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촉박해서"...쓰러진 택시기사 두고 떠난 승객

"시간 촉박해서"...쓰러진 택시기사 두고 떠난 승객

2016.08.26. 오후 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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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이수희, 변호사 /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 / 백기종, 前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앵커]
대전에서 있었던 일이죠. 택시기사가 운전 중에 갑자기 심장마비 증세가 와서 쓰러졌는데 승객은 그냥 자연스럽게 짐 꺼내고 다른 택시 타고 갔다...

[인터뷰]
대전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50대 승객을 태운 63세 된 택시기사분이 사실상 심정지가 먼저 온 걸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량이 30m쯤 진행을 하다가 앞차를 추돌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지금 블랙박스를 감식하고 있는데 뒤에 탔던 승객들이...

[앵커]
들이라는 게 몇 사람이에요?

[인터뷰]
두 사람입니다. 50대 남녀 승객인데 갑자기 내립니다. 그러더니 트렁크가 열리면서 골프채를 꺼냅니다. 그리고 현장을 바로 떠나버립니다, 다른 택시를 타고. 결국 다른 사람이 신고해서 현장에 와서 급히 119와 함께 옮겼는데 결국 이분은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119에 신고를 했는데 이 사안이 결국 CCTV와 블랙박스를 통해서 밝혀지면서 골프가 중요하냐, 사람 생명을 놔두고 이렇게 현장을 떠날 수 있느냐. 그래서 지금 무려 댓글이 수천 개가 달리면서 비난글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앵커]
물론 이 사람들이, 지금 떠난 사람들이 골프채를 가지고 갔지만 출장을 가서 골프도 겸해서 칠 수도 있어요. 그건 골프 치러 간다 이런 걸 우리가 단정지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게 이렇게 사건이 발생한 두 시간 후에 경찰한테 전화를 했다는 거 아니에요? 휴대전화 없나요, 이 사람들은?

[인터뷰]
정말 사람이 먼저잖아요. 거기서 119만 누르고 갔으면 이분이 안 죽을 수도 있었잖아요.

[앵커]
공항버스는 휴대전화가 안 됩니까?

[인터뷰]
정말 저도 이거 보면서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떻게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골프채 꺼내서 갈 정신은 있고 어떻게 119 하나 안 눌러주고 갈 수 있는가.

[앵커]
인천공항 가서 전화를 했대요, 제가 알기로는.

[인터뷰]
이미 추돌을 하기 전에 핸들 앞으로 몸이 쏠려 있었고 침이 흐르고 있었답니다. 그러면 그 상태가 얼마나 위중한지 의식을 잃었다는 게 확연해진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 그랬냐면 공항버스 출발 시간이 10분밖에 안 남아서 바로 가야 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고 나중에 귀국하는 대로 경찰에 협조하겠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결국 택시운전자는 사망을 했고요. 결국 그 가족들은 가장을 잃은 거고 그 상황에 사실 인간적으로 이럴 수가 있나.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인터뷰]
그런데 저는 이 기사를, 이 뉴스를 운전하면서 라디오로 들었어요. YTN 라디오로 들으면서 내가 그 상황일 때 나는 어떻게 할까. 그러니까 공항버스가 지금 공항버스 시간이 촉박했다. 대전에서 인천공항으로 와야 되니까 이 사람들은 그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럴 때 택시기사를 돌보다 보면 자기가 인천공항을 제때 못 가면 비행기도 놓치고 이렇게 됐을 때 저는 제 스스로 생각에 나는 어땠을까라는 걸 다시 되돌아봤거든요. 그러니까 수천 개의 댓글을 다시는 그분들이 이건 우리가 결과적으로 놓고 봤을 때의 얘기인 거잖아요. 그랬을 때 냉정하게 생각을 하면 요즘 어디 하나에 꽂혀서 여러 개를 못 보고. 그러니까 사람 중심으로 못 보고 자기 일 중심으로만 보는 이 풍조가...

[인터뷰]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119는 누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그러니까 그 버스 안에서든 언제든... 그러니까 이분들이 잘못한 건 맞아요. 그리고 잘못한 건 맞는데 비판을 하면서도 뭔가 자기를 돌아봐야 할 때인 건 아닌가 그런 반성적인 생각이 들면서 나도...

[앵커]
그런데 상식적으로 우리가 이런 일이 있으면 예를 들면 그건 충분히 이해해요. 비행기 시간 늦는데라고 생각할 수는 있어요. 그러면 사실은 공항버스 타고 나서 일단. 아니면 다른 택시를 잡고 나서 지금 내가 이렇게 해서 가면서 신고를 하는데라고 신고를 했어야죠. 119에 하든 112에 하든.

[인터뷰]
거기는 두 사람이 있었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이를테면 한 사람만 있었어도 당연히 신고를 해야 됐지만 두 사람이 있다면 한 사람은 택시를 잡더라도 다른 한 사람이 신고를 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 점이 너무 아쉽다는 거죠.

[인터뷰]
지금 우리 사회에 급성 심장마비 이런 환자들이 돌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까? 이걸 갖다가 나름대로 대처하기 위해서 곳곳에 자동제세동기 장치라는 거 보셨죠?

[앵커]
그거 있어요.

[인터뷰]
심장 박동이 잔잔하게 뛰는 걸 없애주는 거죠. 심장충격기. 그런데 그걸 100개, 1만 개 만들어놓으면 뭐합니까? 옆에서 쓰러졌는데 아무도 구호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 그건 무용지물이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인터뷰]
제가 조금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각박해졌다는 얘기고 굉장히 이기적이라는 거죠. 지금 이분들이 나중에 보면 본인들도 약간 부상을 당했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약 1분 정도만 압박을 줘도 그 사이에 119에 신고되면서 생명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앵커]
그건 아마 일반 사람이 자신이 없으면 못할 수도 있어요.

[인터뷰]
그러니까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그러면 방금 말씀하셨지만 바로 119, 112에 신고하는 데 30초도 안 걸리거든요. 그 부분만이라도 이번 기회에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사실 굉장히 훈훈한 소식이 들리지 않습니까. 심장박동이 중지된 상태인데 양천구에서 초등학생 14세 된 학생이 심폐소생술을 배웠던 걸 과감하게 해서 60대 아저씨를 살린 것도 있었고요. 또 버스 안에 쓰러진 분을 승객이 심장에 충격을 주는 상태로. 아주 능수능란하게 하지 않더라도. 이런 훈훈한 부분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오늘 아침에 저희 YTN 라디오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극단적인 이기주의, 이것이 지금 우리의 삶의 행태가 아닌가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두려워지고 걱정스러워진다는 얘기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더라도 사람의 생명만큼 더 중요한 일은 이 지구상에 있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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