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계약 무시한 전보..."인사권 남용"

근로 계약 무시한 전보..."인사권 남용"

2015.08.15. 오전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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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입사할 때 계약했던 근무지와 전혀 다른 곳으로 전보된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부당한 전보라는 주장과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반박이 맞섰고 대법원은 근로자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한동오 기자가 법원의 판단을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2008년 강 모 씨는 한양대에서 경비 업무를 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고 위탁사업 전문업체에 입사했습니다.

4년 넘게 근무한 뒤 회사 측이 돌연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고 통보하면서 강 씨의 법적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강 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복직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회사 측이 계약과 달리 서울의 보험사 사옥 경비원으로 복직하라고 발령했습니다.

집에서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주차 업무까지 맡아야 해 자동차 공포증이 있는 강 씨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이에 강 씨는 부당 전보라며 다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내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까지 냈지만 인사 재량권에 해당한다며 연이어 기각됐습니다.

강 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 역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법률구조공단에 구조 신청을 낸 뒤 진행한 항소심의 재판부는 정반대로 강 씨에게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에서 근로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는 전보할 때 근로자의 동의나 성실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례에서 강 씨가 전보에 동의하지 않았고 회사가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이고 판결을 확정 지으면서 강 씨는 부당한 전보를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강문혁,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변호사]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특별히 자신에게 불리한 근로 장소가 있다거나 근로 내용이 있다면 그 점을 근로 계약에서 명시하는 것이 추후에 일어날지 모르는 부당한 전보 명령을 방지할 수 있는…."

회사 측이 근로자와의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 부당성을 지적한 판결로 해석됩니다.

YTN 한동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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