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 횡포 때문에...임금 체불 업주가 되어버린 사장님

원청업체 횡포 때문에...임금 체불 업주가 되어버린 사장님

2016.11.06. 오전 05: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직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원청업체의 권력에 역부족 이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10년지기 직원을 해고할수 밖에 없었던 대표의 이야기.

박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
중년 남성 2명이 법원에 도착했습니다. 한 명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

[사장님 : 4대 보험 중에서 국민연금을 못 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국민연금에서 고발이 들어와서 횡령 건으로 이렇게 재판을 하려고 와 있습니다.]

옆에 있는 남성도 비슷한 처지라는 데요.

[사장님 : 재판은 민사도 있고 형사도 진행 중입니다. (생략) 형사 건은 임금체불 관련해서 업체마다 한 세 건씩은 다 걸려 있을 겁니다. (한 달에 보통 한 세 건씩 걸려 있습니다.)]

한 달에도 수차례 열리는 재판-.

그리고 꼭 함께 다닌다는 이들.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울산의 한 낡은 사무실에서 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명함 속 이들의 직함은 ‘대표'. 모두 사장님들입니다.

대형 조선사의 이른바‘사내 협력사’를 운영하던 분들입니다.

[사장님 : 작년 11월 달인가 저희 대표님들 중에 한 분이 자살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이렇게 흩어져 있던 분들이 모여서. 연대라고 하죠?]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지난 1년 여.

이들의 회사는 차례로 문을 닫았습니다.

백여 명, 많게는 수백 명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 네 사람은 수억 원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못한, 체불 업주입니다.

물론 누구도 체불 업주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장님 : 사실 임금은 어떻게 해서든 줘야 되거든요. 왜냐하면 안 줄 수가 없는 게 임금을 안 주게 되면 당장 사업이 안 되는 거죠. 제일 우선이 임금 아닙니까?」

처음엔 재산 팔고, 은행 빚으로 버텨보다, 대출이 막히자, 회사의 세금,

4대 보험, 퇴직금 적립까지 차례로 체납해 가면서, 월급만큼은 최후의 보루로 지켰다는데요.

결국 역부족이었습니다.

[사장님 : 하다보니까 끌고 나오다, 끌고 나오다 도저히 외부적인 어떤 충격이나 이런 쪽으로 해서 갈 때까지 가서 이제 금융권 대출 다 맡기고 안 될 만큼 되고 나니까 이제 어쩔 수 없이 닫을 수밖에 없는 거죠.]

비극의 시작은, 지난 2010년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벌인 무리한 저가, 과다 수주 경쟁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선박 수주로, 원청의 초기 계획과 설계가 계속 변경되고, 심지어 했던 공사를 수차례 다시 하는, 전에는 없던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사장님 : 100명이 (작업에) 들어가야 했던 것을 300명 넣고 200명 넣고 초과해서 인원을 넣는 거죠. 근데 그 초과 인원에 대해서 (원청에서) 돈을 받느냐 받지도 못 하는 거죠.]

[사장님 : 저희는 배관을 하는데 최소 (설계가) 네 번이 바뀌면 많게는 10번 이상이 바뀌어요. (생략) 그러면 이 만큼의 공기랑 이만큼의 사람이 투입 되는 거와 이만큼의 시간과 이런 것들이 전부 낭비가 된다는 거죠. ]

하지만, 하청은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기성금 삭감이 2~3년 씩 이어져 왔습니다.

[사장님 : 2014년 9월 달에 30프로 밖에 안 되는 거예요. 투입에 비해 30프로 밖에 안 주니까 임금 자체가 안 되는 거죠. 말 그대로 운영을 못 할 정도로 받았는데 5월 달에 12억 받던 기성금을, 6월 달이라고 특별한 일이 없는데 5억을 받았습니다.]

이 대형 조선사의 사내 하청업체 중, 최근 도산한 10곳의 3년 평균 기성금을 계산해 봤더니, 투입한 비용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사장님 : 저희들은 좀 일찍 나온 편이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봅니다. (생략) 구조조정이라는 미명아래 제일 먼저 손을 대기 쉬운 데가 사내협력사거든요.]

계속되는 법정 다툼에 지친 김창조 사장에게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미안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1년이 넘도록 퇴직금은커녕 월급도 주지 못한, 직원 김경훈 씨입니다.

[직원 : 잘 지내시죠?]

[사장 : 잘 지낸다...말이 참 어렵다. 그자? (생략) 너 역시 그렇지 안 그렇나. 다른 직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노?]

[직원 : 다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생략) 용접하는 애들도 다른 데 가서 조공으로 일 하는 애들도 있고 뿔뿔이 다 흩어졌습니다.]

[사장 : 하... 그 소리 들으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네. (생략) 너무 힘들다 보니까 세상이 이렇게 많이 변한다. 이번 재판에서 이겨야지 니네들하고 또 약속 한 것도 지켜야 되고 월급도 줘야 되고]

[직원 : 사장님은 사장님 하시는 데로 열심히 하시면 우리는 그동안 또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 되니까 힘내십쇼.]

[사장 :그래, 어쨌든 너희를 봐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한 번 싸워 볼게. 고맙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