30일(금요일)
□ 출연자 :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알파고 열풍
-대중문화 지형도 바꾼 김영란법
-부끄러운 문화예술계 성추문 논란
-음악계 ‘힙합’ 돌풍
-최순실 국정논란이 낳은 패러디 열풍
-게으르고 무성의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해방구 같았던 촛불집회



◇ 신율 앵커(이하 신율): 이제 정말 2016년의 끝자락에 섰습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새해, 2017년이 시작되는데요. 올 한 해 정말 다사다난했죠. 특히 2016년을 흔들어놓은 대중문화 이슈,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관련해서 이야기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문화평론가시죠.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하 이택광): 네, 안녕하세요.

◇ 신율: 참 개인적으로도 정신이 없었고, 온 국민이 정신이 없었던 2016년이 지나갔는데요. 올 한 해 문화나 이런 쪽으로 정리해보자면 뭘 먼저 꼽으시겠어요?

◆ 이택광: 아무래도 알파고 열풍이 있었죠.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사실 인공지능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과거부터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대중문화 현상으로는 아주 옛날부터 있었죠. 대표적인 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각본을 쓰고, 그 각본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어서 ‘AI’라는 영화가 나왔었죠. 그게 본격적으로 AI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던 거고요. 최근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AI 개발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산업, 보통 4차 산업이라고 하는데, 그 4차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서 대중문화에서도 굉장히 많은, AI와 관련된 문제를 다른 작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도 ‘엑스 마키나’ 같은 작품이 나와서 히트를 쳤고요. 그것도 로봇이 특이점을 넘어갈 수 있느냐? 특이점을 넘어가면 사람 같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인간과 다른 어떤 생명체로서의 기능을 기계가 할 수 있는가 하는 철학적인 논의가 있는데, 그게 영화로 나온 게 ‘엑스 마키나’입니다. 거기 보면 기계가 사람을 정복하죠.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뜻대로 길을 가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이런 이야기들은 아시모프가 쓴 ‘아이로봇’이라는 소설에도 등장하고요. 그런데 한국 같은 경우에는 올해 알파고를 통해서, 이런 게 대중화 되었을 경우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거나 하는 공포심을 심어줬다고 생각해요. 아마 기술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광범위한 대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던 선례가 있는지 되물어본다면 사실 없는 것 같고요. 또 유행어로서도 히트를 쳤다고 생각합니다. 기계 같은 행동을 하면 ‘알파고 같다’고 하고요.

◇ 신율: 어떤 분은 알파고가 이렇게 두라고 하면 어떤 분이 대신 두잖아요. 그런데 그 분이 알파고라고 생각을 해서 ‘야, 사람하고 똑같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봤어요.

◆ 이택광: 그런데 인간의 심리가 그런 게 있어요. 원래 이런 인공적인 것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은 집중력을 갖는 경향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관광지에 갈 때, 파리의 에펠탑에 가시면 ‘아, 그림하고 똑같네.’ 이런 말씀 많이 하시잖아요. 그게 바로 인공성이라고 하는데, 인공지능도 그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

◇ 신율: 그렇습니다. 두 번째로는 뭘 꼽으시겠어요?

◆ 이택광: 아무래도 지금 엄청난 연말에 타격을 주고 있는 김영란법이 대중문화의 지형도도 완전히 바꿔놓고 있죠. 어떻게 보면 김영란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게 대중문화가 아닌가 싶은데요. 공직자들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서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는데, 실질적으로는 문화계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죠. 대표적인 게 공연입니다. 과거에는 공연 티켓이 초청권으로 많이 나갔는데, 이제 이걸 못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해외 공연을 유치하는 것도 어려워졌고요. 당연히 이와 관련된 화환을 준다거나, 요식업체도 타격을 받게 되고, 그러니까 일상 문화도 바뀌게 되는 겁니다. 회식 문화도 사라지고요. 아무래도 대중문화 역시 김영란법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신율: 세 번째는 어떤 게 있을까요?

◆ 이택광: 세 번째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요. 올해가 병신년인데요. 역술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병신년은 큰 변화가 일어나는 해라고 하더라고요. 문화계에도 지각변동이 한 번 일어났죠. 이게 바로 성추문 논란이고요. 이 성추문에서 더 나아가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좀 더 극단적인 형태들도 많이 폭로가 되었는데요. 이런 폭로가 주로 SNS를 통해서 이루어지면서 많은 논란을 낳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성추문에 포괄되지 않는 문인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문인들이 이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 밝혀지거든요. 사실 상당히 문학계 내에서 자정운동들이 일어나고 있고요. 상당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문화계를 뒤흔든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죠.

◇ 신율: 그런데 이게 마치 관례 같이, 상시적으로 있던 게 이번에 터진 거다,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 이택광: 사실 성추문을 관례라고 말하는 건 부끄러운 건데요.

◇ 신율: 네, 관례라기보다는, 하여간 잠재해 있었죠.

