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 '묻지마 화장실' 그리고 성추행

[뉴스통] '묻지마 화장실' 그리고 성추행

2016.05.25. 오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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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식사시간인데 죄송하지만 화장실 얘기 좀 하겠습니다.

요즘 화장실이 화두가 됐습니다.

강남 묻지마 여성 살인 사건 때문에 화두가 됐는데 어제 전주지방법원의 성추행 무죄 판결 때문에 화장실에 더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제 전주지법의 판결에 대해 "어떻게 이게 유죄가 아니고 무죄냐" 라고 의아해하면서 황당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공중에 떠 있어야 공중화장실"이라는 비꼬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논란도 있지만 일부 오해도 있는 것 같아서 당시 사건과 어제 법원의 판결을 다시 한 번 분석적으로 들여다 보겠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2014년 7월 26일 밤 9시 10분쯤 35살 강 모 씨가 전북 전주에 있는 술집 부근 화장실에서 여성이 용변을 보는 장면을 바로 옆칸으로 들어가 칸막이 사이의 공간을 통해 몰래 엿본 사건입니다.

당시 남성은 여성이 용변을 보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거나 피해 여성의 몸을 만진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엿보기만 한 겁니다.

그래서 성추행 죄를 직접 적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휴대전화로 촬영을 했거나 접촉이 있었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겁니다.

성추행 죄를 적용할 수 없게 되자 검찰이 기소를 하면서 적용한 게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였습니다.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이나 목욕탕에 침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중화장실'이라는 법 조항이 문제가 됐습니다.

성적인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훔쳐본 것은 맞는데 훔쳐본 장소가 법에 규정된 공중화장실이 아니었던 겁니다.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중화장실은 국가나 지방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화장실, 쉽게 말해 공공시설은 공원이나 지하철 등에 설치돼 있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화장실을 말합니다.

식당이나 술집 등에 있는 화장실은 많이 사람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이긴 하지만 법상의 공중화장실은 아닙니다.

이처럼 사건이 벌어진 장소가 범상의 공중화장실이 아니라서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난 겁니다.

사실은 이 논란은 이번 2심 판결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법에서 정한 공중화장실의 개념을 공공이 운영하는 공공화장실이 아닌 다중이 이용하는 개념으로 확대하자는 법률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다시 논란이 되자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9대 국회는 어차피 곧 끝나는 만큼 다음 20대 국회가 이 목소리에 얼마나 귀 담아 들을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오점곤 [ohjumg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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