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임종'과 메르스 최전선의 '편지'

'편지 임종'과 메르스 최전선의 '편지'

2015.06.17. 오후 3:5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메르스 사태로 병원 접근이 금지돼 병마와 싸우는 가족을 볼 수 없는 이른바 '메르스 이산가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가족의 임종도 가로막은 메르스, 메르스 최전선에서는 의료진들이 환자 곁을 지키며 사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한 메르스 최전선의 편지, 함께 보시죠.

대전 을지대병원. 4층 중환자실이 어제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뇌경색으로 입원한 60대 여성, 그런데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가족 면회가 금지되고 아내와 엄마를 돌보던 가족들은 자가격리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된 가족들.

남편과 아들, 딸은 엄마의 의식이 희미하게라도 남아있을 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내에게 이 편지를 읽어주세요"

남편의 간절한 부탁에 어제 오전 5명의 간호사가 환자 앞에 다가가 편지를 읽었습니다.

"남편이 OO 엄마에게 전합니다.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 앞으로 자식·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아들과 딸의 편지도 이어집니다.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 마음은 전해질 거로 믿어. 얼굴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임종 편지가 낭독된 지 5시간 후 아내는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야속한 메르스는 임종마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가슴 아픈 메르스 이산가족의 '편지 임종', 메르스와 싸우는 최전선에서 의료진들은 환자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 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습니다.더 악착같이,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차가운 시선과 꺼리는 몸짓 대신 힘을 주시고 서 있는 두발이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세요."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중환자실을 지키는 김현아 간호사의 편지는 많은 의료진들에게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메르스 최전선의 편지, '메르스 전사'인 의료진들의 사명감이 메르스 전투에서 희망의 빛이 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