◆ 이택광: 네, 이미 잠재해 있었죠. 그게 지금까지는 피해자들이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만한 매체들이 없었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이 문인, 예술가들의 일탈 정도로 관대하게 봐주는 경향들이 있었는데요. SNS를 많이 사용하면서 이런 통로들이 만들어진 거죠. 그래서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SNS에 가서 고백하는 내용이 효과를 발휘하게 되고, 매체에서 보도해주게 되고, 이러면서 이 문제가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신율: 그렇군요. 이게 참 앞으로는 이런 뉴스 좀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 이택광: 네, 이번 기회로 좀 정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 신율: 네, 그리고 네 번째로 꼽으실 문화계의 특징은 뭘까요?

◆ 이택광: 아무래도 음악계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걸그룹들은 예전에 비해서 조금 주춤했는데, 다른 곳에서 좀 시끄러웠어요. 힙합 장르가 굉장히 성공했습니다. ‘쇼미 더 머니’라든가 몇 가지 예능 프로 덕분에 인기를 끌었는데요. ‘무한도전’에서도 정준하 씨가 힙합을 불러서 인기를 끌었죠. 그리고 신 교수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로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쇼 미더 머니’ 1차 우승자인데요. 이분이 이제 확고한 가수로 자리매김했죠. 그래서 제가 문화평론가로서 왜 힙합이 유행하게 되었을지 생각해보면, 이게 한국에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블록파티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젊은이들이 모여서 건전하게 파티를 합니다.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일정한 장소를 빌려서 거기서 행사나 파티를 하는데요. 이게 미국에서 시작된 문화죠. 그런 파티에서 틀어주던 음악이 힙합입니다. 여러 음악들을 샘플링해서 들려주는 거죠. 그걸 잘하는 DJ가 힙합계의 강자가 되는 건데요. 그 문화가 오랫동안 마이너하게 있다가 최근에 오버 그라운드가 된 거죠. 그래서 사실 우리 세대는 잘 모르지만 이게 한국 민족의 감성에 맞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신율: 사실 판소리도 얼핏 들으면 과거의 힙합이라고 볼 수 있죠.

◆ 이택광: 네, 장단도 있고, 멜로디보다는 리듬이니까요. 우리가 그런 데에 강하죠.

◇ 신율: 그렇군요. 힙합 음악이 유행하면서 힙합 패션도 유행했겠네요.

◆ 이택광: 힙합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문화예요. 그러다보니까 복장도 자유롭고, 격식을 따지지 않고, 이런 게 한국 대중문화의 탈권위적인 욕구와 잘 어울렸죠.

◇ 신율: 네, 다섯 번째는 어떤 거 꼽으시겠어요?

◆ 이택광: 이건 어떻게 보면 대중문화의 사태가 아닐 수도 있는데, 올해 대중문화의 특징은 사실 정치적인 이슈와 결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결국 최순실 씨 문제와도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 문화의 특징 중에 하나가 패러디라고 볼 수 있는데요. 최순실 씨 덕분에 수많은 패러디가 나왔고, 또 한 가지 특징이 뭐냐면 게임들이 나왔어요. 여러 가지 SNS이나 개그콘서트 등에서 최순실 문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패러디들이 많이 양산되어서 대중문화계를 풍성하게 해줬죠. 그래서 과거와는 달라진 풍경입니다. 과거에는 정치는 정치고 문화는 문화였는데, 이제는 문화가 정치적인 문화를 담아서 대중들을 즐겁게 해주는, 정치이면서 동시에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죠.

◇ 신율: 여기서 나오는 게 또 금수저 논란 아니겠어요?

◆ 이택광: 네, 사실 이게 연결되어 있어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게 되는 계기가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씨의 페이스북 글이었습니다. 이런 논란이 바로 금수저 논란과 이어져 있는 거죠. 실질적으로 상류층 자제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SNS덕분에 과거보다 더 잘 알게 된 겁니다. 여기에 분노하게 된 것이고, 이게 바로 대중들의 분노를 촉발하게 된 거죠.

◇ 신율: 네, 그리고 블랙리스트 파문도 있었죠?

◆ 이택광: 네, 이것도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블랙리스트라고 말하기도 힘든데요. 인터넷에 가보면 다 나와 있는 성명서의 이름을 다 복사해서 보고한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상당히 무성의한 블랙리스트입니다. 뭔가 블랙리스트면 좀 치밀하게 조사를 한 게 나와야 하는데, 그냥 어디에나 볼 수 있는 내용 긁어서 보고한 거 아니냐? 상당히 게으른 블랙리스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신율: 그리고 촛불집회도 최순실 덕분에 이렇게 크게 일어났죠.

◆ 이택광: 네, 이것도 결국 최순실 덕인데요. 이번 주에도 모일 텐데, 수적으로 집계해보면, 요즘은 광화문 근처 지하철역에 몇 명이 내리셨는지를 가지고 집계하더라고요. 그걸 계산해보면 1천만 명 이상이 왔다고 하죠. 국민의 4분의 1이 광화문에 모인 건데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도 몇 번 나가봤는데 정말 해방구 같아요. 주변에 사시는 분들은 강아지 끌고 산책 나오시고요.

◇ 신율: 창조경제의 현장도 있지 않습니까? 푸드트럭도 쫙 있잖아요.

◆ 이택광: 제가 물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었는데, 편의점에 모든 제품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장님이 상당히 미안한 표정으로 ‘다 팔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신율: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택광: 네, 감사합니다.

◇ 신율: 지금까지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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